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도 어찌 할 수 없을 그 이름^^^ | ||
오늘 아침 조간신문을 쭈욱 훑어보다가 눈에 띄는 문구 하나가 보인다. ‘죽어서도 잊지 못할 사랑이 있습니다’
신간책을 소개하는 문구로, ‘능소화’란 제목의 조두진 소설책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허구를 묘사한 장르인 팩션소설로 이 책은 1998년 경북 안동의 남자 미라와 함께 발견된 편지 한 통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사랑이야기다.
안동에서 택지 조성을 위해 분묘이장을 하던 중 4백년이 넘은 남자 미라와 편지 한 통이 발견된다. ‘원이 아버지에게’라는 글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죽은 남편의 아내가 쓴 글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4백년 전이면 1600년대? 그 시기에는 생활문화 자체가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이었을텐데,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여인의 편지가 쓰여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놀랍기만 하다.
^^^▲ 슬픈 주홍빛이 도는 능소화^^^ | ||
책표지에 나온 홍조를 띄는 꽃잎만 보아서는 아름답긴 하되 왠지 모를 서글픔 같은 것이 서려 보인다. 주홍빛을 띄고 있는 이 꽃은 중국이 고향으로 나팔모양의 꽃잎에 줄기가 꼬이면서 벽에 붙어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하여 영문으로 trumpet creeper라고 불린다. 주홍빛을 띄는 이 꽃은 개화기간이 7~9월로 비교적 긴 편에 속한다.
얼핏보면 5장의 잎으로 되어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통꽃이라, 질 때도 통째로 떨어진다. 이 꽃이 피어있는 곳에는 주의 안내문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데, 이유는 꽃을 만지거나 떨어진 것을 주운 손으로 눈이 만지면 자칫 실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쁘기면서도 독을 품고 있는 듯한 이 꽃은 금등화 혹은 양반들만 심을 수 있다는 전례 때문에 양반꽃이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릉소화라고 부른다.
능소화는 구중궁궐의 꽃이라도 불리는 데, 그것은 그에 얽힌 전설 때문이다. 아주 아리따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다고 한다. 늘 그러하듯이 아름다운 용모와 자태는 임금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 그렇게 소화는 임금과의 꿈과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 후 임금은 소화를 잊은 듯 발걸음을 않는다. 하루하루를 기다림으로 보내는 소화는 애끊는 마음에 점점 병약해져 간다. 결국 소화는 자신이 죽으면 담장가에 묻어달라는 말을 남긴 채 세상과 이별한다. 그녀의 유언대로 담장가에 묻히고 그 이듬해부터 주홍빛을 지닌 아름다운 꽃이 담장을 휘감고 하늘을 향해 빼꼼이 고개를 내밀면서 자라났다고 한다.
님을 언제나 가지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싶었을까. 장미의 가시처럼 자신만의 독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슬픈 전설을 지닌 능소화.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이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이야기 ‘능소화’에 한번 흠뻑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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