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기억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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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기억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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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북녘땅을 바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6.25동란 57년을 맞는 어머니의 감회는 새로웠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6,25 전쟁이 벌써 57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어머니는 지난 주일 교회에서 구역식구들과 서부 최전방인 애기봉을 방문하셨다고 한다.새천년이 시작되고 남북 정상이 만난 이후 상호비방방송은 박물관으로 보내졌고 문산-개성 간, 거진-금강산 간 철도연결사업이 완성되어 시험운행을 앞두고 있지만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이미 시작되었고 남북 고위급 간부들이 자주 왕래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나에게는 외할머니)의 1주기를 앞 둔 어머님의 북녘땅을 바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유복했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6,25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당시 어머니와 나는 주일예배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지방에서 의료활동을하던 아버지께서 마침 내일(6월26일)이 백범 1주기 추도식이라 올라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전선이 시끄럽다고 들었다고 했지만 38선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충돌했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별 일 아니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고 말씀드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정부수립 이전에 남대문 등지에서 흰 완장을 찬 사람과 빨간 완정을 차던 사람들이 충돌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어머니가 주일학교 교사로도 활동하던 무렵이어서 온 종일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었는데 저년무렵이 되면서 싸이렌소리와 함께 등화관제를 하면서 성가대 의자밑으로 숨었다고 하셨다.

당시 어머니는 초등학교4학년이었다.따라서 어머니가 초등부 교사로 활동하신 터라 비록 혜화동 저택과는 비교할 수 없던 한자릿수 평이던 단독주택 형식의 교회가 마치 자기집처럼 편했다고 말하셨다.

서대문 상공에는 북한군 전투기가 폭격을 하고 LPG통 만한 폭탄이 쏟아지는 등의 공습경보 속에서 나와 어머님은 창고로 사용되는 지하에 숨어있었다.

그 와중에서 아버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밀양에서 열차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 열차가 부산발 서울행 마지막 열차였던 것이다.그러니까 서울역에서 전차를타고 혜화동으로 향하던 중 포성이 가까워지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북한방송이 점차 가까이 들려오면서 목사님과 함께 지하에서 후문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교회를 빠져나오던 중 아버지를 만난 것이다.죽창과 낫으로 무장한 빨간 완장의 청년들은 교회내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불을 질러 전소 시켰다.

조금만 늦었어도 우리 모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러나 피난길에 성공하고 서울이 수복 되면서 상경했을때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이웃집 머슴아이가 어서 병원으로 가보라고 숨가쁘게 말을 한 것이다.

그 후 맞은편에서는 피투성이의 한 청년이 지게더미에 실려 돌아오는 것이었다.아버지였다.

피난을 못 간 것이 아니고 가지 않으셨던 것이다. UN에서 파견 된 외국인 의사도 가망이 없다며 고개를 젓고 되돌아 갔지만 어머님은 지극히도 아버지를 살리려 동분서주하셨지만 끝내 눈을 감으시고 말았다. 자신의 허벅지를 베어 그 피를 먹이기도 하고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는 희귀약초를 구하려 외곽의 산지를 손수 오르내리며 약초를 구해 먹여보기도 했으나 하늘도 어머니의 정성을 외면하셨다.

지난해 어머님은 임종 하루 전 아버지를 꿈에 보았는데 예수님을 영접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이후 어머님은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지난시절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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