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김제동’ 실패, 꼰대질이 문제다
‘오늘밤 김제동’ 실패, 꼰대질이 문제다
  • 박한명 논설위원
  • 승인 2018.09.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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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싫어할만한 것들로 무장한 좌파 꼰대방송의 절정

그래도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 ‘오늘밤 김제동’에 뭔가 한방을 기대했다는 어느 일간지 논설위원의 글을 읽고 뒤늦게 방송을 찾아 본 소감이다. 그의 말대로 이건 ‘편파의 문제가 아니라 노잼이 문제’다. 그것도 핵노잼. 온갖 스트레스로 시달린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밤, 유쾌한 사이다나 편안한 위로를 받길 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정반대로 허공에 삽질을 한다. 필자가 정주행한 4회 방송을 예로 보자.

민주당 의원 박지원 출연의 ‘남북정상회담은 무조건 성공’ 이라든가 ‘집값 폭등 걱정 말라’는 따위를 설파하는 짙은 어용냄새에서 더 나가, ‘(너희들의) 탐욕을 규제하라’는 김제동의 훈계에까지 이르면 피곤함은 절정에 달한다. 정말이지 시대를 착각하는 꼰대스러움의 절정이다. 광장에서 헌법1조를 가르치던 김제동의 꼰대질을 시청자들은 방송에서도 보고 싶어 할까. 무식한건지 대담한 건지 이런 콘셉트를 고수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2%대 시청률도 좋은 성적이다.

방송 초기 실시간 진행이니만큼 크고 작은 실수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김제동이란 인물 자체다. 시사교양 MC로서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진행과 그와 대비되는 진지한 표정은 기괴한 부조리를 빚는다. 틈새를 파고들며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김제동 특유의 ‘훈계질’까지 얹어져 ‘오늘밤 김제동’은 이상한 교조주의 색채까지 띤다. 시청자들은 김제동에게 웃음을 기대할까, 아니면 ‘참교육’을 기대할까. 애초에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김제동의 핵노잼을 조심했어야 할 제작진은 한술 더 뜬다. 백그라운드로 ‘평양 아리랑(하춘화 씨로 추정)’ 노래를 흘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관계 교착 상태에 들어갈 때마다 홈런을 빵빵 쳤잖아요(박지원)”란 아부멘트가 뻔히 예상됐던 인물로 방송에 기름칠을 했다. 시청자와 소통한다는 생색용으로 보이는 LIVE 실시간 댓글 내용도 “남북회담 기대된다” “오늘밤 옷 너무 이쁘네요 김제동” 따위의 글들이다.

미스캐스팅, 시대착오 기획력과 감수성, 참 언론노조스럽다

‘D-5 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행’이란 자막을 띄운 내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성공을 확신하던 박지원 의원 출연분이 끝나면서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가수 최진희)’가 흘러나오는 대목에 이르면 ‘풋’하고 실소가 나온다. 노래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제작진의 고루하고 낡은 감수성 얘기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마당에 1980년대 최루탄으로 매캐한 뒷골목 찻집 향수라니. 솔직히 이런 방송 보고 일찌감치 먹은 야식이 체하지 않으면 다행 아닌가? 김제동이란 폴리테이너를 MC로 선발해 절반의 시청자를 거부하고 정권 편향적 이슈들로 도배를 하면서 또 절반의 시청자를 강퇴했다. 그뿐인가. 어쭙잖은 꼰대질로 절반의 절반의 시청자에서 또 절반을 떠나보낸다. 애, 어른 모두가 거부할만한 방송을 작심하고 만드는데, 그러니 2%대 시청률도 용하다는 것이다. ‘오늘밤 김제동’은 편향 논란이란 노이즈 마케팅으로도 연명하기 어려운 미스캐스팅에 시대착오의 낡은 기획력과 감수성이 뒤범벅된 참사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요즘 민주당 중심으로 여권이 앞 다퉈 내놓는 방송법 개정안을 곱게 볼 수 없는 건, 바로 이런 지상파의 실패를 커버하고 이익을 보존해주자는 괘씸한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유튜브 등 1인 방송을 규제할 방송법 개정안 초안을 내놓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진단하듯 가짜뉴스를 핑계로 보수우파 성향의 유튜브 방송을 규제하겠다는 데 1차적 목적이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여권이 추진하는 방송법 안에는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그 이상의 흑심이 담겨 있다.

방송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 유튜브 방송 등을 방송법 테두리 안에 넣어 벌금을 때리고 방송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끔 했다. 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정의를 신설하는 내용의 방송사업법 개정안을 만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등록이나 신고하도록 하고, OTT 사업자를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대상으로 편입시키며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까지 부담하도록 했다. 심지어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유튜브 규제’ 민주당 방송법 개정안에 담긴 꼼수

민주당 등 여권은 왜 이런 법안을 만드는데 혈안이 돼 있을까. 유튜브 등을 플랫폼으로 한 이들 1인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반대급부로 보이는 현상이 바로 급격한 지상파의 쇠퇴다. 보수정권 시절 초기만 해도 30% 가까이 되던 KBS 뉴스 시청률은 지금 8~9%대까지 폭락했다. 이런 지상파 몰락에 유튜브 방송이 일등공신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여권이 방송법 개정안을 내고 서둘러 유튜브 방송을 규제하려는 건, 그렇게 되면 갈 데 없는 시청자들이 다시 KBS와 MBC, SBS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에 기인한다. 온갖 규제와 감시 장치로 코를 꿰어놓은 종편이 별 볼일 없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잡으면 볼거리가 없어지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시청자 ‘네깟 것들이 별 수 있겠느냐’는 아주 오만하고 안이한 판단이 서려 있는 것이다.

KBS가 아무리 ‘오늘밤 김제동’과 같은 허접한 방송을 만들어도 시청자들을 지상파에 묶어 놓을 수만 있다면 손해를 보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이 준비 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지상파를 장악한 언론노조의 실패를 커버해주기 위한 법안이라는 얘기다. 정쟁에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뿐, 콘텐츠 등 미디어 시장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는 시대착오 방송세력을 위한 법안 마련이라니 곱씹을수록 기가 막힌다.

민주당이 언론노조를 위해 만드는 방송법 개정안이 가져올 세상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한껏 위축된 세상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당연하게도 미디어시장에서 세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건 꿈도 못 꾸게 된다. 이젠 국민의 희생을 대가로 노골적으로 언론노조를 위한 법안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국민은 매일 밤 ‘오늘밤 김제동’과 같은 핵노잼 방송에 강제로 붙들려 있거나 아니면 모든 방송에 눈 감기를 강요당하는 흑백의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중세 암흑기의 인내와 희생을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세상이 정말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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