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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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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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1> 이상 “거울”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만은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만은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목할께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만은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 우리들 마음속까지 비출 것처럼 환하게 피어난 자운영
ⓒ 우리꽃 자생화^^^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매일 아침, 사람들은 세수를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거울을 봅니다. 거울 속에는 영락없이 내가 들어 있습니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움직이는 대로 내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서 합니다. 앵무새처럼.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벙어리입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빤히 바라봅니다. 거울 속의 나도 나를 빤히 바라봅니다. 거울 속의 나도 나처럼 "귀가 두 개" 가 있고 입도 있고 코도 있고 눈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나와 똑같이 움직이면서도 일체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또한 거울 속의 내가 반가워 악수를 하려고 해도 악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나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 나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나를 가로막는 그 거울이 없었다면 거울 속의 나를 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통해서 내 모습를 알았고, 이제는 거울이 없어도 내 모습을 기억할 수가 있습니다. 나의 겉모습을 비추는 그 거울을 통해서 나는 내 마음의 거울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어느날 하루, 거울 속에는 내가 없고 어떤 낯 선 얼굴이 들어있음을 종종 느낄 때가 있습니다. 세월이 화살같이 흘러가고, 내 마음이 초라해질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내 얼굴은 내 마음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입니다. 내가 마음이 불편하면 내 얼굴에 그 불편함이 그대로 드러나니까요.

이 시를 읽으면 우리들의 자화상을 엿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거울을 통해서 나를 보다가 나아가 거울 속의 나를 통해서 내 마음까지 엿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내 마음의 거울인 내 얼굴 표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거울을 보면서 내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고, 그저 겉으로 드러난 내 얼굴만 멋드러지게 다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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