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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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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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5>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복사꽃누가 내 슬픔을 불러다오
ⓒ 우리꽃 자생화^^^
 
 

사람들은 지구촌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비단 만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와 무 생명체, 지구촌을 둘러싸고 있는 하늘과 구름과 별과 달과 바람과 비 등, 만나는 것들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습니다.

그 수많은 천지만물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것들은 잠시 만났다가 그대로 잊혀지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순간의 만남이 영원으로 지속되어 그 어떤 의미가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만났을까요. 지금까지도 인연의 끈을 동여매고 있는 것들은 또 어떤 것들일까요. 그리고 내 기억 속에 숨었다가 영원히 잊혀져 버린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도 내 마음 깊숙히 남아 나를 움직이는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이 시에서 시인은 존재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란 존재와 내가 바라보는 그 어떤 존재와의 관계가 우연에 의한 필연인가, 아니면 필연에 의한 우연인가, 그도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한 것인가에 대해 차분하게 되새겨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와 같이 그 어떤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리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해도 내가 그 대상을 불러주지 않는다면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 어떤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를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그 대상은 내가 바라는 아름다운 그 무엇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어떤 대상 역시도 나를 불러주어야만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대상은 나 혼자만의 서글픈 의미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내가 어떤 대상을 불러주었을 때 우리도 그 대상의 그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 시는 '너'보다 '나'란 존재가 우선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나의 의미로 불러준 '너'도 곧 '나'처럼 나를 그 어떤 의미로 불러달라는 것입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나란 존재가 있습니다. 나는 여러 명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윽고 나는 그 누군가를 부릅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나를 불러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이 곧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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