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래포구 철교길은 늘 열려 있지만 끝이 없다 ⓒ 인천광역시^^^ |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일이면 일로 손잡고 가자
천이라면 천으로 운명을 같이 하자
둘이라면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물이라면 건너주고
물 건너 첩첩 산이라면 넘어주자
고개 넘어 마을 목마르면 쉬어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시발길 하얀 길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쉬었다나 가지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비취빛 하늘 아래 펼쳐진 초록빛 세상에서는 은빛 햇살이 쨍그랑 쨍그랑 소리를 내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세상만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활짝 웃으며 지나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어느새 은빛 햇살처럼 빛나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호올로 가야만 하는 길이 있습니다. 저녁햇살에 길게 늘어지며 저만치 어둠 속으로 스르르 빨려드는 산그림자처럼...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하는 길,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걸어가야만 하는 그 길. 그 외롭고 쓸쓸한 길목에 문득 같이 걸어갈 벗이 있다면...
그런 벗이 있다면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손을 잡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고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고 서로 어깨를 다정히 기대며 그렇게 기고 싶습니다. 내가 돌부리에 채이면 네가 일으켜주고, 네가 도랑을 만나면 내가 엎어주면서 그렇게.
꽃이 지고, 또 꽃이 피어나는 푸르른 오월의 아침,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산골짝에서 금방 퐁퐁 솟아나 계곡을 타고 마을로 흘러들어오는 맑은 도랑물처럼 그렇게 소곤거리고 싶습니다. 이 시는 굳이 새로운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설명을 붙힌다는 것이 오히려 사족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읽고 떠오르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들 마음의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이 시에서 가고자 하는 길, "언젠가는 가야 할 길/누군가 이르러야 할 길/가시밭길 하얀 길"은 분단된 우리 민족이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하는 통일의 길입니다. 또한 가난한 민중들의 희망이 실현되는 해방의 땅이기도 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어가야만 하는 고된 인생의 길이기도 합니다.
김남주 시인의 이 시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아껴주고 서로 이끌어줄 수 있는 그런 진정한 벗 하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벗이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다하여 그 벗을 위해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벗을 위해 가는 길이 곧 나를 위해 가는 그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만에 햇살이 비치는 오늘, 오늘은 그 벗을 불러내 소주라도 한 잔 달게 마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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