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이자 전주 상산고 이사장인 홍성대(69)씨가 3년여에 걸쳐 집필, 스물아홉 살 때인 1966년 처음 내놓았다. 이후 '정석'은 부모와 자식, 혹은 손자가 함께 보는 수학 참고서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됐다. 그 사이 입시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정석'의 입지는 변하지 않았다.
홍 이사장은 지금도 서울대 수학과 동문이기도 한 딸과 사위와 함께 끊임없이 내용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지금껏 팔린 책은 3700만 권. 출판사 측은 평균 두께를 3㎝로만 잡아도 에베레스트산 125개 높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당돌했지만 결과가 좋았다"=그는 29일 "외국에선 쉰 살이 넘어야 책을 쓴다고 하는데 건방지게 스물여섯 살에 쓰겠다고 달려들었다"며 "당돌한 일이었지만 결과가 좋았다"며 웃었다.
당시 그는 종로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고 한다. 등록금이나 책값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재학 중 시작한 과외 아르바이트가 생업이 된 것이다.
그는 "기왕이면 학생들에게 좋은 문제를 충분히 제공해 주기 위해 광화문의 외국 서적 판매점을 뒤지거나, 일본.미국.프랑스 등에 수소문해 수학 관련 자료를 모았고 새로운 문제도 많이 만들었었다"고 했다. 그러다 자료를 묻어두기 아까워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누구나 좋은 책을 쓸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경험과 자료가 많이 있고, 수학을 제대로 배웠으며 열정이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앞의 두 가지는 웬만큼 갖췄는데 꾀를 많이 부린다"며 "나는 (최근까지도) 집에 들어가면 우직하게 새벽 두세 시, 네 시까지 책상 앞에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목 디스크가 생긴 것도 그 탓"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두 차례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요양 중이다.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돈 썼다"=그는 한 달에 서너 번꼴로 전주 상산고에 간다. "직접 봐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상산고는 81년 정석을 팔아서 번 돈 100여억 원을 들여 세운 학교다. 학생용 책을 통해 번 돈이니 학생을 위해 쓰겠다는 생각이었다.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한 최근엔 300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전국에서 학생을 뽑을 수 있어 신바람이 났고 그래서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돈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설립 이후 줄곧 입학생 모두에게 정석 두 권을 준다고 한다. 일일이 학생 이름과 '수학 공부에 좋은 벗이 되길 바랍니다'란 글귀, 자필 서명을 담아서다. 그런 그가 지난해 "정말 사기 떨어진다"고 말한 일이 있다. 지난해 개정된 사학법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대통령 등 정치권에서 개정하네, 안 하네 하고 있는데 좋은 쪽으로 재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심판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감사원이 학교법인과 학교 등 3300여 곳에서 장부를 받아 예비감사를 한 뒤 125곳을 골라 감사했는데 불과 22곳에서만 비리 부정이 있다고 나왔다"며 "결국 전체의 0.7% 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사학이 비리 복마전인 듯 얘기했지만 잘못된 일로 드러난 것"이라며 "또 감사원 감사는 개정 전 법령으로 사학 비리를 엄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인데 (개정 사학법을) 원점으로 돌릴 명분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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