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나룻배는 오늘도 사람을 기다린다 ⓒ 소래포구/인천광역시^^^ | ||
인생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행인과도 같습니다. 또한 인생은 강을 건너는 행인을 태우고 강물을 거슬러 강 이 쪽에서 강 저 쪽으로 건너가는 나룻배와 같습니다. 이 시에서 말하는 나룻배는 곧 조국이요, 당신은 붉은 흙먼지 풀풀 날리며 조국을 등진 채 이국을 떠도는 우리 민족입니다.
하지만 조국은 늘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날 문득 우리가 이국을 떠돌아 다니던 그 더러운 흙발로 조국을 마구 짓밟아도 조국은 우리를 포근히 감싸줍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가고자하는 그곳으로 헤엄쳐 갑니다. 강물이 얕거나 물살이 거세고 깊어도 군말 한번 하지 않고 그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또 그렇게 나룻배에서 내린 뒤 한동안 기약도 없이 돌아오지 않아도, 아니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그 길을 갔을 지라도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조국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국을 떠나는 우리들은 조국을 떠나면서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훌쩍 떠나가 버립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조국은 언제나 늘 거기 그 자리에 서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조국을 등진 우리들이 언젠가는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리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조국은 늘 우리들에 대한 아픈 기다림과 더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오늘도 우리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문득 미군 장갑차에 짓밟혀 억울하게 숨진 우리의 딸 효순이와 미선이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왜 갑자기 그 여중생들이 떠오를까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쓴 이 시처럼 다시 한번 우리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저 나룻배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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