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자꽃너는 무슨 한이 그리도 많아 가슴에 가시를 달고 있느냐 ⓒ 우리꽃 자생화^^^ | ||
귀촉도, 귀촉도란 말은 무슨 말일까요. 단순히 우리들이 알고 있는 자규나 불여귀, 두견새, 소쩍새, 접동새와 같은 새 이름에 불과할까요. 또 이 시에서 말하는 서역 삼만리와 파촉 삼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대체 무슨 한이 그리도 많아 "눈물 아롱아롱" 머금은 채 님은 피리를 불면서 그곳으로 갔을까요. "진달래 꽃비"를 맞으며.
귀촉도란 새 이름 속에는 슬픈 전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들은 대부분 유비와 조조가 나오는 삼국지를 한번쯤은 읽어 보았을 것입니다. 귀촉이란 말은 촉나라 충신이 그 유비가 세운 나라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촉나라는 이미 망하고 없습니다. 그래서 그 충신은 통곡을 하다가 죽어 마침내 그 넋이 귀촉도란 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시에 나오는 서역 삼만리나 파촉 삼만리는 모두 저승길을 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다신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리" 인 것입니다. 망한 촉나라로 가는 길, 그 긴 삼만리 길 자체가 곧 저승길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를 사지로 보낸 여인은 때늦은 후회 속에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습니다.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 메투리/은장도 무른 날로 이냥 베어서/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그렇습니다. 님이 떠나가고 난 여인의 삶은 부질없습니다. 살아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털을 모두 베어내 가시는 님의 신발 한켤레라도 엮어 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 후 사랑하는 님이 떠나신 뒤의 밤하늘에는 초롱 불빛 같은 은하수가 굽이굽이 흐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님은 저 초롱 불빛으로 빛나는 은하수 속의 별 하나가 되었을까요. 그런데 그때 문득 굽이쳐 흐르는 은하수 속에서 젖은 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소쩍, 소쩍, 하는 울음진 가락이 눈물방울처럼 뚝뚝 흘러내립니다.
이 시는 망국의 한을 담고 있는 촉나라 충신의 일편단심을, 일제에게 조국을 빼앗긴 우리 민족의 망국의 한으로 승화시킨 탁월한 시입니다. 또한 죽도록 사랑하는 님을 저승으로 떠나보낸 여인의 슬픈 망부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정주는 불행하게도 이 시와는 달리 친일을 한 시인으로 낙인 찍혀 있습니다. 읽으면 저도 모르게 서러움이 북받치는 이 슬픈 이별의 시처럼 서정주 역시 "하늘 끝 호올로" 그렇게 그냥 가고 말았습니다. 속죄의 편지 한장 남기지 않은 채.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 더욱 가슴이 저려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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