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라’영화 '인사이더'가 주는 교훈을 생각할 때다. | ||
한 집단구성원이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지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행위를 ‘내부고발’ 혹은 ‘양심선언’이라고 한다.
부정부패 근절을 아무리 외쳐도 비리가 조직 안에서 철저하게 은폐되면 현실적으로 뚜렷한 대처 방안이 없다. 한 집단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외부사람이 알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설사 외부사람이 비리 사실의 일부를 알게 되더라도, 내부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사람이 조직의 부정부패와 진실에 대해 말한다면, 상황은 역전된다. 이런 점에서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은 부정부패 근절의 최상책 중 하나이다. 이러한 ‘내부고발’이 한국사회에 활성화된다면,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고발’의 문화가 사회에 정착하려면 한가지 조건이 있다. ‘철저한 내부고발자의 보호’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는 용기를 내어 조직의 비리를 제보한 내부고발자에게 사회적 빚을 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사회가 내부고발자를 철저하게 보호하여 그 빚을 갚을 차례이다.
2억 3천만원 환수했지만 내부고발자는 해고
1999년 10월, 상희원에서 일했던 조성열 씨는 유호준 이사장의 공금횡령 사실을 참여연대에 제보했다. 조 씨의 제보 내용은 “유 이사장이 서울시로부터 수서청소년수련관을 위탁 운영했던 상희원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것이었다. 그 해 11월, 참여연대는 서울시에 입증자료를 첨부해 시민감사청구를 했다. 실제로 시민감사관의 조사 결과, 상희원(당시 이사장 유호준)이 2억 3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고, 유 이사장이 횡령한 이 돈은 서울시로 환수되었다. 모두 조 씨의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 이루어낸 성과였다.
그러나 수 억원을 횡령한 상희원의 대표이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횡령한 금액을 유 이사장에게 상납한 전 원장에게는 벌금 1천만원의 가벼운 처벌이 선고되었다.
내부고발자인 조 씨는 자신의 명의로 통장이 개설되었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법원에서 횡령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조 씨는 상고를 포기하여 형이 확정되었다. 또한 이 사건 후, 조 씨는 상희원에서 해직되었고 현재 해고무효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내부고발자(부패행위신고자)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부패방지법 제정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내부고발자에 대해 어떤 보호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영화 '인사이더'가 주는 교훈,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라’
2000년에 미국 영화 ‘인사이더’(The Insider, 감독 마이클 만)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미국의 3대 담배 재벌 중 하나인 브라운&윌리엄슨 사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B&W사에 소속된 연구원 제프리 와이갠드(러셀 크로 분)는 어느 날 갑자기 ‘의사소통 능력 미달’이라는 기이한 이유로 해고된다. 해고의 정확한 이유는 그가 “니코틴의 신속한 흡수를 위해 인체에 유해한 암모니아 화합물을 담배에 첨가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겼기 때문이다.
그는 CBS 시사프로그램의 PD인 로월 버그만(알파치노 분)을 만나게 되고, 둘은 담배회사의 패악을 폭로하기 위해 방송을 함께 준비한다. 이를 눈치챈 B&W사는 와이갠드 박사가 입사할 당시 서명했던 비밀 엄수 서약서를 빌미로 온갖 협박과 음모를 감행한다.
버그만 PD가 어렵게 취재한 뉴스는 언론사와 담배회사의 유착관계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는다. 버그만 PD는 “한번 더럽혀진 명예는 다시 회복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방송국에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그는 CBS와 담배회사의 유착관계를 뉴욕타임스에 밀고하는 내부고발자가 됨으로써, 자신의 취재원이었던 와이갠드 박사를 지켜낸다.
이 영화를 통해 조직원의 일원으로서 조직의 비리를 제보하는 내부고발자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어려움이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사회는 호락호락한 대상이 아니다. 때때로 진실은 거짓말보다도 더 힘을 얻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취재원이자 B&W사의 내부고발자였던 와이갠드 박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CBS의 내부고발자가 되었던 버그만 PD처럼, 사회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데 앞장서야만 ‘내부고발’과 ‘양심선언’이 한 사회의 풍토와 문화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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