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부의 '이상한' 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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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화부의 '이상한' 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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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 문화관광부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운로드에 대한 유료화 가이드 라인을 17일 발표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월 500원을 저작인접권료로 내야하고 다운로드는 곡당 80~15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네티즌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2천~3천원, 다운로드를 받으려면 곡당 300~400원 정도를 내야 하는 셈이다.

최근 급격히 수축하고 음반업계의 손실을 보전하고 저작권을 인터넷 공간에서 보호한다는 문화부의 취지는 높이 살 만 하다.

그러나 이같은 금액을 결정하는데 문화부가 제시한 통계자료는 찬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문화부는 적절한 요금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 1월 말 한 인터넷 설문조사 업체에 의뢰해 네티즌 7천502명에게 e-메일을 통해 인터넷 유료 음악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했다.

문화부는 현재 인터넷으로 음악서비스를 이용하는 네티즌의 57.8%만이 유료화를 반대한다고 밝히고 이 수치는 지난해 7월 모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음악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인터넷 설문(반대 69.1%)보다 낮아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대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실시한 인터넷 설문은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서비스의 유료화가 아니라 음악 파일교환 서비스인 '소리바다'의 유료화에 대한 설문이었고 그 조차 중복투표가 가능해 표본집단의 대표성이 의심스러운 인터넷 조사였다.

질문 대상이 엄연히 다르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집단이 다른데도 '거부감이 대폭 축소 됐다'는 문화부의 주장은 무엇에 근거한 것일까.

문화부는 '네티즌'이라는 애매모호한 '사이버공간의 대명사'를 편리한대로 이리저리 갖다 붙인 셈이다.

문화부가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의 질문도 객관성이 떨어진다.

문화부는 네티즌들에게 "올해에는 온라인상의 저작권 처리에 필요한 제도가 정비돼 음악서비스의 유료화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귀하는 온라인 음악서비스가 유료화될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질문3)라는 질문을 던졌다.

게다가 문화부는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면, 귀하는 한 달에 얼마 정도를 온라인 음악이용에 지출할 용의가 있습니까?"(질문4)라고 물었다.

질문이 이미 네티즌에게 '유료화'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스스로 통계학상 비표본 오차를 발생한 셈이다.

만약 "온라인 음악서비스가 유료화될 경우 계속 이용하겠느냐"(질문3)는 가치 중립적인 질문을 던졌거나 주관적인 수사를 붙이지 않은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적정 가격은"(질문4)이라는 단순명료한 질문을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네티즌의 대답을 구하는 객관식 항목도 합리적이지 않다.

질문 3번의 대답항목은 '①가격 수준과 서비스가 양호하다면 계속 이용'과 그저 '②이용하지 않겠다'는 항목이다.

명백히 ①번에 클릭하는 것을 유도했다.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난을 받을 만 하다.

이같은 질문을 하려면 적정한 가격과 서비스 수준에 대한 질문을 먼저 했어야 합리적이다.

문화부는 또 유료서비스 월정액 요금을 객관식으로 1천원부터 1만원까지 네티즌에게 주고 이들 가운데 선택하는 방식을 다시 한번 강요했다.

물론 방법상 편의성을 고려해 객관식을 택했겠지만 만약 대답항목이 5천~5만원까지로 구성됐더라도 같은 대답이 나왔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문화부는 이같은 설문문항을 '여러 정황을 고려해' 단독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문화부가 팔을 걷고 나선 의욕은 훌륭하지만 업체의 생사여탈권이 달려있는 문제의 기준이 이같은 '이상한' 단한차례의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다면 문화부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신뢰는 곤두박질 칠 것이다. (끝) 2003/03/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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