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는 늘 피곤하다 잉꼬부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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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는 늘 피곤하다 잉꼬부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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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거리를 두자

‘건강한 거리’를 둔 부부가 행복하다

한 때 ‘기꺼이’ 사랑에 눈멀고 귀먹었던 그들이 살 맞대고 사는 지금, 입에 바늘을 물고 혀끝에 독을 바르고 상대를 거침없이 찌르고 할퀸다.

아무리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종의 정서적 ‘각성상태’로 사람의 사고 작용과 인지기능을 마비시키고 퇴행시키는 속성이 있다지만, ‘철’ 지난 부부의 모습은 참으로 스산하다.

원래 인생이 그런 거라고? 결국 상처 주고받으며 인간 하나 제대로 이해하려 몸부림치다 측은지심 안고 눈감는 거라고? 아니다. 행복하려 결혼했으니 잘 살아 보고 싶다.

성격차이로 엉킨 실타래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풀고 싶다. 서로를 향해 진심으로 한 발 다가서고 싶다.

자식에게 목숨 거는 엄마, 늘 피곤한 아빠

“부부들은 대개 억울함이 도를 넘어 폭발 직전의 ‘활화산’이 돼서야, 분노의 화신이 돼서야 비로소 저를 찾아요. 정서적 이혼을 코앞에 둔 다급한 상황에서요. 배우자의 비난에 상처받고 돌 같이 굳어진 심장을 가진 분들이 와서 폭발할 때면 진정시키는 것도 힘들죠”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씨의 말.

억울함의 진원지를 추적하면 의외로 아동기에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남편이 변해 불멸의 사랑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아내, 아내의 미숙함을 참을 수 없다는 남편 모두 사랑에 굶주리거나 관심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많은 이들이 갈등의 이유로 내세우는 ‘성격 차이’도 알고 보면 대부분 둘의 욕구나 문제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 가정에는 부모는 있지만 부부는 거의 없지 않은가.

“우리 가정이 부부 보다는 부모-자녀 중심이잖아요. 자녀는 건강한 부모를 통해 부부의 모습을 배우는데 우리 세대는 자식에게 목숨 거는 엄마, 늘 피곤한 아버지밖에 없어요. 그러니 둘이 있으면 불편한 거죠. 그런 혼란감이 다양한 ‘부부문제’로 드러나는 거고요.”

아이들이 원하는 건 ‘행복한 엄마’

자아 존중감을 가진 신인류로의 진화를 뜻하는 ‘미시족’의 등장도 그의 눈엔 그다지 바람직한 모델이 아니다.“미시족, 여자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각성이죠.

‘나는 엄마처럼 살진 않을 거야’하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미시족엔 ‘욕구’만 있지 가정 안에서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어요. 취미생활 등 자신에만 몰두하는 거죠. 그러면서 귀한 음식은 무의식적으로 자식에게만 줘요. 아빠의 자리는 없는 거죠.”

그럼 그가 꼽는 ‘건강한 부부상’은 어떤 모습일까? 의외의 대답이 나온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의 엄마 ‘헬렌’이다. 아빠가 역경에 처한 상황. 한국의 엄마라면 남편이 어떻게 되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터인데 헬렌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에게 ‘우리 가정에서 정말 중요한 아빠가 위험에 처했어. 엄마가 얼마나 너희를 사랑하는지 알지? 믿는다’ 하며 길을 나선다.

“그럴 때 아이들은 ‘엄마가 우릴 떠났어’가 아니라 ‘엄마가 우릴 정말 믿는구나’라고 느껴요. 아이들이 원하는 건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정말 아빠를 사랑하며 행복한 엄마니까요. 그리고 자신들이 그 행복의 산물이라는 걸 느끼는 거고요.”

나는 부부의 고독을 서로에게 비추는 거울

김씨는 부부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한다고 했다. 경계를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계를 잘 확립하고 균형을 이루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누구나 ‘절대 고독’이 있거든요. 그리고 성숙한 사람은 내가 절대고독을 느낄 때 배우자도 느낀다는 걸 인정해요. ‘건강한 거리’를 아는 거죠.

결국 저는 부부의 고독을 서로에게 비추는 거울이에요. 저라는 거울을 통해 서로를 마주보고 이해하니까요.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보람 있어요. 저도 그들을 통해 남편과의 관계, 딸과의 관계를 배우기도 하고요.”

인간은 결국 ‘죽을 때까지 스스로 홀로인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역설적 운명’을 지닌, 나를 지키면서 나를 내주는 ‘반대 병존’의 상태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눈으로 부부관계를 보면 결혼 안에서 화해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 부모든, 친구든, 애인이든, 누군가로부터 ‘버려짐’ 혹은 이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을 할 작정이다. 충분히 상처 받은 사람이 다음 바닥을 치고 올라 올 때 누군가 잡아주면 더욱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도움말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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