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다래끼 좀 가져 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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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다래끼 좀 가져 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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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60> 윤일균 “따개”

 
   
  ^^^▲ 조팽이꽃
ⓒ 우리꽃 자생화^^^
 
 

배가 고파 종기 달았나
종기 달아 배가 고팠나

왼 다래끼 형아
오른 다래끼 누이

깨진 사발 엎어서
싸리문앞 개울 다리위에 솥을 걸었다

지나다 솥단지 차는 사람아
네 종기를 가져 가다오

눈꼽재기창으로 내다보는데
할머니 다리턱에 걸려 넘어지고

할머니 일으키던 형아와 누이
솥단지 걷어차고 따개 되었네

반년간 시전문지 <시경>이 이번에 새로운 시인으로 내세운 신인 윤일균 시인의 시 "따개"를 읽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삐져 나옵니다. 그리고 어느새 열 살 남짓했을 무렵의 까맣게 그을린 추억의 그날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끼니 때마다 제대로 먹을 것을 먹지 못한 탓인지 늘 얼굴에 허연 버짐 같은 것들이 많이 피어났습니다. 그와 더불어 툭하면 눈가에 다래끼가 나곤 했습니다.

내가 어릴 때, 눈가에 다래끼가 난 동무나 형, 누이를 보면 엄지손가락을 양볼에 대고 빙빙 돌려가며 얼레꼴레리, 얼레꼴레리, 하면서 마구 놀려댔습니다. 당시 우리 마을 아이들은 눈가에 다래끼가 나면, 다래끼가 난 아이가 남몰래 누군가를 짝사랑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래끼가 난 아이들을 보면 누구나 얼레꼴레리, 하면서 마구 놀려댄 것이었습니다. 또한 다래끼가 난 아이는 한쪽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고개를 푸욱 수그린 채 땅만 보며 그렇게 다녔습니다. 아무런 까닭도 없이 괜시리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래끼가 난 아이들은 납작한 돌멩이를 주워, 그 돌멩이에 다래끼가 난 눈의 눈꼽 을 묻혀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세워두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들은 길을 가다가 누군가 그 납짝한 돌을 걷어차게 되면 다래끼가 돌멩이를 걷어찬 그 사람에게 옮겨간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이 시에서는 납짝한 돌멩이가 아니라 깨진 사발을 그렇게 사용했던가 봅니다. 특히 재미 있는 것은 그 깨진 사발을, 그 사발을 걸어둔 형아와 누이가 스스로 걷어차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인은 내가 가지고 있는 불편하고 나쁜 것들을 남에게 되돌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 사발을 걷어차서 다시 자신에게 다래끼가 되돌아오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시키고 회피하려는 사람들로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잘 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조상 탓, 이라는 우리 속담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이기주의자들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나 자신은 지금 어떤가, 하며 한번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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