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기 누진제’ 법률적 문제 분석
‘가정용 전기 누진제’ 법률적 문제 분석
  • 이재만 변호사
  • 승인 2016.08.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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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폭염에 지친 아이들이 더위를 견디다 못해 집에 들어서자 마자 에어컨을 켠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엄마가 이내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꺼 버린다. 엄마의 이런 행동을 이해 못한 아이들은 짜증을 낸다. 그리고는 속으로 “그깟 전기세 몇 푼 된다고..”.

그러나 엄마의 속은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보다 더 새까맣게 탄다. 바로 전기세에 붙는 ‘누진제’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누진제를 보다 못한 국민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07년 도입된 ‘누진제’가 이제는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미운오리새끼가 되고 있다.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소송을 통해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은 가능한 것인지, 이참에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은 없는지, 이런 문제점들이 법률적으로 하자는 없는지 한번쯤은 분석하고 넘어 갈 때가 됐다.

본지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사회문제, 가정문제, 가족문제 등과 관련 명쾌한 법률해석과 국민 눈높이의 법률상식을 전파해 온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이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를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먼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누진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전기요금과 관련환 누진제가 최초 시행된 것은 1974년 석유파동 때이고 이때부터 세부적인 등급은 변화가 있어 왔는데, 기본적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려는 제도인 것은 동일하나 당시에는 최소요금과 최대요금간의 누진율이 1.6배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누진율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등급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것인데, 원래는 누진제 자체를 철폐하려 하다가 결국은 누진등급을 조정하고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은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얻으려고 하였기에, 전기 기본요금이 싸지고 누진율은 높아져 현재는 누진율이 최소요금의 11.7배에 달합니다.

Q. 국민들이 전기세 누진제와 관련 불만을 표출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가장 큰 문제는 전기요금의 형평성이라 할 것입니다. 누진제가 가정용에만 적용되고, 산업용과 상업용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논란이 될 때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저소득층 가구의 요금 부담 가중, 전력 사용 급증에 따른 수요관리의 어려움 등을 내세워 누진제도 개편에 난색을 표시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믿고 기다려준 국민들이 이제는 이 제도가 일반 국민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일방적인 것이라는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전체 전력의 60%를 사용하는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는 눈감은 채 오직 서민들에게만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에 불과하고,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이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 제공하는 전기요금은 농업용보다도 싸고 각종 혜택이 있으며 누진제도 전혀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1kwh당 적용 요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모두 6단계로 나눠져 있습니다.

1단계(0~100kwh)는 1kwh당 60.7원인데, 6단계(501kwh 이상)의 경우 700.9원으로 1단계와 6단계차가 11.7배입니다. 반면 기업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각각 kwh당 105.7원, 81원으로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현행 전기요금제만 놓고 보면 가정용 전기요금만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입니다. 즉, 많은 국민들이 가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기업에게 싸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Q. 법률가로서 누진제도의 불합리성과 형평성 결여는 어떤 점에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누진제도에 대한 한전과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전력의 낭비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한전의 막대한 영업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3,000여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물론 현대자동차에 한전부지를 매도한 덕분에 많은 수익이 발생한 것이긴 합니다만, 이를 제외하고서도 매우 높은 영업이익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전 수익의 대부분이 전기료임을 감안할 때, 현행 누진제도를 개편하게 되면 한전의 이익이 줄어들게 되고 정부의 재정수입 역시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고심이 이 때문에 크다고 봅니다.

Q. 한전의 한해 영업이익이 11조3,000여억원이라면 국민들에게 혜택을 베풀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말씀드렸듯이 전력의 낭비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력의 가격을 내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에 전기요금 현실화 등의 정책 도입이 검토되었다가 무산된 적도 있습니다. 또 가정용 전기 요금을 내리는 대신 산업용 전기 요금을 올릴 경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나라에서 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부로서는 기업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위에서 말씀드렸던 한전의 막대한 영업이익과 정부의 재정수입 감소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현재 한전은 100% 국영기업이 아니라 지분의 거의 절반이 민간에 넘어 간데다 지분 약 30%는 외국계 자본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가정의 돈이 외국계 자본과 민간 주주의 배만 불려 주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Q. 그럼 해결책이 없다는 것입니까.

A. 물론 해결책이 있습니다만, 너무 단기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생각하여야 합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도 자체가 문제인 제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현저히 형평성을 잃고 불합리할 정도로 무려 11.7배나 가파르게 상승하는 누진제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누진제가 아니라면 1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누진제로 1,00여만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하여 전기세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가정용과 산업∙상업용의 형평성, 한전의 사기업화, 누진제 등급의 불합리성 등을 따져 보고, 결국 누진제의 등급을 조절하고, 가정용과 산업, 상업용 전기 가격을 형평성 있게 유지하도록 국민들이 주장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정부도 국민의 의사에 부응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지금 3000여명이 넘는 국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과연 이 소송에서 재판부가 국민의 손을 들어줄 지 의문인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A. 재판의 결과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인데다 향후 전기요금과 관련하여 큰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몇 가지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시대적 환경을 검토해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사회 구조나 환경이 누진제를 도입하던 2007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부자일수록 가전제품 등을 사용하는데 따른 전기 사용량이 많고, 전기를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이 비싸지면 자연스럽게 절약도 된다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 사치품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TV, 에어컨, 스마트폰, 정수기, 세탁기, 냉장고 등은 생활필수품이 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TV등을 보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전기 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된 것입니다. 즉 돈이 많을수록 전기를 더 많이 쓴다는 것은 옛말이 됐으며, 소득이 적을수록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전기요금부담 비율이 오히려 더욱 커지게 되는 구조가 되었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다음은 전기요금 체계의 불합리성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는 전체 전력의 사용량을 따져 봐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 중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산업용은 무려 5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전체의 절반이 넘는 전력을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누진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의 경우 kwh당 요금이 약 106원으로 가정전기 평균 123원보다 저렴합니다. 그러므로 가정에 혹독한 부담을 주기보다는, 기업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또 현재 가정의 부담은 부당하고 혹독하다고 어느 정도로는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와 함께 한전이 일방적, 독점적으로 정한 전기요금 적용에 따른 국민의 불이익을 짚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1단계는 킬로와트시(kWh) 당 전력량 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 증가합니다. 과연 이 시스템이 적당한 것인지 이제 한전의 일방적 책정이 아닌 국민을 위한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Q 상당히 어려운 소송으로 생각됩니다만 현재의 국민여론을 감안하면 정부도 종전처럼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국민 모두와 연관된 문제이고, 만약 정부가 누진제와 가정에 가해지는 혹독한 부담을 생각하지 않은 채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현재 가계의 전기 사용은 생존과 결부된 것입니다. 과거 기름이나 가스를 사용하던 난방, 냉방도 전기로 하게 된 것이 일반적이고 심지어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로 된 전자레인지, 전기오븐등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이는 더 효율적, 친환경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반면 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동안은 정부나 한전이 누진제 전기요금은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다는 당위성을 앞세웠지만 이제는 시대상황의 변화로 이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누진제가 가정에서 생존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국민들에게서 터무니 없는 돈을 거둬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을 지원하는 양상이 됐습니다. 지금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 일반 가정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다면 현행 누진제도는 제도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입니다.

Q. 전기요금을 마치 세금으로 생각하는 국민들도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인식이 그동안 정부와 한전이 주도해 전기요금과 누진제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바탕을 깔아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A. 맞습니다.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닙니다. 전기요금은 한전 약관에 따라서 사용한 만큼 사용요금을 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누진제 또한 요금 규정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전기요금을 세금인 것처럼 인식하고 납세자로서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입장에서 무비판적으로 전기요금을 납부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당연히 전기요금 또는 전기료라고 불러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런 단어보다 전기세라는 말이 더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나 한전이 일방적으로 정해도 아무런 불평 불만 없이 전기료를 세금처럼 납부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는 시대적 상황 때문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에 누진제에 대하여는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입니다.

Q. 전기요금 체계가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A. 미국(2단계 1.1배)과 일본(3단계 1.4배)도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은 합니다. 그러나 누진구간이 2∼3단계, 누진배율은 1.1∼1.5배로 우리나라(6단계·11.7배)와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타이완은 5단계로 나눠져 있지만 1단계와 5단계 차이는 2.4배, 중국은 3단계(1.5배), 인도도 3단계(1.7배)로 최저, 최고구간의 요금 차는 평균 2배정도이고 선진국일수록 그 차이는 더 적어져서 미국의 경우는 1,1배입니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하여 나아가 국가발전을 위하여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기를 지나서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는데도 누진제 11.7배라는 특수한 전기요금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어서, 성장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는 것입니다.

Q. 혹시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습니까.

A.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의 6단계 누진세의 근거는 약관입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모두 한국전력공사와 약관에 따른 계약을 체결하면서 6단계 누진세에도 동의한 것입니다. 이에 따른 법률적 구조를 살펴보면 전기사업법 제16조(전기의 공급약관) →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기본공급약관에 대한 인가기준) →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제16조(기본공급약관의 내용)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기본공급약관에 동의한 것이 됩니다.

기본공급약관 별표에는 월별 전기요금표가 제시돼 있습니다. 전력량별 요금 기준으로 판단하면, 사용전력량에 따라서 약 2배·3배·4.5배·7배·11.5배의 누진 구조로 돼 있습니다.

Q.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상 폭염으로 최고전력수요가 사상 최대기록을 세우자 야권이 앞장서 가정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누진제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가능성은 있는지요.

A. 전기요금 개편은 기본적으로 법 개정 사안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인 결정에 따르는 것입니다. 현재 야당이 전기사업법 발의 등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결국 누진제 폐지나 완화는 정부의 의지입니다.

야당의 개정안은 현재 6단계인 누진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누진배율 역시 11.7배에서 2배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누진배율을 제한하고 누진단계를 간소화하는 내용입니다. 이렇듯 법 개정을 통하여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결단하여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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