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몸 속으로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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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몸 속으로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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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36>문정희 “비의 사랑”

 
   
  ^^^▲ 쓴씀바퀴너의 눈물이 되고 싶어
ⓒ 우리꽃 자생화^^^
 
 

몸 속의 뼈를 뽑아내고 싶다.
물이고 싶다.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당신의 어둠의 뿌리
가시의 끝의 끝까지
적시고 싶다.
그대 잠 속에
안겨
지상의 것들을
말갛게 씻어내고 싶다.
눈 틔우고 싶다.

산이 자라고 들이 자라는 사월... 지난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추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난히 봄비를 애타게 기다렸는 지도 모릅니다. 봄비는 무엇일까요. 봄비는 죽었던 생명을 불러 일으키고, 꽁꽁 얼어붙었던 삼라만상을 따스한 입김으로 녹아내려 이윽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하는 감로수입니다.

겨울이 차디찬 얼음이라면 봄은 따스한 물입니다. 겨울이 가없는 죽음이라면 봄은 가없는 생명입니다. 겨울이 안타까운 이별이라면 봄은 포근한 사랑입니다. 겨울이 사방팔방을 분간하지 못하는 캄캄함이라면 봄은 솜처럼 부드러운 안개를 머금고 밝아오는 아침햇살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몸 속" 에 있는 "뼈를 뽑아내고" 마침내 "물" 이 되고 싶어합니다. 즉 시인은 자신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모든 어둔 기억들을 떨쳐내고 따스한 사랑으로 남고 싶어합니다. 그리하여 그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사랑의 향기로 사랑하는 그 사람 속으로 스며들고 싶어합니다.

그 물은 마침내 "당신의 어둠의 뿌리/가시의 끝의 끝까지/적시고 싶" 습니다. "그대 잠 속에/안겨/지상의 것들을/말갛게 씻어내고 싶" 어 합니다. 그리고 말갛게 씻어낸 그 자리에 부드러운 사랑의 향기로 새싹을 틔우고 싶어합니다. 그렇습니다. 시인은 나와 그대, 그리고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밀쳐내고 새로운 희망의 봄을 심고 싶어합니다.

이 시에서 나오는 "뼈" 와 "어둠의 뿌리", "가시의 끝의 끝" "지상의 것" 등은 모두 얼어붙은 땡겨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또 그 땡겨울은 어둠이기도 하고 죽음이기도 하고 가없는 이별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물" 과 "향기", 즉 봄이 되어 그러한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운 생명의 봄을 틔워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제 곧 향기로운 아카시아가 무더기로 피어나고, 담장마다 예쁜 장미가 그대의 입술처럼 빨갛게 피어날 것입니다. 우리도 이 시처럼 그동안 묵었던 여러 가지 감정들, 시기, 질투, 슬픔, 미움, 아픔, 원한 등을 깨끗히 씻어내고 새로운 희망의 봄비로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파아란 새싹을 틔워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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