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평화세력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자”
“전세계 평화세력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자”
  • 김태우 기자
  • 승인 2003.04.1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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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광장에서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의 날’ 행사 열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4월 12일 공식 선언했다. 러-독-프 3국 정상은 “이라크 재건에 유엔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전후 이라크 재건에 힘의 논리에 기초한 국제 질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의 선언과 러-독-프 정상회담을 근거로 살펴보면, 이라크전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정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세계 반전평화 세력 연대

4월 12일 오후 4시, 시청광장에서 여중생 범대위,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비상국민회의가 주관한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의 날’ 행사가 열렸다. 한국을 비롯한 34개국이 연대해서 벌인 이번 행사에는 4천 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라크전의 즉각적인 중단과 노무현 정부의 파병 결정 철회, 미국의 한반도 전쟁 위협 중단”을 외쳤다.

 

 
   
  ^^^▲ 행사를 마친 시위 참가자들이 광화문까지 행진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 김태우^^^
 
 



그리스의 ‘전쟁저지 연합’(Stop the War Coalitions)은 “미국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은 다름 아닌 국제적 반전운동 뿐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전세계 모든 곳에 있는 반전운동의 희망입니다”라는 연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스의 연대 메시지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번 시위는 ‘미국의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전세계의 반전평화 세력들이 연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회를 맡은 김배곤 씨는 “이라크전은 미국이 일으키려는 전쟁의 끝이 아니며, 시리아와 이란, 북한이 그 다음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길은 반전 평화 운동 뿐”이라고 호소했다.

“어린이도 전쟁은 싫어요”

오후 3시 50분 경, 봄 바람이 쌀쌀한 시청 광장에서 시위 참가자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박기범 이라크 통신’(cafe.daum.net/gibumiraq) 회원들은 자녀들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이라크 어린이에게 생명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자녀들이 직접 그린 반전 그림을 들고, 시청광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신한얼(9) 군이 무대 위에 올라 반전 발언을 하고 있다
ⓒ 김태우^^^
 
 



또한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여중생 범대위의 최연소 자원봉사자인 신한얼(초등학교 3학년) 군이 무대에 올라 반전 발언을 했다. 신 군은 “역사적으로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역사에 남은 이라크전은 많은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 시위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발언이 끝나고 시작된 노래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어린이 노래단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니가 끝까지 무사했으면 좋겠어”라고 적힌 ‘이라크 어린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시위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미국을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

뇌출혈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노구를 이끌고,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이라크를 공격하고 패망 시키는데, 2주가 걸렸다. 이라크의 조기 패망은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약속한 발언시간 5분을 훨씬 넘기면서, 리 선생은 “이라크전을 통해 미국을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발언자는 영화배우 정진영 씨였다. “내 아이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고,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이라크의 아이들이 소중해서 이 자리에서 서게 되었다”면서, 정 씨는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과 함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소박하게 계속 전쟁에 반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끄러운 전쟁에 참전했던 역사 씻기 위해 노력해야”


 

 
   
  ^^^▲ 시위에 참가한 이승철 한나라당 의원이 '파병과 반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태우^^^
 
 

이날 시위에는 이승철, 김홍신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참석해서 기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파병반대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의 이승철 의원과 이라크전과 파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이승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파병안에 반대한 걸로 알고 있다. ‘파병안 통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파병은 우리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다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또 그런 점에서) 새로운 정치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지금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활동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20세기에 우리민족은 베트남전, 아프카니스탄전, 그리고 이번 이라크전까지 침략적 성격을 띠고 있는 전쟁에 참전한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외세로부터 많은 침탈을 받았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과 함께 저지른, 이러한 전쟁에 대해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들과 함께 (잘못을) 보상하고, 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평화세력과의 연대를 통해서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써야 한다.”

- “반전 시위가 소강상태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라크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서 수위가 낮아진 면도 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세계인과 함께 (반전시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잠재되어있던 시민들의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이 이번 시위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정신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평화 행진 보장하라, 합법 시위 보장하라”

오후 6시 경, 행사를 마치고, 광화문까지 행진을 하려고 했던 시위 참가자들은 시청광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부산은행 앞에서 전경버스에 가로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전경들은 폭 35m정도의 도로에 전경버스 2대를 비스듬히 세워놓고, 시위 참가자들의 행진을 가로 막았다.


 

 
   
  ^^^▲ 광화문에 다시 집결한 시위 참가자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고있다
ⓒ 김태우^^^
 
 



시위대가 “평화 행진 보장하라, 합법 시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전경들은 거리를 열어주지 않았다. 조금씩 흥분한 시위 참가자들과 전경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다. 버스에 올라가려고 하는 시위 참가자들 일부와 버스 위에서 이를 막는 전경들 사이에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깃대와 피켓을 이용해서 전경들을 버스 위에서 밀어내려고 했고, 충돌 중에 전경들은 소화기를 시위대를 향해 뿌리기도 했다. 40여 분 간 계속된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일 때, 시위대 후미에 있던 대학생들이 롯데 백화점 방향 거리로 달려나갔다.

교보문고 지상 입구 앞에 다시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반전 평화시위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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