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맞서나
^^^ⓒ 사진/파이낸셜뉴스^^^ | ||
유럽연합의 이라크전 반대 4개국인 프랑스,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의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여 ‘유럽연합 미니 방위 정상회담’이란 이름으로 회의를 진행하였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이 끝난 후, 모임은 성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는 별도로 2004년까지 ‘유럽군 사령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는 나토가 참여하지 않는 군사활동에 대해 유럽의 군사적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으로 제기되었다는 것이 참가국 정상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유럽군 사령부’는 나토가 참여하지 않는 군사활동에 한해서만 유럽군을 지휘하게 된다.
이는, 이번 회담의 주도국인 벨기에가 주장했던 ‘고정적 유럽군 사령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나, 일단 나토가 아닌 유럽 자체만의 군사기구라는 점에서 적지 않는 의미를 갖는다.
즉, 유럽과 미국, 영국의 군사, 경제 동맹체계인 나토가 현실적으로 미국의 제도적 군사패권 안에 있는 한계를 극복하여, 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한 상대적 위협에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춰진다. 특히, 이번 회의에 참가한 4개국이 이라크전을 반대했다는 점과 이번 이라크전에 대한 평가가 미국의 세계 군사적, 경제적 패권장악에 그 목적이 있음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에 위협을 느낀 유럽연합이 군사적으로 독자세력화 하려 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한편, 미국과 전쟁을 지지한 EU회원국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9일 상원 외교위에서 “나토가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지휘체제가 아니라 군사력의 강화”라고 못 박았으며, 스폐인과 이탈리아 등 이라크 전을 지지했던 EU회원국들도 “(이번 합의가)전쟁으로 촉발된 나토와 EU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전쟁반대 4개국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유럽의 군사적 독자세력화에 시동을 걸었으나, EU 회원국들과 미국과 영국의 제동에 상당부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폐인의 아나 팔라치고 외무장관은 “유럽 안보와 방위 정책은 배타적인 것이어선 안된다”며 “EU 밖에서 만들어진 정책에 그들이 ‘유럽’이라는 명칭을 붙일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유럽군 사령부 설치”로 빚어진 EU 회원국들간의 신경전은, 이라크전쟁 당시, 국내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마찰을 빚었던 국내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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