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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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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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62> 이광웅 “목숨을 걸고”

 
   
  ^^^▲ 큰꽃으아리어떤 일에 목숨을 건다는 것은 어떤 일에 미친다는 것보다 훨씬 더 절박한 선언일 것이다
ⓒ 우리꽃 자생화^^^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한때 술을 맹물 마시듯이 그렇게 많이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한때 눈에 허깨비가 끼도록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때 시를 쓴다고, 하이네나 헷세나 릴케보다 더 훌륭한 시를 쓰겠다고, 여러 종류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밤을 하얗게 새우며 글을 쓴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술꾼도, 참된 연애도, 좋은 시인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몸부림치면서 뜨겁게 살아왔건만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여기 저기 망가진 건강과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과 시가 되지 못하는 산문 나부랭이들 뿐입니다. 그동안 어줍잖은 시집도 몇 권 내었지만 그 시집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대체 목숨을 건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최선을 다했지만, 이라는 말을 합니다. 최선을 다했다, 라는 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일테면 지식이라거나 육체적인 노동 같은 것을 바닥이 날 때까지 깡그리 소비했다는 그런 뜻일 것입니다.

목숨을 건다는 것과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같은 뜻일까요? 아닙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결국 나는 그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나 도구에 맡겨도 좋다, 라는 그런 뜻일 것입니다. 목숨을 건다는 것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일을 할 수가 없다, 라는 뜻일 것입니다.

어떤 일에 목숨을 건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일이 진정 내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한 그런 참된 일이어야 하겠지요. 어떤 일에 대해 섣불리 판단을 잘못하여 내 소중한 목숨을 건다면 얼마나 어리석고도 억울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목숨을 걸기 전에 그 일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부터 먼저 해야겠지요.

이 시에서 시인은 좋은 선생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시인은 진짜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술을 마시는 것처럼,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하는 것처럼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좋은 선생이 되는 일은 교육자로서 진정 목숨을 걸만 한 일일 것입니다.

여러 분은 혹시 '오송회' 사건을 아십니까? 5공화국 시절, 군사독재정권의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이었던 그 '오송회' 사건. 1982년에 일어난 이른 바 '오송회' 사건은 군산에 있는 평범한 고교 교사들이 만든 책 읽는 모임 같은 그런 친목단체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졸지에 '빨갱이'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 시를 쓴 시인도 바로 그 오송회 사건에 연루되었던 교사이자 시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1992년에 53살이라는 나이로 이 세상을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가도 시는 남습니다. 목숨을 걸고, 라는 시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해맑게 웃는 이광웅 시인의 얼굴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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