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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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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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51>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조팝나무돌아서는 내 등 뒤에서 터지던 네 울음
ⓒ 우리꽃 자생화^^^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 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 가난은 대체 무엇일까요. 가난은 크게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나눌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질적인 가난은 사람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영위하는데 있어서 그 무언가가 모자란다는 뜻일 것입니다. 정신적인 가난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그런 지식이나 감정 따위가 모자란다는 뜻일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바라보는 가난은 그런 단순한 이분법에 의한 가난이 아니라 진정한 가난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잠 잘 곳이 없다고 해서,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다고 해서, 또 그래서 잠 잘 곳을 찾으러 다닌다고 해서, 음식을 구하러 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가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가난하다는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 외로움도 모르고, 두려움도 없고, 그리움도 버리고, 사랑도 모르고,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들을 망각한 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가난한 사람은 어쩌면 그 사람을 바라보며 조소를 짓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보다 훨씬 더 깊은 슬픔과 더 아름다운 세상을 건너온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 가난한 사람도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또한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뼈 속 깊숙히 새겨진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을 오늘도 아프게 떠올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지금 당장 가난하다는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 사랑 등을 모두 버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 아닐까요.

오월,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봄비가 자주 내립니다. 비에 젖는 것은 꽃잎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들 몸과 마음까지도 비에 젖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우리 주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한번쯤 뒤돌아보는 것도 비에 젖은 몸과 마음을 까끌하게 말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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