마음과 마음으로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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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64> 홍일선 “연화설(蓮花說)”

 
   
  ^^^▲ 백작약
ⓒ 우리꽃 자생화^^^
 
 

그대 오랫동안
칠흑 어둠 속에 갇혀 있었기에
세상의 고운빛
다 그대의 것이다.
그대 치운 곳에
홀로 있어야 했기에
지상의 따스운 시간들
이제 다 그대의 것이 될 것이다.
그대 또 아주 오랜시간
두려운 곳에 고립되어 있었기에
외로운 곳에 유폐되어 있었기에
무문관(無門關) 다 놓아주어서 아름다운 적멸들
오직 그대의 것이다.
그리하여 세속의 온갖 결핍이
미 제국주의 추악한 총알이
그대의 야윈 육신에 이르러
염화미소 환하게 이루었을 것이다.

연화설(蓮花說)이라? 어쩐지 제목부터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그 누군가가 이슬처럼 투명한 눈물방울을 뚝뚝 떨구며 자신의 한 맺힌 사연을 하소연 할 것만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지만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불교에서는 진흙처럼 혼탁한 세상을 밝히는 진리의 등불이라는 뜻에서 연꽃을 불(佛)의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인은 연꽃을 통해서, 또한 그 연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고자 합니다. 시인은 연꽃을 통해서 이 세상의 흑과 백, 선과 악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시에 나오는 무문관, 적멸, 염화미소와 같은 불교 용어들은 대체 무슨 뜻일까요? 무문관은 문이 없는 빗장, 즉 빗장이 없는 문을 말합니다. 적멸이란 열반과 같은 뜻입니다. 염화미소란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깨달음을 얻게된다는 그런 뜻입니다.

근데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염화미소란 단어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뜻을 자세하게 알고 싶으시다구요? 염화미소는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로 염화시중(拈花示衆)이라고도 합니다. 염화미소란 선종에서 선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야기책인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王問佛決疑經)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 그러면 그 내용을 한번 훑어볼까요. 영산(靈山)에서 범왕(梵王)이 석가에게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쳤습니다. 이에 석가는 그 연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석가의 행동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석가의 제자 가섭(迦葉)은 그 참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에 석가는 가섭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사람이 본래 갖추고 있는 마음의 묘한 덕)과 열반묘심(涅槃妙心, 번뇌와 미망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닫는 마음), 실상무상(實相無相, 생멸계를 떠난 불변의 진리), 미묘법문(微妙法門, 진리를 깨닫는 마음)의 불교 진리를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석가의 십대 제자 중의 한사람이었던 가섭존자가 지었던 미소, 바로 그 미소가 염화미소입니다. 염화미소는 곧 어떤 대상을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통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그래서 말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당시 선종에서는 이 염화미소가 선 수행의 근거와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화두였다고 합니다.

이 시는 미국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의해 죄없이 죽어간 이라크 국민들의 영혼을 달래는 시입니다. 즉, 아무리 더러운 진흙탕이라 하더라도 연꽃은 든든하게 뿌리를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메기나 미꾸라지 같은 것들이 흙탕물을 일으켜도 연꽃은 흔들림 없이 환하게 피어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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