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양기를 떨어뜨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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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양기를 떨어뜨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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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는 것을 보충해서 균형을 맞춰줘야

지난 봄 처음 나를 찾아왔던 42세 주부 S씨. 진찰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쭈볏거리는 폼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저......선생님, 남자들 양기 떨어뜨리는 약도 지을 수 있나요?"
"예?"

난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저기......남자들 양기 떨어뜨리는 약 말이에요. 제가 꼭 좀 필요해서요."

말하는 내용은 다소 황당한데, 그녀의 표정만은 굉장히 진지했다.
난 이내 웃음이 나왔다.

"그런 약을 어떻게 지어요. 남편 분이 속 썪이세요?"

의사 대 환자가 아니라, 여자 대 여자로 내가 먼저 다가가자, 그녀는 금세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얼굴로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결혼한 지 20년째. 그녀는 나이 스물 셋에 결혼해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자기 힘으로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남편 사업이 잘 되도록 언제나 뒷바라지에 힘든 줄을 모르고 산 여인네다.

남편과는 중매로 결혼한 사이. 남편은 그저 과묵한 성격이라 아내를 살갑게 대해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눈 팔지 않고 일만 해 온 남자였다. 조그만한 철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재작년부터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집안 살림이 많이 좋아졌단다.

"그런데 남편이 바람을 피나봐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새벽에 들어오는데, 말로는 바이어들이랑 술 마셨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여자가 생긴 게 분명해요. 선생님, 제가 남편한테 보약지어준다고 했거든요? 내일 같이 올 테니까 꼭 좀 부탁해요, 네?"

내가 그런 약은 없다고 고개를 내 저어도, 그녀는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겨두고 휑하니 나가버렸다.
다음 날 오후, 그녀가 자신의 남편과 함께 한의원에 나타났다.

"우리 이이가요, 요즘 통 기운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 보약 좀 지어주세요."

그녀가 이렇게 '거짓말'을 하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 옆에 서 있는 남편이란 사람을 보니, 핸섬한 얼굴에서 부티가 줄줄 흘렀다. 뭐랄까, 돈 많이 버는 멋진 사장님의 이미지가 풍긴다고나 할까. 여자가 따를 만도 했다.

그래도 일단 진찰을 해 봤는데, 건강도 특별히 나쁜 곳이 없었다. 이렇게 건강하지 바람을 피우지. 몸이 정말 안 좋으면 남자도 성욕이 생길 리 만무하다.

"좀 어떻습니까?"

남자의 질문에 솔직히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난감했다. 같은 여자로서 생각한다면야 바람 피우는 괘씸죄를 적용해야겠지만, 의사의 도리로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런 약 이름을 생각한다는 것조차 좀 우스울 지경이었다.

사실 S씨로서는 조강지처를 놔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편이 정말 양기가 팍 삭아서 얼마 동안 자리 보전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자기가 못 먹을 밥이라면 '재나 뿌리자'는 심보로 나를 찾아왔던 것이리라.

순간적으로 너무 고민이 되었지만, 역시 조금은 돌려서 조언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좀 피로하신 것 같네요. 조심하셔야겠어요. 아무래도 40대 초반이기 때문에 양기를 너무 많이 쓰시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거든요. 노후를 생각해서 술도 적당히 드시고 음식도 적당히 드시고 모든 면에서 절제가 필요합니다. 건강에 관해서는 항상 부인과 상의하도록 하세요. 나이가 들수록 부부간의 정신적인 교감이 건강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대화를 나누시는 게 좋아요."

이렇게 얘기하고 그 남편에게는 기 순환이 잘 되는 약을 지어주었다.

그 이후로 이 남편이 아내에게로 돌아왔는지 아니면 계속 바람을 피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내가 먼저 상황이 어찌 되었느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돌려서 한 얘기를 그 남편 되는 사람이 잘 이해를 했을지 어땠을지도 알 수가 없다.

워낙 독특한(?) 경우여서 그 이후로 종종 생각이 난다.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남편 양기 떨어뜨리는 약을 다 생각해냈을까?

사실 양기를 떨어뜨리고 싶다면, 양기를 떨어뜨리는 대신 음기를 돋우는 약을 써야 한다. 불을 끄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한 까닭이다.

사람 몸 안에서의 균형도 마찬가지다. 뭔가가 넘친다고 해서 그걸 깎아버리기 보다는, 모자라는 것을 보충해서 균형을 맞춰주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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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2005-11-30 16:15:52
아고~~~부러버라..나는 양기가 너무부족해 큰일인데....음 그 양기를 나한테 오게하는법은 없나요??/

독자 2005-12-01 04:56:21
보지가 근질 근질 한가보네?

독자2 2006-04-02 20:18:44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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