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水性)에서 온 여자, 화성(火性에)서 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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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水性)에서 온 여자, 화성(火性에)서 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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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강렬하면서도 왕성 여성은 상대적으로 완만

언젠가 미국에서 한 여학생이 자기 남자친구를 ‘강간 혐의’로 고소한 일이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 여학생이 기숙사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방 안에서 남자 친구와 맞닥뜨린 것이다. 뭔가를 그냥 전해주러 왔다가 여자 친구의 속살을 보게 된 남학생은 순간적으로 사랑에 대한 충동이 일었고, 서서이 여자 친구에게 다가가 키스를 퍼부었다.

여학생은 순순히 그 키스에 응했다. 그러자 남학생은 그 분위기에서 섹스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섹스를 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여학생은 남학생을 고소했다.

과연 이 여학생은 왜 고소를 한 것이며, 법원은 여학생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 사건이 신문에 보도된 후 의견들이 분분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 여학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쪽.

왜냐? 남학생이 폭력을 써서 강제로 한 게 아니라면, 여자 쪽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면 단호하게 ‘NO!'를 외쳐야 했다는 것이다. 'NO'라고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 아니라면, 얼떨결에 했어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섹스할 마음이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즐길 땐 같이 즐기고 왜 나중에 딴 소리야?”

이 한 마디가 남성들 입장을 대변해주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로 판결이 어떻게 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난 그 여학생의 고소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여학생은 그야말로 ‘키스까지만’ 원했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이에 키스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여성은 키스를 통해서도 섹스 못지 않은, 혹은 그 보다 더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성감이 성기에만 몰려 있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입술로도, 혹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성감이 극대화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비극은 남성과 여성의 성감이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서로 간에 ‘다른’ 점을 이해하지 못해 생겨난 일인 것이다.

남녀의 성 반응은 보통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흥분기, 침체기, 절정기, 쇠퇴기’.

일단 남자의 성욕은 강렬하면서도 왕성하게 일어난다. 반면 여자의 성욕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남자의 성욕은 빨리 일어날 뿐만 아니라 이 네 가지 단계의 성적 반응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된다. 절정기에도 빨리 오르고, 사정이 끝나면 성욕은 급격히 해소되어 버린다.

하지만 여자는 성충동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일어나면서, 특히 흥분기 이후 일정한 시간 동안 안정 단계를 유지하다가 차츰차츰 절정기에 진입한다. 쇠퇴기도 남성과는 달리 느린 속도로 서서이 사라지면서, 지속적인 키스나 애무, 포옹을 원한다.

남자의 성욕은 주로 성기의 접촉을 원하지만, 여자는 비교적 다양한 동작과 섬세한 애무를 원한다.
또 한 가지. 남자는 매번의 성교 과정에서 일정한 정도의 쾌감에 만족하지만, 여자는 매번 성교 때마다 느끼는 쾌감의 정도가 다르다. 성적으로 만족을 느끼지 못할 때도 많다.

이런 차이점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위의 사건의 경우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남학생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학생과 키스를 하면서 이미 발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남자의 성적 사이클을 볼 때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여자친구의 감정을 무시해버렸다는 것.

얘기했다시피 여자는 성에 관한 사이클이 굉장히 길고 완만하다. 이 사이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섹스는 그 어떤 여자도 바라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여자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키스 정도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같은 여자인 내가 보기에 너무도 정당하다.

다만,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지 못한 것은 그 여학생도 일정 부분 잘못이 있다. 남자친구가 설사 좀 기분이 상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강력하게 의사 표시를 해야 나중에 딴소리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는다.

“여자는 왜 그렇게 복잡해? 정말 너무 까다로워!”

남자들은 이렇게 얘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천성이 예민하고 섬세한 특정 여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렇게 여성과 남성이 다른 이유. 좀 더 근본적으로 알아보면 어떨까?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기(氣)’이다. 기는 그 속성에 따라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로 나눌 수 있다.

양(陽)은 언덕 부(阜)에 빛날 양(?)을 합친 글자. 언덕 위에서는 햇빛이 더 밝게 비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음(陰)은 언덕 부(阜)에 그늘 음(陰?)을 합친 자로 언덕에 가려서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양은 기능적인 면, 즉 만물을 변화하게 하는 원동력에 가깝고, 음은 사물의 구조적인 면, 즉 수동적이며 안으로 수렴하는 기운에 가깝다. 이런 양적인 속성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남자이고, 음적인 속성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여자이다.

음양은 사물의 속에 내재된 속성을 구분한 것이고, 이 음양이 실제적인 현상으로 나타날 때는 오행(五行)으로 나타난다. 오행(五行)이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이 다섯 가지를 말하는데, 각각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고, 늙고 죽는’ 것을 상징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두 평생 동안 이 다섯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오행 중 순수한 양은 화(火) 즉, 불이고, 오행 중 순수한 음은 바로 수(水) 즉, 물이다. 그래서 양의 성질이 강한 남성은 ‘불’, 음의 성질이 강한 여성은 ‘물’이라는 얘기가 된다.

불과 물의 성질은 어떤가?

불은 성냥개비 하나만 갖고도 긋기만 하면 활활 타오른다. 타오르다 성냥개비가 다 타버리면 순식간에 싸늘한 재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물은 쉽게 끓지 않는다. 은근한 불을 계속 때줘야만 어느 순간부터 끓기 시작하고, 불이 꺼진 다음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끓어오를 때 시간이 걸린 것처럼 식을 때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여성의 성감과 남성의 성감이 다른 것은 바로 이런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남성은 양의 성질인 불과 같아서 쉽게 타오르고 쉽게 꺼지지만, 여성은 물과 같아서 갑자기 뜨거워지지 않는다. 작은 불씨로 가마솥에 가득차 있는 물을 끓이듯 천천히 정성을 들이는 것. 이것이 바로 부부 금실의 비법이다.
만약 여성의 정력이 너무 세면 어떻게 될까?

물이 넘쳐나면 불을 꺼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정력이 너무 세면 남성이 맥을 못 춘다. 그래서 남자보다 여자가 강하다는 말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여성은 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물은 어떻게 끓여야 할까?

좋은 그릇을 준비하고 좋은 땔감을 준비하고, 끓을 동안 좋은 음악도 틀어놓고 부드러운 속삭임도 들려주고 여기에 은은한 조명까지 덧붙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과정들을 절대 귀찮은 절차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물을 끓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남성의 성감 역시 최고조에 이를 수 있을 테니까. 성적 쾌감은 정신적인 교감이 밑바탕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물 끓일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라면 어느 여성이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보통 전희라고 부른다)을 거치면 여성은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해 마음의 문이 열리고, 그리고 좀 더 좋은 느낌이 유지되면 몸도 열린다. 성기를 삽입하는 섹스는 이 단계에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르가즘에 오른 뒤에도 후희(後戱)가 따라야 한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키스를 하는 등 메뉴는 취향 따라 골라서 계발하면 된다. 끓고 난 물이 서서이 식어가는 것처럼 여성의 성감도 서서이 사그라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여운을 지켜주면 좋다. 덜 식은 물에 불길을 가하면 이번에는 처음보다 더 빨리 끓는 것처럼, 여성의 오르가즘은 여러 번 반복될 수 있다. 이것이 남자와는 조금 다른 점이다. 남자는 한 번 오르가즘에 이르고 나면, 다시 성욕이 일어 절정기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리지만, 여자는 오르가즘을 느끼고 나서 그 이후에도 좋은 자극이 이어지면 몇 번이고 금세 오르가즘에 오를 수가 있는 것이다.

청나라 <등초선사전(燈草禪師傳)>이란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무릇 남자란 한 번 끝나고 나면 그것으로 만족하여 잠이 오지만 여자는 쏘이면 쏘일수록 더욱 큰 기쁨을 느끼게 되어 그치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남자는 화성(火性)이므로 한 번 물을 끼얹으면 곧 꺼져버리지만, 여자는 수성(水性)이므로 불을 때면 펄펄 끓어올라서 불이 있는 한 언제까지나 중단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성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시작하는 성생활은 그야말로 ‘잘 차린’ 식탁에 비유될 수 있다.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인 식탁 말이다. 맛은 좋은데 영양가가 별로 없다거나, 영양가는 좋은데 맛이 정말 아닌 식탁을 차리고 싶지 않다면 결국 좋은 식탁 차리는 노하우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노하우의 포인트가 바로 ‘여성은 물, 남성은 불’이라는 한방적인 원리이다.

물론 매일 맛있고 영양만점인 음식만 먹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차리는 식탁만 앉아서 받을 수도 없다. 또 함께 먹지 않고 혼자서만 독식하는 식탁 풍경도 썩 보기 좋지는 않다.
근사한 식탁을 함께 차려서 함께 먹는 성문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이 만난 여자는 수성(水性)에서 온 여자다. 그리고 당신이 만난 남자는 화성(火性)에서 온 남자다.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어떤 맛과 영양을 지닌 식탁을 차릴지,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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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2006-02-27 15:18:23
뉴스타운에서 요런 좋은 상식만 읽고 실첨만해도 성추행이나 성폭행 같은 것은 없어질낀데 안타깝다.

잘난이 2006-03-02 00:55:38
화성, 수성 하늘에 있는 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묘하고 심오한 뜻이 있을 줄이야! 이 박사님 고맙습니다. -꾸뻑-

익명 2006-03-04 13:47:01
잘봤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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