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환타지아’와 거대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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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환타지아’와 거대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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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교수의 ‘빛의 환타지아’]

▲ ⓒ뉴스타운

필자는 그 동안 공부해온 것들과 모아 둔 자료들도 있고 해서 처음에는 1~2년이면 되리라 생각했으나 막상 시작해 보니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제가 쓰고자 하는 내용 중 책에 없는 것들을 구글이나 야후 등에 들어가 영문으로 검색하면 마치 저를 위해 준비해 놓은 듯 안성맞춤인 콘텐츠가 자주 발견되었습니다. 또 필자는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데다가 전공분야도 달라 영문을 한글로 번역하기도 그리 만만치 않았으나 그런대로 해나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중간에 욕심이 생겨 내용이 자꾸 추가되는 바람에 탈고하는 데까지 결국 4년여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원고를 주위 사람들에게 읽혀보니 이구동성으로 너무 읽기가 힘들다며 특히 용어자체부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과학용어까지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그렇다면 가능한 한 많은 이미지(image, 그림과 사진)들을 곁들여 이해를 돕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들을 접촉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림과 사진을 마련하는 것도 저자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제 스스로 관련된 그림과 사진을 마련한다는 것이 너무 막연해서 출판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으나 마침 그해(2006년) 5월 동아일보에 허진석 기자의 ‘변신하는 대학’ 특집기사 중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게 되었습니다.

- 스웨덴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한 교민은 ‘빅뱅에서 문명화까지’라는 수업얘기를 꺼냈다. 150억 년 전 빅뱅부터 시작해 지구가 탄생하고, 지구에 등장한 생명체가 어류에서 양서류 등을 거쳐 포유류로 진화하고, 이후 인간이 등장해 수렵생활과 농경생활을 하고, 부족국가, 도시국가를 거쳐 현재의 문명수준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배우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취지라는 것이었다. -

그런데 교육 강국인 스웨덴에서 가르친다는 교과내용이 마치 커닝을 한 듯 필자의 책 내용과 완벽히 일치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꼭 이런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이 책을 완성시켜야겠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에 수록할 이미지들을 작가에게 그리도록 부탁하거나 직접 촬영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으므로 가능한 한 인터넷에 있는 것들 중에서 선정하여 저작권을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이런 것은 거의 없겠지 하며 찾아본 이미지들조차 마치 제 책을 위해서 준비된 것처럼 생각 외로 많이 나타나 즐겁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저작권자들과 일일이 접촉하고 가격협상을 하는 것이 그렇게 수월하지만은 않았고 비용도 꽤 많이 들었지만 세계적인 작가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그림이나 사진들을 하나하나 모아 가는 즐거움은 또 남달랐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우주 부분에서는 STScI(the 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의 Hubble site나 NASA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사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 SF화가 Don Dixon, 멸종된 동물 전문화가 Carl Buell, 역시 멸종된 동물이나 특히 공룡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Karen Carr와 John Sibbick, 멸종인류 복원전문가 Elizabeth Daynes와 그의 전속사진작가 Philippe Plailly, 세계적 사진작가 Peter Essick 등이 그들의 작품을 무료로 또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또 런던 Science Museum의 Natasha Mulder, Dorling Kindersley사의 Paul Turner, harappa.com의 Omar Khan, 파키스탄 Dept. of Archaeology and Museums의 Mahmood Hasan, David Goldman 외에 수많은 분들이 그들의 작품이나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또는 그림들을 무료 내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주었으며 일본 Kobe Shukugawa Gakuin 대학의 Manabu Koiso교수는 인더스문명과 관련된 사진들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룡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토트랩에서 대부분의 공룡그림과 함께 여러 종의 멸종동물들을 그려 주었고 고교동창인 최영보 교수와 지한솔군도 여러 훌륭한 그림들을 그려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1년이 지난 2007년 봄에는 필요로 하는 이미지들을 거의 다 모을 수 있었으나 황허문명에 관한 이미지들은 인터넷상에서 찾기도 힘들었거니와 혹시 찾아서 메일을 보내도 단 하나의 회신조차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문으로 메일을 보내 그런가 싶어 중국어 전공인 나민구 교수에게 부탁하여 중국어로도 메일을 보내는 한편 출판사를 접촉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필자는 당시 출판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K 사의 P 여사장과는 종종 같이 술도 마시는 비교적 가까운 사이였고 또 제 책이 좋은 책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출판은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원고를 검토한 P 사장은 잘 안 팔릴 책이라며 거절하였고 그때서야 필자는 K사가 좋은 책을 잘 파는 출판사가 아니라 잘 팔릴 책만을 만드는 출판사라는 것을 알게 되어 굉장히 씁쓸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그런데 나 교수로부터 자기가 잘 아는 ‘차이나 하우스’라는 중국관련 전문출판사가 중국관련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공하겠다고 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그 출판사 L 사장에게 황허문명에 관한 원고를 보내고 그와 관련된 어떤 이미지도 좋다고 하였더니 원고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나머지 원고도 전부 보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이 왔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읽어본 L 사장은 출판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자신이 해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필자는 당시 국내 홍보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P 사의 Y 대표와 비교적 가깝게 지냈고 또 미리 부탁도 해두었기 때문에 책을 만들기만 하면 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출판을 맡기는 것은 좋으나 필자의 책을 ‘차이나 하우스’라는 출판사 이름으로 출간하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러면 책을 만드는 동안 적당한 출판사 이름을 정하여 새로 등록하겠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책이 편집되는 동안 아름답기도 하지만 주제가 책의 내용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고 생각되는 폴 고갱의 대표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를 표지그림으로 선정하고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저작권도 구입하였습니다. 책의 제목은 처음에는 ‘현대과학으로 본 창세기’나 ‘빅뱅(우주의 시작)에서 오늘까지’ 등을 생각했으나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 즉 우주만물은 모두 빛에서 비롯되었으며 우주의 역사는 그야말로 빛이 펼쳐내고 있는 거대한 한편의 드라마이자 환상곡(幻想曲, Fantasia)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에 ‘빛의 환타지아’로 정했고 처음 생각했던 제목들은 부제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새로 등록할 출판사의 이름도 환타지아로 하기로 했으며 제일엔지니어링의 강행언 회장과 고교동창인 강선대 박사, 서승원 회장 등이 책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재정의 일부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또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장관,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장관, 소광섭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남백희 명지대학교 생명정보학부 교수(전 이과대학장), 임종호 을지의과대학교 교수,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께서는 바쁘신 중에도 주옥같은 추천사를 써 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5년의 각고 끝에 2007년 8월 15일 ‘빛의 환타지아’를 출간하여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수 있었으며 이석채 전 장관은 고맙게도 직접 참석하여 축사를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은 같은 해 과학기술부(당시)와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고 읽어 본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으며 특히 과학저술에 대한 가차 없는 비평으로 잘 알려진 서강대의 이덕환 교수도 이 책에 대해서는 극찬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믿었던 P 사의 실무진들이 ‘빛의 환타지아’와 같은 책을 홍보해본 적이 없어 삐거덕거리는 바람에 이 책을 널리 홍보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필자 스스로라도 어떻게 좀 해보려고 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 국립중앙과학관,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등에서 이 책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2008년 1월부터는 한국과총에서 발간하는 ‘과학과 기술’지에 이 책의 내용을 연재하는 한편 동년 4월부터는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선정한 과학기술 앰베서더로서 각급학교, 교육청 등에서 교사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동년 8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바뀌면서 과학기술 앰베서더 제도가 없어져 그런 활동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빛의 환타지아’가 널리 보급될 시기가 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은 이에 관한 모든 것을 접어두고 친구들과 등산이라도 열심히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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