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큰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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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큰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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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28>김억 “오다 가다”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 리 포구(十里浦口)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 천 리(水路千里)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 이 꽃도 인연이 있어 피어나는 것인가
ⓒ 모과꽃/우리꽃 자생화^^^
 
 

불교에서는 흔히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큰 인연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란 것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는 비단 사람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만나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인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내 인기척에 퍼드득 놀라 날아오르는 새,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 하나,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 풀과 나무, 짐승과 벌레 등과의 인연도 모두 그러합니다. 소위 말해서 우리 인간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피부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이 인연의 고리 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너는 이 세상을 살면서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인지 분별할 수 있느냐?"
"착하게 사는 것이 곧 악업을 쌓지 않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것이 착함이냐?"
"???"
"너가 지금 무심코 딛고 있는 네 발바닥 아래에서도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지 못하느냐?"

이 지구상에는 56억이란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 56억이란 모래보다 더 많은 사람들 중에서 문득 내 옷깃을 스쳐가는 그 한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전생에 오백 번의 인연이 있어야 이생에서 비로소 옷깃을 스쳐 지나갈 수 있다고 하는 그런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입니까.

하지만 우리는 옷깃을 그렇게 스쳐 지나간 사람이 아니라 한때 아주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과의 인연조차도,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얽혀 멀리하고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때에는 제 분에 못이겨 스스로 수많은 사람들과 적을 쌓아 스스로 인연의 끈을 매정하게 끊어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살아가면서 맺는 인연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길 수가 있습니다. "오다 가다 길에서/만난 이라고" 또 "자다 깨다 꿈에서/만난 이라고" 그렇게 옷깃을 스치듯이 보고 가고, 그저 그렇게 잊은 듯이 모른 척하며 지나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지금도 "뒷산은 청청(靑靑)/풀 잎사귀 푸르고/앞바단 중중(重重)/흰 거품" 이 그때 그날의 인연처럼 하얗게 밀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때 그날의 인연처럼 "산새는 죄죄/제 흥(興)을 노래하고/바다엔 흰 돛/옛 길을 찾" 아 떠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때 첫 인연을 맺은 "십 리 포구(十里浦口) 산 너" 머에는 그대가 살고 있고 "그대 사는 곳" 에서는 오늘도 "송이송이 살구꽃" 이 "바람과" 한가로이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수로 천 리(水路千里) 먼먼 길"을 따라 "예전 놀던 그대를/못 잊어" 이렇게 찾아가는 것입니다.

"너는 길을 걷다가도 무심코 나뭇잎을 따거나 나뭇가지를 꺾지 말아라. 너와 마주치는 그러한 물상들도 모두 인연이 있어 네 가까이에 있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너는 이 세상을 살면서 어떤 것이 네게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해야 하느니라. 그것이 곧 너와의 인연의 법을 지키는 것이자 선행을 실천하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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