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안격, 삼각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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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 안격, 삼각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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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방향으로 이인삼각 달리기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으나 이젠
원수를 사랑하며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시오.

- 마태복음 5장 23, 24절에서 -

보한재 신숙주(保閑齋 申叔舟 1417-75), 매죽헌 성삼문(梅竹軒 成三問 1418-58),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1435-93) 이상 세 사람은 15세기를 대표하던 사나이들이다. 그러나 15세기의 태풍이었던 계유정난은 이들이 각각 다른 원색(原色)의 인격을 택하여 다른 방향으로 달리도록 강제되었다.

그 사건은 단종 원년(1453)에 시작되었다. 왕숙(王叔) 수양대군은 당시 왕권을 압도했던 김종서(金宗瑞)의 권세를 격파하며 왕위찬탈과 조카 선왕까지 죽이는 불인(不仁)의 수순을 이어갔다. 이때 사대부의 주제는 충신론(忠臣論)으로 한 사람이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이었다.

이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여 나머지 왕족들과 신하들은 어쩔 수 없이 양극화라는 모멘텀(momentum)을 겪게 되었다. 이때 당여파는 공신(功臣) 대우를 받아가며 백성을 다스렸다. 사육신은 대의(大義)의 가르침에 따라 장렬한 죽음을 택했다. 생육신은 호신(護身)하였으나 벼슬만큼은 끊고 피했다. 단종이 봤을 때 당여파는 가위표, 사육신은 동그라미, 생육신은 세모이다.

음, 보한재는 가위표요 매죽헌은 동그라미이다. 그러나 보한재의 생각은 매죽헌 보다 폭이 넓었을지 모른다. 즉, 세조든 단종이든 같은 핏줄이며, 왕은 갈려도 백성은 영원하다. 그런 반면 매죽헌은 보한재와 달리 도리를 중시했다. 즉, 왕이든 신하든 먼저 하늘아래 한점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

남효온(南孝溫 1454-1492) 등의 생육신은 세모이다. 여자로 치면 그들은 수절한 청성과부 댁과 같다. 그렇다면 보한재는 재가 댁이요, 매죽헌이 열녀 댁이다. 사실이지 당여파, 사육신, 생육신 합쳐 왕의 신하란 정체성은 한결같다. 충신이란 축으로 봤을 때 다만 스펙트럼의 위치만 다를 뿐이다.

매월당은 겉모습이 생육신처럼 보이지만, 속은 그들과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매월당은 고루(固陋)한 왕의 신하가 아니라 천하(天下)의 자유인이었다. 세조가 불사(佛事)를 건수로 신하의 반열에 묶어두려 애썼지만, 그는 X통으로 빠져나와 도망쳤다고 전해진다. 틀에 갇힌 갑갑함을 참을 수 없었다.

문학은 매월당에게 자유로의 탈출구였다. 또 그는 선승(禪僧)의 모습으로 천하를 주유(周遊)했지만, 마음이 바뀌면 환속(還俗)도 서슴지 하였다. 서울 인근의 수락산 자락에서 그는 꽤 오래 동안(1471-1483) 손수 농사지으며 살았다. 제자도 두고 유불선(儒彿仙)을 연구했으며, 재혼하여 자녀를 얻고 싶어 했다. 그나마 부인이 일찍 죽는 바람에 허사가 되어버렸지만.

매월당은 매죽헌처럼 의롭게 살고, 보한재처럼 오래 살았다. 그러나 매월당이 그들과 차별되는 점은 충신의 축에서 동떨어진 방외인(outsider)이라는 것이다. 매월당은 온 몸과 온 맘을 다 바쳐 죽음너머의 구원을 찾아 헤맸다. 자신을 자유를 위한 희생양(犧牲羊)으로 아낌없이 써버렸던 것이다.

爾形至省 네 꼴은 아주 볼품없고
爾言大侗 네 말은 매우 어리석네.
宜爾置之 마땅히 너는 버려져야 돼
丘壑之中 저 먼 산골짜기 가운데.
매월당시사유록(梅月堂詩四遊錄) 표지에 있는 찬(贊)의 후반 4구이다.

매월당은, 보한재와 매죽헌의 양극으로 이어진 단선을 해체하고, 삼각형의 다른 한 각을 구축하여 다원화하였다. 이러한 매월당의 공로는 마치 흑백TV를 컬러TV로 대체한 경이로움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따 지(地) 노랑은 보한재, 사람 인(人) 빨강은 매죽헌, 하늘 천(天) 파랑은 매월당이다.

보한재, 매죽헌, 매월당은 각각 삼각형의 꼭지각을 이룬다. 그리고 지평(地坪)을 확장하기 위하여 두 사람씩 짝지어 세 방향으로 이인삼각(二人三脚) 달리기를 벌린 것 같다. 보한재와 매죽헌은 충성(忠誠)으로, 매죽헌과 매월당은 성인(成仁)으로, 매월당과 보한재는 진력(盡力)으로 한 발씩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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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2006-06-18 12:14:06
한 시대의 역사를,인물을 단적으로 표현하기란 어렵지만 나름의 위치와환경에서 각 인물들은 자신들만의 특벽한 성격과 인격을 가지고 있었던것만은 사실이다. 그들은 모두가 충신이고 나라를 생각하는애국자요올바른 나름에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한시대의 역사의 한획을 그은 인물임은 의심할여지가없다.
본 칼럼을 집필하신 교수님 너무도 존경스럽고 감사드립니다. 한 주에내용이 완성되기까지 3에서4일의 시간을 하려하시는 내용들은 단순한내용의 결과가아닌 주제가 가지고있는 특징과 결론이 독자에게 하여금의문이 없이 내용의 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수있게끔하는 좋은 내용인것같습니다,늘 감사드리고 자주 이용토록 하겠습니다.
계속 왕성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조규섭 2006-06-19 21:49:15
교수님 ! 감사합니다. 늘 좋은 내용 정말 감명깊게 읽고 있습니다.
미처 제가 느끼지 못했던 많은 글 중에 직업관과 윤리에 대하여 말습
하신적 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많은것을 혼돈했섰습니다.
하나 지금은 많은 마음의 위로와 격려의 글인듯 합니다. 직업관과
각자가 이행해야할 가치관인듯 합니다. 현존하는 미래지향적이여야
하나 교수님의 글을 읽은면 마음의생각과 많은 시간의 지난시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정말감사합니다. 늘건강 조심하시고 늘 밝은 표정
하루에 한시간정도는 운동의 여유로움을 찿았으면 합니다
늘 가정에 사랑과 믿음과 건강이 같이하길 주님앞에 같이 기도올림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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