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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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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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가 핵무기제조에 앞장서기까지

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산술은 모순이 없기 때문에.
악마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기에.

- 수학자 앙드레 베이유의 어록에서 -


아인슈타인은 생전 화려한 학문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70여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다. 큰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던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갈등과 고통을 그는 지속적으로 겪었다. 어릴 때 전제적 학교체제 부적응, 유태인으로서의 사회적 정체성, 가정에서 아내와의 갈등, 나치스에 대한 정치적 반감과 이은 유랑생활, 양자물리학회에서의 따돌림, 말년에 통일장이론의 불발 등으로 그에 대한 신화(神話)적 에피소드는 어둡게 얼룩져 있다.

그럼에도 그가 웬만큼 장수했다는 것은 자기 마음을 낙천적으로 잘 관리한 탓이다. 말년의 초상 중에는 티 없이 웃는 얼굴에 소년처럼 혓바닥을 쏙 내민 것이 있다. 이것은 내면에 중첩된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를 좋아했다. 두세 명의 연주자가 모이면, 모차르트 실내악 중 웬만한 곡은 바이올린으로 직접 연주했다고 한다. 발표용은 아니었지만 자선연주회도 여러 번 가졌다고 한다. 모차르트 음악은 그의 긴장풀이에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모차르트 역시 불합리한 자기 시대를 냉소하듯 작곡으로 긴장을 풀었다.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와 마음이 통했다고 할까.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이 신념은 아인슈타인의 철학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그는 상대성원리와 쉽게 양립되지 않는 양자이론과 맞설 때마다 이 유명한 명제를 반복했다. 특히 양자론 철학을 대표하는 불확정성원리를 발표한 하이젠베르크를 설득하기 위하여 이 전제를 강조하였다고 전해진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유태인임을 자랑으로 여겼다지만 결코 유태교의 인격적 신을 믿지 않았다. 그가 존경한 사람은 율법의 화신(化身)인 모세가 아니라 오히려 범신론의 스피노자였다.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시공(時空)과 빛에 대한 개념은 인격성이 아닌 초월성이 더욱 요구되었던 것이다.

진리는 상대적이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성과를 흐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참모습은 오히려 상대성 너머의 불변과 절대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연에 충만한 신의 존재가 그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무한과 영원이 서로 침투하는 우주의 모델을 발견했다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초기 적극적인 평화주의자였다. 무기가 있기 때문에 싸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무기를 모조리 제거하자는 몽상에 빠진 듯이 보였다. 마치 전쟁을 혐오하기 때문에 병역대신 감옥을 택하는 광신도 같았고, 종전 이후 반전(反戰) 운동을 펴는 뉴에이지(New Age)의 선조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치스의 무차별 유태인 학살을 피하여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이었다. 히틀러가 핵폭탄을 만든다는 정보에 접한 그는 곧바로 현실적인 평화주의자로 변신한다. 1939년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원자폭탄의 선제개발을 강조하는 편지를 세 번씩이나 띄웠다.

그 결과 맨해튼에서 핵무기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1942년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LANL)로 개편되었고, 1945년 7월 중순 마침내 테스트폭발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때 나치스는 이미 몰락한 즈음이었다. 엄청나게 든 돈이 아까웠을까, 대신 그해 8월 6일 나가사키에 실전 사용되었다.

정당방위 측면에서 악독한 세력이나 정권은 가공할 수단을 쓰더라도 세계사 무대에서 깨끗이 쓸어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판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듯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반전(反轉)되었다. 그러나 그가 궁극적으로 평화를 추구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인슈타인의 에너지-물질 등가공식은 인류의 몰살에도 또 대체에너지로도 쓸 수 있는 양날의 면도칼이다. 그가 이분법에서 계속 갈등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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