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의 멋진 한세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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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멋진 한세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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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간행된 『멋진 한세상』은 공선옥(孔善玉)이 펴내는 세번째 소설집이다. 공선옥은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고, 1991년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중편소설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소설집으로 『피어라 수선화』(1994) 『내 생의 알리바이』(1998), 장편소설로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1993) 『시절들』(1996) 『수수밭으로 오세요』(2001),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2000) 등이 있다.

이 소설집은 1998년 『내 생의 알리바이』를 출간한 이래 4년여간 여러 문예지에 발표된 11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등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세상살이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려내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공선옥은 이번 소설집에서 더욱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고단한 삶의 속내를 실감나게 담아내는 토속어와 생동감 있는 입말의 향연 속에 우리 사회 여성들의 운명적 삶과 끈질긴 모성, 사회적 리얼리티로서의 가난을 탁월한 구성력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공선옥의 이전 소설집에서 두드러졌던 '5월 광주'에 대한 모티프 대신 여성의 생존 문제와 서민들의 애환을 다루는 작품의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한 시대 인간 문제의 본질을 꿰뚫으려는 치열함이 빛나는 것이 이 소설집의 특징이다.

「그것은 인생」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부모의 보호와 양육으로부터 방치된 채 짐승처럼 살아가던 어린 오누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가난을 비판적으로 고발한 작품이다. 단전단수된 아파트, 도시 한복판에서 가장 원시적인 공간으로 변해버린 장소에서 궁핍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난의 시대성을 끔직스러울 정도로 핍진하게 형상화한 수작이다. 공선옥은 오누이의 심리묘사를 통해 비극적 사건이 벌어지게 된 배경과 추이를 분석하는 가운데 아이의 죽음을 방관하는 어른들의 병든 윤리의식을 냉엄한 비판정신으로 그려낸다.
「정처 없는 이 발길」 또한 「그것은 인생」처럼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사건의 실상을 소설적으로 잘 형상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갑생은 용담댁 수몰지구에서 이주비로 지급된 보상금을 농협 직원에게 융자금 갚는다고 고스란히 빼앗기고, 아들네 딸네 집을 전전긍긍 다녀보았으나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에 처하고 만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된 갑생의 처지를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가난으로 인한 가족 해체와 유랑의 냉혹한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
그밖에도 가난한 여성인물에게서 드러나는 생에 대한 강인한 의지와 그 원천으로서의 모성을 그린 여러 작품들이 실려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시골의 폐교로 이사와서 홀로 삶을 꾸려나가는 어미의 모습을 그린 「홀로어멈」, 현재 딸-주인공-남편의 관계 속에서 어렸을 때 주인공-어머니-아버지의 관계를 회상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삶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를 그리워하는 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그리고 있는 「한데서 울다」 들이 그것이다. 작가가 관심을 두는 것은 "가난과 사회적 소외를 여성의 생존방식과 연결짓는"(백지연) 것에 있다. 이에 더하여, 작품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양진오는 작품집 곳곳에 야성과 측은지심, 자연친화적 성격을 골고루 갖춘 '억척 어미'의 여성성이 녹아 있는 것에 주목한다.

실연한 남동생에게 들려주는 누이의 체험담과 같은 「이 한장의 흑백사진」, 가난한 어린시절 생계를 위해 누에를 기르던 기억이 있는 주인공이, 병에 좋다고 누에를 찾는 시어머니와 매끄러운 인조견 속옷에 집착하는 남편에게서 당혹감을 느끼는 상황을 그려낸 「나비」, 십대 후반, 이십대 초의 경험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자전소설 「멋진 한세상」, 주인공의 내면 속에 아이들을 보듬고 살아가는 모성과 거기서 도망가고 싶은 외로운 심정이 심각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냉정하게 묘사한 「이유는 없다」 등도 훌륭한 읽을거리이다. 「관가행차」는 토지조사할 때 땅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아서 주인 없는 땅으로 분류되었고 급기야 국가 땅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군청(관가)에 간 어머니와 아들이 당면한 암담함과 부조리함을 해학적 문체로 담아낸 소설이다. 모친의 부고를 군청에서 듣게 되는 어이없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당대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며 여러 인물들의 행태를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내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양진오는 "세련의 포즈와 인위적인 기교의 문학이 우세한 현시점"에서 공선옥 문학의 당당함은, "오로지 삶과 맞장뜨는 문학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당당함이며 솔직과 정직의 태도로 작품을 쓰려는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당당함"이라고 말한다.
한층 성숙한 경지에 접어든 중견 작가 공선옥의 문학적 역량과 활력이 곳곳에 배어 있는 이 소설집은 우리 소설사의 귀중한 일부가 될 것이다. (b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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