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지버섯그 나라에는 언제쯤이면 닿을 수 있을까 ⓒ 우리꽃 자생화^^^ | ||
바람의 나라에도
저녁이면
머슴새가 우는가
그 나라에 가면 늑대는 멸종되고
늑대에 관한 전설만이 무성한가
그 나라에도
좌우익에 시달린 할아버지가
밤마다 간짓대로
헛것을 쫓고 있을까
미국 마음에 따라, 악의 축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는
슬픈 나라가 있을까
늦은 소몰이에 지친 머슴새가
서럽게 우는 저녁이면
그리워지는
바람의 나라
머슴새는 주로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 우는 새입니다. 머슴새의 울음소리는 이른 새벽 곤히 잠든 사람들을 이부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기도 하고, 늦은 저녁이면 마악 이불을 펴고 자리에 눕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괜시리 서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머슴새의 울음소리를 이렇게 비유합니다. 머슴이 들판에서 게으른 소를 꾸짖는 소리라고. 또 뼈가 바스라지도록 일을 하다가 주인한테 맞아죽은 머슴의 혼백이 머슴새가 되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주인을 꾸짖는 소리라고.
바람의 나라... 이 시에서 시인이 꿈꾸는 바람의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예로부터 사람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꿈꾸어 왔던 지상낙원을 말하는 걸까요. 아니면 희노애락이 모두 사라지고 없는 공(空)의 세상, 즉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간다는 저승을 말하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이 세상살이에 대한 한이 얼마나 올올이 맺혔으면 그 나라에 가서도 그 울음소리가 들릴까, 두려워 할까요. 또한 바람의 "나라에 가면" 사람들을 괴롭히던 그 "늑대는 멸종되고" 없겠지만 그래도 "늑대에 관한 전설" 은 무성하지 않겠는냐며, 치를 떨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람의 나라에서도 이데올로기에 시달리다 죽은 할아버지가 "밤마다 간짓대로/헛것을 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구요? 그 한 많은 세상살이는 할아버지 시대에서 그렇게 끝이 난 게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미국 마음에 따라, 악의 축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는/슬픈 나라"가 우리 나라라며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역사는 너무나 슬픈 역사입니다. 늘 주변 국가들에게 굽신거리며 살아왔고, 그러한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람의 나라. 그렇습니다. 시인이 생각하는 바람의 나라는 이러한 우리의 슬픈 역사가 기억 속으로만 존재하는, 그래서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거나, 이데올로기로 인해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그런 일이 없는 나라가 바로 바람의 나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오늘도 그런 바람의 나라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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