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시름 겨운 목마른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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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시름 겨운 목마른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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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47> 김지하 “서울길”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길
몸 팔러 간다

언제야 돌아오리란
언제야 웃음으로 화안히
꽃피어 돌아오리란
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간다
울지 마라 간다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
분꽃이 잊힐까 밀 냄새가 잊힐까
사뭇사뭇 못 잊을 것을
꿈꾸다 눈물 젖어 돌아올 것을
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하늘도 시름겨운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길
몸 팔러 간다.

 

 
   
  ^^^▲ 애기참반디간다, 우지 마라 내가 간다
ⓒ 우리꽃 자생화^^^
 
 

우리들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 우리들의 탯줄이 묻힌 그 고향은 찢어지게 가난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리들의 고향에선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만 뜨면 땅 꺼져라 들리는 부모님의 한숨소리, 꽁보리밥조차 모자라 무밥, 고구마밥 등을 먹어도 늘 배가 고파 달그락 달그락 빈 밥그릇을 긁는 소리만 요란합니다.

노래로도 널리 불리워지고 있는 이 시는 가난한 고향, 아니 꿈에도 그리운 고향을 두고 그 웬수 같은 돈을 벌러 서울로 가는 우리 누이들의 안쓰러운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지긋지긋한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를 넘어 이제는 팍팍하기만 한 세상 서울로 "몸 팔러" 품 팔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몸을 팔고 육체적인 모든 것을 다 팔아도 확실하게 보장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또한 "꽃 피어 돌아오리란/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그냥 그렇게 막연하게 서울을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서울, 물질이 풍족하고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그 서울을 향해 무지개빛 환상 하나 가지고 그렇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술을 깨물며 다집합니다. 그 팍팍한 서울에 가서 내 자신이 아무리 무너지고 깨어지더라도 내 고향 곳곳에서 피어나는 그 아름다운 분꽃과 코 끝을 달콤하게 파고들던 그 밀 내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차마 꿈에서도 잊을 수 없으면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며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이라고 마음 깊히 다짐합니다.

그래서 내가 가는 길에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내가 고향을 등진다고 해서 앞으로 돌아오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고향에 남은 사람들을 다독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는 그 길은 너무나 팍팍한 길입니다. 우리는 이 시에서 문득 다시 한번 고향의 소중함과 그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의 착잡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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