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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공생, 제 14회 서울환경영화제 추천작 5편기후변화, 탈핵, 환경 운동, 지속가능한 삶 등 주제로 개막
정선기 기자  |  ski.ch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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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9  13:00:30
   
▲ 자연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제 14회 서울환경영화제' ⓒ뉴스타운

계절의 여왕, 5월에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나들이가 꺼려지는 가운데, 이러한 대기오염을 비롯한 기후변화, 핵위기 등을 소재로 한 제14회 서울환경영화제가 18일부터 7일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소재 이화여대 ECC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전 세계 40여 개국 55편(장편 40편·단편 15편)의 작품이 초청됐고, 국제/한국환경영화 경선 등 상설 부문과 기후변화, 탈핵, 환경 운동, 지속가능한 삶 그리고 로스웰 특별전 등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은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시네필을 대상으로 추천작 8편을 소개했는데, 이 가운데 2014년 무장테러단체(IS)에 마을을 점령당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그려낸 개막작 <유령의 도시>를 포함해 시네필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 5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유령의 도시>는 올해 개최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카르텔 랜드>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매튜 하이네만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무장단체에 가족을 잃은 이들이 표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통해 뜨거운 분쟁 지역인 시리아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집안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지만 이들의 손가락은 숨죽인 채 미디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시의 위성 통신망을 부수고, 어린아이를 선동해 테러를 일삼는 테러단체에 맞서 “라카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Raqqa is Being Slaughtered Silently, RBSS)라는 슬로건 아래 스마트폰에 현지의 참상을 촬영해 SNS에 올려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미디어 전쟁을 벌이는 시민 저널리스트 그룹의 일부 멤버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악에 대항하려는 용기 있는 행동과 동료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시민운동을 멈추지 않는 이들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두 번째 작품은 <야나의 차이나드림>으로, 미국 마이애미 출신으로 중국 북경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언어·정치·인류학을 전공한 보렌스테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최근 국내에 개봉한 한국 영화 <보안관>을 떠올리는데, 부동산 광풍이 휩쓴 중국의 현실을 조명하면서 시골의 오지 마을을 ‘글로벌 붐 시티’로 둔갑시키는 황당한 사건을 그려낸다. 

영화는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한 청년을 통해 한탕 심리와 탐욕에 편승한 부조리한 현실을 성찰해내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야 행복해지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개인의 욕망과 자본이 더해져 위험천만하게도 언제 꺼질지 모르는 허세 가득한 중국의 현실을 포착해낸다. 

1980년 9월 미국 아칸소주에서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 <위기의 9시간>은 미국의 로버트 케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패스트푸드네이션』의 작가 에릭 슐로서의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핵탄두를 탑재한 타이탄 II 미사일 기지에서 정비공의 실수로 인해 연료 탱크에 구멍이 나면서 사고 수습에 나선 이들의 사투를 그려낸다. 이 다큐멘터리는 실제 사고 당시 촬영된 기록 영상과 인터뷰, 재연을 통해 사고가 터지기 전의 핵위기의 불안감을 긴장감 있게 연출해내며 핵의 위험성에 대해 고발한다. 

<딥 워터>와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등 다큐멘터리 작품을 연출한 제리 로스웰 특별전도 영화제 기간 중 진행된다. 세 편의 작품이 초청됐는데, 감독의 2010년도 작품 <익명의 정자 기증자>는 자신의 엄마에게 정자를 제공한 익명의 아빠를 찾아 나서는 10대 소녀 조 엘렌의 여정을 그려낸다.

영화는 과학과 의학이 혼재된 현시대를 성찰하고, 생물학적인 관계가 가족 혹은 사회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느냔 질문을 던지는데, 성년을 앞둔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우리 사회에는 다소 생소한 정자 기증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소녀가 이복 자매를 찾고 그들과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특히, 의학 기술이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명하면서 미래에 등장하게 될지도 모르는 다양한 유형의 인간관계를 사유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관계의 확장'이라는 실제적이고 진지한 담론을 제시하는 감독의 기획의도에 관객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반응할지도 관건이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초청된 '지속 가능한 삶' 섹션은 지속 가능하고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모색하는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극영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초청됐는데 멸종, 노동의 가치, 독성 화학 물질 등 테마를 아우르는 건강한 먹거리, 웰빙, 웰다잉, 슬로우 라이프, 대안 농업, 대안적 건축 등 환경과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섹션에서 극 영화로 추천된 유일한 작품은 이란 출신 마흐디 자파리 감독의 영화 <소년과 바다>이다. 

영화는 이란의 해변 마을에서 어부 아버지와 함께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한 소년이 어느 날 조업을 나갔다가 최상급 캐비어를 생산하는 아름다운 희귀종 철갑상어를 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가족들조차 소년에게 어부로서의 삶을 원하지 않고, 정부에서도 어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탐욕에 눈먼 어른들은 상어를 차지하기 위한 추적을 시작하고 소년은 어업 관리과에 신고해야 할지, 생계를 위해 철갑상어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처럼 최근 아시아권 영화 가운데 돋보이는 이란 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노인과 바다><백경> 등 고전의 이란 버전처럼 다가오며, 빈곤 등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조명하는 영화제의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이 시작되는 19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환경을 담론으로 한 특별한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 한 편을 관람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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