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울망울 맺힌 명자꽃 ⓒ 우리꽃 자생화^^^ | ||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나는 물끄러미 그 소리를 듣고 있다.
한 아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다!"하고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 따라서 읽는다.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목소리도 하나도 흐트리지 않고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읽기여
우리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
명자꽃이 이라크쪽 하늘을 바라보며 빠알간 피울음을 흘리고 있습니다. 명자꽃이 울고 있는 산길 옆 과수원에서는 배꽃이 과수원 밖으로 하얀 소매를 내밀어 진종일 꺼이꺼이 울고 있는 명자꽃의 바알간 눈물을 꼭꼭 찍어내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었다는 슬픈 소식이 배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벌처럼 윙윙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곳곳에서는 온갖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꽃들은 저마다 속내 깊숙히 품고 있었던 독특한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이 매일 바라보는 저 꽃들도 저마다의 독특한 모습과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포함한 삼라만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삼라만상이라는 말도 결국은 저마다의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그렇게 붙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삼라만상의 엄연한 질서를 깨뜨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미국화 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아니, 새로운 자본시장의 식민지 국가로 재편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그리 쉬이 될 수가 있을까요. 그런다고 명자꽃이 배꽃이 되고, 배꽃이 명자꽃이 될 수가 있을까요.
이라크, 아니 지구촌의 약소국이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도 어이 없이, 그렇게 쉬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꽃이 피어나듯이, 이라크에서도 이라크의 새로운 희망 같은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아이들... 아이들은 곧 우리의 미래이자 새로운 희망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백짓장처럼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 색깔로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려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이미 여러 가지 색깔로 마구 덧칠까지 해놓아, 이제는 그 바탕색조차 구분이 되지 않을만치 캄캄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 어른들이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이 시키는 데로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딴 아이도 따라서" 소리 높여 책을 읽습니다. 한 아이의 소리를 따라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오늘도 옥구슬을 굴리고 있는 계곡물처럼 맑고 투명하기만 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맑은 아이들끼리는 그렇게 금방 잘 섞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마음은 그렇게 맑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귀에는 선생님께서 아무리 "아니다 아니다!" 하고 가르쳐도 아이들은 한결같이 "그렇다 그렇다!" 라며 거꾸로 따라 읽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시인은 오늘도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은 그 하급반 교과서를 들고 앵무새처럼 따라 읽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마음은 빈 들판처럼 쓸쓸하기만 합니다. 왜냐구요? 금방이라도 먹물로 얼룩진 어른들의 검은 마음이, 샘물처럼 맑은 아이들의 마음에 검은 얼룩을 지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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