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여린 가죽싹이 돋아나는 고향의 뒷마당 ⓒ 가죽나무/이종찬^^^ | ||
내 고향은 창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 고향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창원공단이 형성되면서 내 고향의 모든 풍경들은 조국 근대화의 거센 홍수속에 모두 휩쓸려가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큰 산을 바라보며 저어기 저 쯤이 물레방아가 있었던 자리이고, 또 저 쯤이 남천이 실뱀처럼 굽이쳐 흐르던 자리이고, 저 쯤이 우리 논이 있었던 자리라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내 "고향에 돌아온 날 밤" 방에 누워도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은 함께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너무나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 어린 날의 추억은 아직도 밤하늘의 별이 되어 빛나고 있고, 그 어둔 밤하늘에선 내 어린 날 날려보냈던 그 가오리연이 훠이훠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나는 어린 날 추억의 등불을 켜고 그리웠던 그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리웠던 그 순간들은 금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내가 그리웠던 그 순간을 떠올린 것인지 내 고향의 여러 가지 낯선 풍경들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린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서글픈 눈물바람뿐입니다.
컹컹컹,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 개는 왜 저토록 밤을 새워 짖고 있는 것일까요. 저 개짖는 소리는 잃어버린 내 고향을 향해 짖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러한 추억들을 깡그리 쫓아보내기 위해 짖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내 고향의 그림자조차 밟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내 고향은 없습니다. 내 고향은 내 마음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그런 고향을 현실에서 눈으로 찾으려고 했으니... 그래서 이제 나는 가야만 합니다. 이름만 남은 내 고향을 떠나 내 마음 속 깊숙히 숨어 있는 아름다운 내 고향을 찾아 가야 합니다. "쫓기우는 사람처럼" 그렇게 가더라도 진정한 내 고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이 시에서 말하는 고향은 다름 아닌 조국입니다. 일제에 의해 빼앗긴 우리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시인은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조국이 이제 더 이상 나의 조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눈물을 짓습니다. 조국에서 밤을 새워 짖는 개의 소리는 다름 아닌 일제 앞잡이들이 우리 민족을 물어뜯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진정한 조국을 되찾기 위해 쫓기는 사람처럼 그렇게 떠나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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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에서 어느 게 가죽나무인가요?
삐죽 서 있는 그림인가?
가죽나무는 가죽을 만드는 나무인가?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답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