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남녀주연상은 이변 없이 <내부자들> 이병헌과 <덕혜옹주> 손예진이 차지했고 가장 주목됐던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는 <내부자들>에게 돌아갔다.

영화 <내부자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이병헌이 남우주연상을, 우민호 감독이 감독상과 시나리오상을 수상하는 등 5관왕에 올라 '국뽕'(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대종상에서 공정성 시비를 잠재우며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대종상의 특성상 '국뽕' 영화들이 수상 릴레이를 이어갔고 시상식 초반에 시작된 <곡성>의 돌풍은 독보적이었지만, 행사에 앞서 유일하게 참석을 알렸던 영화 <내부자들>이 시상식 2부 부터 기획상을 필두로 시나리오상, 특히 감독상에서도 나홍진, 김지운, 허진호 등 쟁쟁한 후보자를 물리치며 수상 세례를 이어가 청룡영화상에 이어 '올해 최고의 영화' 2연패를 차지했다.

<곡성>의 아역배우 김환희는 청룡에서의 아쉬움을 신인여우상 수상으로 보상받으며,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는데, 주최 측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인한 불참자가 속출해 기술 부문에서 촬영, 조명, 녹음(음향)상 수상 때에도 무대에 올라 시청자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냈으며, 진행자들도 어색한 분위기 돌파를 위해 김환희에게 소감을 연속해 묻는 촌극이 연출됐으며, <곡성>은 단 두 명이 참석해 5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올해 대종상에서는 <덕혜옹주>도 의상상을 필두로 음악상(조성우, 최용락)을 수상하면서 심상치않은 행보를 보였고 손예진이 여우주연상, 라미란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앞서 개최된 청룡영화상과 비교 대종상 출품을 거부한 <아가씨>의 자리를 메우며 '파란'의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수상작 분포로 본다면 오스카(미국아카데미) 시상식을 떠올렸다. <내부자들>은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3관왕에 오른 <레버넌트>를, <곡성>은 기술부문 6관왕을 차지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그리고 <덕혜옹주>는 2015년 오스카에서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며 남우조연상, 음향상, 편집상 등 3관왕이 된 <위플래쉬>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홍이 수습되지 않은 채 행사 강행으로 인한 각 부문별 후보자에게 참석고지 기간 부족과 레드카펫에서 참석자 표기오류, 시상자로 나선 협회 관계자들의 배우 시상자에 대한 배려부족 및 변명 위주의 장황한 멘트 등 진행에 불협화음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시상식에 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기쁜 일인데 무거운 마음이 앞서는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그동안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다. 여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느끼고 계실 거다"며 이러한 대종상의 문제점을 전했다.

그는 또 "20년 전 신인상으로 처음 대종상 시상식 무대에 섰던 기억이 난다"며 운을 떼고,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무대 위에 서고 싶은 명예로운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여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어요.

이어 "5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켜온 명예를 이전처럼 다시 찾는 것이 단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겠지만 긴 명맥을 유지하고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이대로 없어지는 것은 20년 전에 시상식에 오면서 설렜던 그 마음을 후배들도 앞으로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있는 수상소감을 전해 청룡영화상에 이어 주목받았다.

특히, 이병헌은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노력하는 순간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자신이 느꼈던 설렘을 이후 시상식에 오를 후배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며 "스스로 대종상영화제를 지켜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은 <밀정>의 엄태구가 차지하며 청룡의 무관을 떨치고 미술상까지 2개 부문을 가져갔고, 신인남우상은 <4등>의 정가람에게 돌아갔다.

<귀향>이나 <인천상륙작전>도 각각 2개 부문을 가져갔고 올해 대종상 시상식에서 음악상 부문은 마치 오스카 시상식을 연상시키듯 후보작 5편의 음악을 잔잔히 들려주며 눈길을 모았는데, 오히려 이후에 진행된 식순에서 연기상 본상 후보 소개 시간이 짧아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시상식 하루 전 날까지 후보자 대부분 참석한다고 불통으로 일관했던 영화제 측의 갑질 태도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영화인으로서 이병헌의 바람처럼 대종상이 영화인의 축제로 정상화될 수 있길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