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협 기자의 실크로드 기행[10]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박선협 기자의 실크로드 기행[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 '미린다' 왕과의 대화

'미린다' 왕과 고승高僧 나가세나의 대화록 '미린다 왕과의 대화'는 서남 아시아 여러 불교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 부터 소개된 바 있다.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이 그것으로, '나선'이란 고승 '나가세나'의 음역音譯이다. '미린다'왕은 기원 전 2 세기에 이 지방을 통치하였던 그리스의 왕이다.

이름은 '메난드로스', 사람들은 '미린다' 왕이라 불러 숭앙하였다 전해 온다. '양잠'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옮겨 가 보자.
'미린다' 왕은 대단한 학문 광이었다. 변설辨舌에 뛰어 나 국내에 두루 이름이 알려진 학승을 찾아 내 선 문답을걸어 모조리 논파論破하곤 하였다. 그러나 왕은 노상 불만에 차 있었다. 인도의 철학,특히 불교의 가르침을 납득시켜 주는 고승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고승의 이름이 왕의 귀에 들어왔다. '나가세나'라 부르는 8 만가지의 불전에 통달한 매우 뛰어 난 스님이라는 소문이었다.
'미린다' 왕은 즉각 5 백인이 넘는 그리스인을 불러 모아 대동하고, 왕궁을 나서 '나가세나'의 승방으로 향했다. 당시 인도에서는 , 이를테면 제왕이라하더라도 고승을 만나기 위해서는 왕 스스로가 만나고자 나서는 것이 관습이었기 때문이다. 고승 '나가세나'는 8 만명에 이르는 대 회중大會衆과 더불어 왕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도한 왕은 '나가세나'를 만나는 순간, 이렇게 불쑥 한 마디를 꺼내는 것이었다.
'이 몸은 수 많은 웅변가를 만나 보았오이다. 이 몸은 또한 수 많은 토론을 나눴소이다. 그러나 지금도 이 몸의 심중에 떠도는 전율, 엄습하는 공포는 예나 다름이 없소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길고 긴 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존경하는 '나가세나여', 당신들이 출가한 까닭은 무엇이오이까? 그리고 당신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오니까?' 고승 '나가세나'는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바라고 거듭 바라기를, 이 고통이 사라지고 다른 고통이 되 살아남은 어인 연고이뇨, 이을 알 목적으로 출가하나이다. 실로 우리들의 긍극 목적은 생존에 집착하지 않는 완전한 열반에 있나이다.'

'저들 모든 이들이 이 목적을 위하여 출가한다는 뜻이오니까?'
'대왕이시여, 실제는 그렇지가 않나이다. 어떤 이는 이 목적을 위하여 출가하기도 하오나, 어떤 이는 왕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하고, 또 어떤 이는 도적의 위협에서 쫓겨 출가하며, 어떤 이는 부채에 시달린 나머지, 또 어떤 이는 생활 그 자체를 위하며, 어떤 이는 연민의 정을 못이겨 출가하나이다. 하오나 올 바른 길은 이 목적을 위하여 줄가하는 것이오이다.'

'존경하는 '나가세나여!' 아직 열반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열반은 안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소이까?'
'알고 있나이다.'
'열반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하여 그것을 알고 있다 할 수가 있단 말이오니까?'
'대왕이시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손발을 잘리지 않은 사람이, 손발을 절단하는 것은 고통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이까?'
'알고 있나이다.'

'어떻게 그것을 안단 말씀이오니까?'
'타인이 수족을 절단 당했을 때의 비통한 절규의 목소리를 듣고 알게 되나이다.'
'그것과 마찬가지이나이다. 대왕이시여! 아직 열반을 깨닫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이미 체득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열반은 안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오이다.'
'지당하신 말씀이오니다.'

''미린다' 왕과의 대화'에 기록된 두 사람의 대화는, 불교의 수 많은 테마에 미치고 있다. 그리스 철학을 공부한 왕이 동양의 가르침에 대하여, 여러가지 각도에서 질문하고 고승'나가세나'도 그에 응대하여 진지하게 설파하고 있다. 그런 사연으로, 이 기록은 불전佛典으로서 중요한 가치와 위치를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 날까지도 전승되어 읽히게 된 동기가 된 것이다.

왕이 물었다.

''나가세나여!' 당신께서 윤회라 말씀하시고 계신 것, 그 윤회란 무엇이오니까?'

'여기 이 세상에서 태어 난 자는 여기서 죽고, 여기서 죽은 자는 다른 곳 저 세상에 태어나며, 저 쪽에서 태어 난 자는 저 쪽에서 죽고, 저 쪽에서 죽은 자는 다시금 저 쪽에서 태어나나이다. 대왕이시여, 이러한 것을 윤회라 이르나이다.'

'예를 들어 말씀하여 주소서.'

'대왕이시여, 예컨데 어떤 사람이 익은 '망고Mango(옻 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과목, 열매 맛이 달고 씨는 약용, 어린 싹은 식용임) 열매를 먹은 뒤에, 종자를 키우려 든다 합시다. 그로부터 커다란 망고나무가 성장하여 과실을 맺게 하고요. 거기서 다시, 그 사람이 익은 망고 열매를 먹고, 종자를 키우려 든다 합시다.

그 종자에서도 다시금 커다란 망고나무가 성장하여 과실을 맺게 하려 하겠지요. 이렇게 하여 이들 나무의 종말은 알 수가 없는 것이오니다. 대왕이시여, 그것과 한 가지로, 여기서 태어 난 자는 여기서 죽고, 여기서 죽은 자는 저 쪽에서 태어나며, 다른 곳에서 태어 난 자는 다른 곳에서 죽고, 다른 곳에서 죽은 자는 또 다시 다른 곳에서 태어나는 것, 대왕이시여, 윤회라함은 바로 이러한 것을 일컫나이다.'

'미린다' 왕은 질문을 계속하였다. 지혜, 번뇌, 해탈, 시간, 영혼.....

고승 '나가세나'는 대답을 계속해 나갔다. 이윽고 기나 긴 문답이 끝나고 불교의 심오한 가르침을 납득하게 된 미린다 왕은 그 자리에서 불교에 귀의했다고 전한다. 기원전 2 세기 '시알코드'에서 생긴 이야기다.

알렉산더 대왕의 동정東征에 의해 촉진 된 동서의 교류는 서서히 깊은 골을 이루어, 미린다 왕시대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극치의 교류단계까지 높아졌던 것이다. 두 사람의 패왕覇王은 간다라의 호화찬란한 시대의 막을 연 장본인들이라 할 수 있다. 가히 실크로드의 역사에 어울리는 왕들이다.

고도(古都) 라흘

다시금 GT로드를 떴다. 동진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인더스 강 지류 라비Labbi강을 건너자 어느 새 '라흘'이었다. '라흘'은 무갈왕조와 영국 통치시대의 영향이 짙게 깔려있는 오래 된 도시다. 이 거리는 필자가 방문했던 파키스탄의 어느 도시보다도 스케일이 큰 것처럼 생각되었다. 넉넉한 도로 폭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통칭 마알 도로를 따라 '라흘'시내에 들어서자 왼편으로 무갈 건축의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바드샤이' 모스크가 나타났다. 그 뒤로 유명한 성채가 이어진다. 시가지에는 시의회, 펀잡대학, 고등재판소, 중앙우체국, 기독교회, 파키스탄 제 1 의 콜렉션을 자랑하는 '라흘박물관'등 유서깊은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때는 마침 온 거리가 떠들썩한 축제일 희생제犧牲祭의 전날이었다. 그 상황을 기록해 두는 것이 '라흘' 그리고 이슬람의 나라 파키스탄을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날은 어느 길에도 양과 산양이 넘쳐, 구름처럼 일궈내는 흙 먼지, 동물둘의 냄새가 뒤 범벅이 되어 눈코 뜰 수가 없다. 거리 전체가 둥둥 부풀어 있어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었다. 이 동물들은, 희생제에서 희생의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