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에 흩어진 왕산 허위선생의 직계후손을 찾게 된 것은 1999년 이래 7년여간 꾸준히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유랑 고려인 동포들을 지원해온 (사)고려인돕기 운동본부와 자문위원겸 홍보이사인 윤덕호 다큐멘터리 감독의 끈질긴 동포사랑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1년 이후 매년 수차례 중앙아시아를 방문했던 윤덕호 다큐감독이 2006년 (사)고려인돕기 운동본부에서 주관한 우즈벡키스탄 프라우다 고려인마을 경로탁아시설 사랑나눔행사에 참관하기 위해 방문 중 사마르 칸트에 사시는 허로자 할머님의 생존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마침 우즈벡키스탄을 방문한 한명숙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살아생전에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 다음 달 초엿새가 추석인데....”라는 조심스러운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7월 18일에는 두 형제가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주어지는 ‘특별 귀화증’ 을 받게 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형제 일가족 8명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길은 열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상당기간과 복잡한 행정절차가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허 로자씨는 구한말 서울 침공작전으로 유명한 항일의병장인 왕산 허위선생(1854~1908)의 손녀이자,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펴다 옥고를 치른 왕산의 장남 허형(일명 허학.1887~1940)의 둘째딸로 왕산 직계후손 중 최고령 생존자다.
1926년 연해주에서 태어난 허 로자씨도 1937년 옛소련정부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서 부모와 함께 카자흐스탄을 거쳐 이국만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까지 흘러와 지금까지 미혼으로 외롭게 살아왔다.
허로자씨는 한 민간단체와 다큐멘터리 감독의 끈질긴 노력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떠돌던 사촌형제들을 한국에서 해후(邂逅)하게 되었고, 한국에 생존해 있는 대소가 일가친척들과 추석명절에 상봉 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별다른 관심이나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욱 어렵게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대륙에 흩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 임시정부 최초의 재무장관으로까지 추대된 바 있고 안중근의사의 총을 사준 것으로도 유명한 최재형선생(1860년 함북 경원출생~1920년 니콜스크우수리스크에서 일본 간섭군에게 체포되어 고문·처형)의 둘째 따님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 2002년 끼리끼즈스탄의 가락골이라는 마을에서 이름 없이 살던 최류드밀라(04년 95세 작고)할머님의 생존사실을 알리고, 보상과 예우를 찾아드리며, 고국 땅에 모시고자 하였으나 행정당국의 무성의와 국내의 관심부족으로 하나도 성사되지 못한 채 장례비도 없이 쓸쓸하게 돌아가셨으며, 현지 고려인돕기 자원봉사자(팀장 이현주)의 주관 하에 할머니가 소장하고 계시면서 유언유품으로 남긴 태극기를 품에 안겨드리고 뜻있는 몇 분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장례식을 치룰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는 허로자님의 경우는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더욱 찾아가는 보훈행정과 동포정책의 실천으로 고국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쓸쓸한 독립유공자 후손 동포들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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