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조각배 띄우며
희망의 조각배 띄우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03.04.19 0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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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몸따라> 경남 진해 “해안도로”

 
   
  ^^^▲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도 좋다
ⓒ 경상남도^^^
 
 

한반도 남녘에서는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의 속내를 드러내며 앞을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피어나고 떨어지고, 떨어지고 피어나고. 문득 인생무상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국내 최대의 벚꽃축제로 유명한 진해 군항제도 오래 전에 끝이 났다. 그와 더불어 이젠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제법 더운 바람이 분다. 벌써 초여름이 성큼 코 앞으로 다가오는 것인가. 하지만 이라크만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우울해진다.

그래. 이러한 시기에는 내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전쟁이야기로 술렁이는 도심을 잠시 벗어나 한반도 남녘의 해안가로 가자. 가서 성큼 다가온 봄빛에 취해 살포시 보조개를 짓고 있는 남해바다 속에 안겨보자. 가서 하염없이 밀려오는 파도에만 취할 게 아니라 조그만 조각배라도 접어 남해바다 위에 띄워보자.

"니 말도 맞다. 맨날 촛불시위만 할 끼 아이라, 남해바닷가에서 이라크로 가는 희망의 조각배를 띄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끼라"
"쉿! 함부로 그런 말 꺼내지 마. 그러다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바다가 온통 종이배로 오염될라"
"내 말은 그기 아이고 그런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런 말 아이가"


 

 
   
  ^^^▲ 마치 용이 꿈틀대는 것만 같은 해안도로
ⓒ 경상남도^^^
 
 

그렇다. 기왕 진해에 가서 바다구경을 하면서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면 진해시를 품에 안고 있는 해안도로 쪽으로 달려보자. 진해 시청에서 행암 쪽으로 달려가다보면, 간혹 풍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장들이 시야를 가로막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공장들을 무시하고 더 달려가면 이내 쪽빛으로 흔들리는 잔잔한 바다와 그 바다 위에서 희망의 조각배처럼 떠도는 작은 섬들이 시선을 붙들어 맨다.

진해 해안도로는 풍호동 행암에서 안골마을까지 총 20㎞에 이르는 바닷길로 도로 폭이 12m 정도 되는 2차선 도로다. 이 도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일대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사는 사람들과 낚시꾼들이 이용하는 한적한 도로였다. 하지만 부산으로 가기 위해 가끔 이 도로를 달려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지금은 오가는 차량들과 하이킹을 나온 자전거 무리가 더러 눈에 띈다.

"수치해변 뒤에 있는 산이 바로 우리 선산이야"
"그라모 해마다 오것네. 매사(묘사) 때문에"
"묘사도 묘사지만 심심하면 가끔 한번씩 낚시하러 오기도 해"
"그라모 니는 오래 전부터 니 혼자서 이곳 절경을 만끽했다 이 말이네"
"글치(그렇지)"


야트막한 선산에 올라 해변 쪽을 바라보면 어느새 이 해안도로가 큰 용으로 변해 남해바다를 마구 촐싹이며 용트림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산마루에 앉아 쓰디쓴 소주라도 마시면서 수시로 물빛이 변하는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또 어느새 바다가 육지인지, 육지가 바다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해안도로 주변은 곳곳이 낚시터다. 또한 도로 곳곳에 간이주차장과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끼리나 사랑하는 연인끼리 오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해안도로 양쪽에는 하얀 꽃망울을 마악 터트리는 벚나무와 아열대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언뜻 느끼기에는 어느새 자신이 제주도에 와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저 해안도로 곳곳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은 어촌마을이 있다
ⓒ 경상남도^^^
 
 


비취빛으로 출렁이는 진해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심심하면 인근에 있는 웅천왜성과 안골왜성도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또 진해 바닷가 명소 수치해안이 나오면 소쿠리섬을 바라보면서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맛이 좋다는 남해안의 쫄깃한 회 한 접시를 먹어보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만하다.

"그라모 니는 저 소쿠리섬에도 가 봤것네. 이야기로 들으니까 저 소쿠리섬에 물이 빠지모 피조개하고 바지락에다 개불까지 잡힌다 카더마는"
"아니. 한번도 가보지 못했어. 저기 가려면 물때를 맞춰 가야 되는데, 그게 어디 맞아 떨어져야지. 그때 가면 해산물도 해산물이지만 소쿠리섬과 곰섬 사이에 있는 바다길이 열리는 광경을 볼 수가 있거든"
"등잔 밑이 어둡다 카더마는. 그라고 보이 진도에서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기 아이네"
"모세의 기적? 여기는 썰물 때만 되면 그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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