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산줄기 세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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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산줄기 세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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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령에 떨어진 빗방울은 바다에서 만난다

한국에 비빔밥 정신이 있는 한,
멀티미디어 시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 백남준의 1994년 어록에서 -

백두산에서 물줄기를 건너뛰지 않고 계속 내려오다 보면 일단 태백산에 다다른다. 여기까지 뻗친 분수령(分水嶺)은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고 있다. 이 산줄기는 다시 태백산에서 시작하여 서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지리산까지 이른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산줄기를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 칭한다. 한편 태백산에서 부산까지 동남쪽으로 이어진 산줄기는 낙동정맥이다.

태백산의 정상은 장군봉(1567m)이다. 장군봉을 정점(頂点)으로 잡았을 때 북쪽 및 서남쪽 백두대간과 동남쪽 낙동정맥은 마치 세모뿔에서 내린 세 모서리처럼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태백산은 우리나라 남반부 전체를 굽어보는 자세이며, 따라서 전략적 요충지이다. 그러므로 일찍이 이곳에 하늘을 우러러 경배하는 천제단(天祭壇)이 베풀어졌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밝뫼, 이 산은 우리에게 경외심을 일으켜주었다. 중요민속자료로서 등록된 천제단은 돌을 둥글게 쌓아 만든 제단이며, 그 안에 한배검이란 비석이 서있다. 예로부터 이곳에서 단군임금에게 제사를 드렸고, 지금도 매년 개천절이 되면 태백제를 지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소망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군봉 정상 부근에는 단종(端宗) 비각이 있다. 단종이 죽임을 당한 이후, 어느 날 밤길에 그 지역담당 부사는 백마를 타고 오는 단종을 만났다나. 태백산의 산신이 되어 지금 가는 길이다, 라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숙부 세조에게 배반당한 어린 단종은 그의 억울함을 단군님께 끝없이 하소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단종은 태백산 산신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갈라서는 지점 가까이 35번 국도에 삼수령(三水嶺)이 있다. 이 분수령에 떨어진 빗방울은 세 갈래로 나뉜다.

1. 남한강-서북향의 검용소에 모였다가 서울을 거쳐 서해로
2. 낙동강-남향의 황지에 모였다가 부산을 거쳐 남해로
3. 오십천-동북향의 구봉산 자락을 돌아 삼척을 거쳐 동해로

태백시는 3대 강의 발원지 삼수령에 친환경적인 공원을 조성하였다. 이 공원은 태백시가 청정문화를 간직한 도시의 상징인 셈이다. 그러나 삼척에서는 삼수령을 피재라고 부른다. 그것은 황지지역을 하나의 이상향으로 보았고, 난리가 났을 때 이곳으로 넘어 피해오는 고개라는 뜻이다. 영월과 태백 인근 마을의 서낭당에서는 대부분 단종을 신위(神位)로 모시고 있다.

1453년(단종 1)은 오스만터키제국이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킴으로써 세계사의 한 분수령을 이루었던 해였다. 이때 한국에서는 계유정난(癸酉靖難)이 일어났다. 계유정난은 수양대군(首陽大君)이 단종의 보좌세력과 원로대신 등 수십 명을 한꺼번에 잡아 죽이고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이다. 1455년(단종 3)에 이르러 수양대군은 마침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세조가 되었다.

계유정난은 권력에 눈멀어 인륜을 저버렸다는 측면이 먼저 강조되지만, 촛불처럼 흔들리는 국기(國紀)를 바로 세우려했다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평가된다. 이것은 세종대왕이 받쳐줬던 집현전(集賢殿)이 인재를 발굴하고 각종 프로젝트를 연구개발(R&D)했다는 조명 뒤로 파워를 키운 중신(重臣)들 사이에 힘겨루기 같은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졌다는 것과 비슷하다.

어쨌든 이 사건은 신하들이 세 갈래로 헤쳐 모이게 하였다. 인격이 마치 삼수령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되었다.

1. 당여파(黨與派)-정인지, 신숙주, 한명회 등
2. 사유신(死六臣)-박팽년, 성삼문, 하위지 등
3. 생육신(生六臣)-김시습, 이맹전, 남효온 등

삼수령에 떨어진 빗방울은 서로 헤어져 남한강, 낙동강, 오십천을 타고 각각 서해, 남해, 동해에 이른다. 그러나 바다는 언제나 그렇듯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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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2006-05-29 21:45:16
역사를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것같습니다.
계유정난은 익히 학창시절에 배워왔던내용었지만 삼수령과의관계는 교수님의칼럼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세산줄기세물줄기 함축된 의미는 교수님께서 의도하신 내용이무엇이었는지 알게되어으며 이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좀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수있는 의미를 되세기게해준 좋은 내용이었습니다.감사드립니다.좋은 칼럼 계속 부탁드립니다.

김상윤 2006-05-30 13:52:11
쉬운 듯 하면서 어렵고
어려운 듯 하면서도 쉬운 것이 역사며 인생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뜻 다른 사상으로 다른 판단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가도..
결국 그 뿌리와 마지막 도착점은 언제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오늘 역시 교수님의 글을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배종화 2006-06-09 22:55:23
칼럼읽어 보았지만 이해 하기가 어려운것 같습니다..
그러나 계속 해서 읽을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권정태 2006-06-13 15:42:57
빗방울은 떨어져 강줄기를 타고, 그 강줄기는 결국 바다로...
시작은 빗방울이고, 끝은 바다지만..
어느 강줄기를 타고 흘렀느냐... 어떻게 흘렀느냐...

제가 지금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되새겨 보게 되는거 같습니다.
더 좋은 칼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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