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맺힌다 ⓒ 명자꽃/이종찬^^^ | ||
그대 기우는 그믐달 새벽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면의 밤, 떨어져 쌓인
흰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
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
어디쯤 가까이 와서
소리없이 모닥불로 타고 있는가
이제 그 긴 기다림은 저 산마루를 발갛게 적시는 진달래꽃으로 피어나고 있는가. 산골짝 골짝을 깨우는 뻐꾸기 울음이 되어 메아리치고 있는가. 그리하여 마침내 진달래꽃이 지고, 송홧가루 날리는 윤사월이 오면 그 긴 긴다림도 끝이 나려나. 그대를 향한 그리움으로 지샌 밤은 또 얼마였던가. 그대를 위한 애타는 기다림으로 보낸 세월은 또 얼마이던가.
동짓달의 그 긴 겨울밤처럼 어둠과 추위에 문풍지처럼 파르르 떨었던 밤은 또 얼마이던가. 보름달이 기울어 그믐으로 향하고 다시 실낱 같은 초생달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보름달로 휘영청 떠올라 내 그리운 마음 속까지 환히 비춘지가 엊그제, 그런데 그새 다시 그믐달로 기울어 또다시 캄캄하게 사그라 드는가.
내 그리움처럼 꽃잎이 바람이 흩날리고, 내 기다림처럼 그렇게 서러운 봄비가 추룩추룩 내리던 그날 아침, 어느새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처럼 길게 뻗어 올라가는 내 그리운 사람의 눈동자. 나는 기다림에 겨워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 한잎을 따서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아도 내 정든 임은 보이지 않네.
그렇습니다. 기다리는 그 사람은 내 주변에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믐달이, 새벽별이, 바람이, 물결이 모두 내 그리운 정든 임입니다. 그들은 이미 "무수한 불면의 밤, 떨어져 쌓인" 그 하얀 눈을 밟으며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며 이미 내 곁에 뜨거운 불길로 다가서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바라보는 삼라만상이 곧 "정든 임"이며 그 정든 임은 어느새 내 마음 속으로 다가와 따스한 모닥불로 타닥타닥 타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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