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이후 민주당과 개혁당에서 '신당'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열린개혁포럼은 25일 조찬모임을 통해 재보선에 패배한 당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개혁안을 통과시켜 실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모임에서 몇몇 의원들은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사형이 집행됐다"며 개혁안 통과는 물론 당내외 개혁세력 총결집 등을 통한 신당 창당을 주장했다. 민주당 신주류 내에서 제기되던 신당 논의가 당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 개혁국민정당 기자회견경기도 고양시 덕양갑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유시민당선자(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원웅대표와 악수를 하며 웃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개혁당의 김원웅 대표와 유시민 당선자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신당 창당을 위한 개혁인사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개혁당은 개혁신당의 참여범위로 여야 개혁인사와 개혁당, 그리고 정치권 밖의 민주·개혁적 인사를 제시했다.

민주, 범개혁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도 논의 시작

민주당 최대 모임인 열린개혁포럼은 이날 모임에서 신당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임종석 의원 등이 신당에 대한 화두를 던짐으로써, 열린개혁포럼도 신당 논의를 사실상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임종석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개혁세력이 결집해 새로운 길을 찾아 국민과 만나야 한다"며 "당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임시지도부를 구성해 신당까지 포함하는 새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 의원은 기자와 만나 "신당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며 "빨리 이 논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거듭 "신당 논의는 피할 수 없다"며 "따로 따로 논의하지 말고 모두 함께 할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신주류뿐만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논의가 진행돼야 함을 주장했다.

임 의원은 신당 논의가 개혁세력(신주류와 범개혁성향)의 분란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신당 문제는 개혁세력 주체의 문제이지, 구주류의 문제가 아니다"며 "민심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이 마당에 사소한 차이로 갈라지면 안 된다"고 개혁세력의 단합을 강조했다.

한편 김근태·이해찬·장영달·김영환·설 훈·이호웅·이재정·조성준·심재권·임종석 의원 등 재야출신 의원들도 오찬 모임을 갖고, 당 개혁을 위해 당내 개혁세력들의 힘을 모아나가기로 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당을 리모델링해 개혁적이고 양심적인 세력 등을 규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개혁세력 중심의 신당추진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측은 이날 모임의 내용을 '설왕설래'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모임에서도 신당에 대한 화두가 제기됐다는 점에서, 향후 신당 논의는 민주당 전체로 급격히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신당과 관련해 뒤집을 지고 있던 범개혁성향의 의원들이 '신당의 깃발을 올려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어 신당 논의는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주류는 신당 논의에 대해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윤수 의원은 '신당에 구주류가 함께 가느냐'는 질문에 "가고 싶으면 가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것"이라며 "(신당 논의에) 흥미 없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또 "일방적으로 자기들끼리 하는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구주류 인사들도 선거패배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하기보다는 당의 결속을 강조하고 나섬으로써 자칫 신주류측을 자극해 개혁신당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개혁당, '개혁신당' 창당에 적극 나서

유시민 후보의 재보선 당선으로 더욱 개혁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개혁당은 '개혁신당'에 아주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들은 개혁신당의 목표를 "내년 총선에서 국회 권력을 수구냉전세력으로부터 되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국민정당 김원웅 대표와 유시민 당선자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역주의 정당에 셋방살이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내 개혁세력은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고 역사 앞에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며 개혁정당으로 모일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특히 특정 지역정당과의 당대 당 통합에는 확실한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법통을 계승하는 신당은 필요 없다"며 "개혁당이 특정 지역주의 정당과 결합해 다른 당과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은 스스로 지역구도의 한 축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대표는 "3김 시대 종식은 DJ와 YS의 정계은퇴로 완결되는 게 아니라, 3김이 만든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해체하는 것으로 완결된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해체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3김 시대' 종식임을 강조했다.

한나라 개혁성향 의원, '관망세'

개혁신당 창당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민주당 신주류나 개혁당이 주장하는 개혁신당 참여 범위가 '개혁 인사'라는 점에서, 민주당 구주류를 배제할 경우 개혁신당의 크기가 너무 왜소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이 개혁신당에 참여해야, 내년 총선을 확실히 '보수대 개혁' 구도로 가져갈 수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민이 보수와 개혁으로 양분돼 있다는 점에서, 이 구도라면 총선에서 대등한 득표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은 '개혁신당'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당 개혁안의 실천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6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경선 때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당의 개혁이 안 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탈당도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던 안영근 의원도, 이날 기자의 탈당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런 거 전혀 없다"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