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채로 기다리기에는 세월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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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채로 기다리기에는 세월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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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49>문병란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남은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만난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 박태기나무꽃가슴에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이 시는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한 사내가 부르는 애절한 노래입니다. 특히 이 시는 우리 민족의 설화 속에 나오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사랑의 주인공 견우와 직녀를 소재로 삼았기에 더욱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간절하게 보고 싶었으면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내가 아닌 "우리" 이겠습니까.

서양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라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어찌 우리 설화 속에 나오는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에 감히 견줄 수가 있겠습니까. 1년에 꼭 한번, 음력 칠월 칠석날 까마귀가 날개를 펴고 놓은 그 다리를 건너가 잠시 만날 수 있는 가련한 운명을 쥐고 있는 우리의 견우와 직녀.

"내가 먹인 암소"조차도 "몇 번이나 새끼를 쳤"고, 그대 직녀가 나를 위해 "짠 베는" 또 "몇 필이나 쌓"이고 있는가.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마지막 남은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반드시 살아 남아서 만나야만 하는 그들. 그리하여 이제는 이별을 끝내버리고 싶은 그들, "말라붙은 은하수"를 "눈물로 녹이고/가슴과 가슴에 노둣돌 놓아"서라도 슬픔마저 송두리째 끝내버리고 싶어하는 그들.

그들은 누구일까요? 이 시에서 시인은 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사랑만을 노래했을까요? 아닙니다. 시인은 견우와 직녀를 통해서 반세기 동안 갈라진 우리 민족의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견우와 직녀는 곧 남과 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두 연인을 갈라놓고 있는 은하수는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는 휴전선입니다.

이 시는 한 행 한 행을 읽어내릴 때마다 가슴이 찡해지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노래(김원중)로도 널리 불리워지고 있는 "직녀에게"는 이제 우리 민족의 분단을 끝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산가족의 아픔도 모두 끝내야 한다는 것을, 견우와 직녀의 애닯픈 사연을 통해 아프게 노래하고 있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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