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통과 앞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집중분석
국회통과 앞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집중분석
  • 이재만 변호사
  • 승인 2016.05.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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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의료사고를 당해보면 알겠지만 피해 환자 또는 망자의 보호자가 과실여부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오래기간 소송에 시달리거나 증거자료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여타 소송과는 달리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지 않으면 전문지식은 물론 증거부족으로 패소할 확률도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높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곧바로 의사단체들은 이 법으로 의료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환자 단체는 의료분쟁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며 조속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요구했다.

2007년 이전만 해도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벌어질 경우 소송을 제기한 환자 측이 의사의 과실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이후 의료사고 발생 시 해당 의사가 스스로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킴으로서 환자 측으로 볼 때는 다소 수월해진 측면은 있다.

그러나 가수 신해철씨의 의료사고가 발생하자 이 문제는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논란 끝에 지난 17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본지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명쾌한 법률해석과 국민 눈높이의 법률상식을 전파해온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를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17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은 어떤 법입니까.

A. 이른바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한 가수 신해철씨 사건, 코피가 멈추지 않아서 찾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요추천차 시술을 받다 쇼크로 사망한 예강이 사건을 계기로 마련되었습니다. 당시 예강이의 부모는 딸의 사인을 밝히고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의 반대로 분쟁조정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신해철법’은 ‘의료사고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이나 중상해를 입은 환자 자신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 절차를 개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Q.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피해 국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됩니까.

A. 예강이와 신해철씨 사례처럼 현행 의료분쟁 조정 절차는 상대 측 의료진·병원의 동의를 받아야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의료분쟁에 대한 조정중재 신청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중재 개시율이 낮아 조정중재제도의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피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통과되면 이런 불편은 없어질 것입니다. 다만 이 법은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모든 의료사고가 적용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의료계에서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도 이 부분입니다. 사망 또는 중상해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똑같이 중상해라고 하더라도 형사상, 의학적, 환자가 느끼는 기준이 모두 달라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것입니다. 이외에 의료계에서는, 이 법의 시행이 외과, 산부인과 등 의료분쟁 가능성이 높은 전공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이 더 심해지고, 수동적, 방어적 의료 행위만 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의료계에서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위원 구성이 의료전문가인 의사보다 비전문가가 더 많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Q.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로 한정’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A. 이 단서조항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해철법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더라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모든 의료사고가 병원의 동의 없이 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법은 의료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의사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의료인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경우를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상해 범위는 ‘의식불명 1개월 이상’으로 하고 있으며, 장애 1등급 유형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Q. 현행 의료분쟁에서 조정중재원을 통해 실제 조정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A.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집계자료를 보면 2015년 접수된 전체 사건 1,691건 중 749건(44.3%)만이 실제 조정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접수된 사건의 절반 이상은 의료인이 동의하지 않아 조정 절차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기각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정 절차를 통하게 될 경우 기나긴 의료소송으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제 조정 절차 비율은 높아지고 신속한 피해구제가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Q. 그 동안 의료사고와 관련해서 분쟁 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졌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A. 우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 조정신청을 합니다. 여기에 대하여 병원이나 의사가 조정신청에 응할 경우 조정절차가 개시됩니다. 조정절차가 개시되면 감정부는 60일 이내에 조정부에 감정서를 송부하고 조정부는 90일 이내에 감정의견을 참작하여 조정결정을 하게 되는데요, 여기에 대하여 쌍방 당사자가 모두 동의할 경우 조정이 성립이 되고, 동일 사건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가 없습니다. 즉 150일 이내에 빠른 해결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조정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의료사고의 특성상 피해자가 일방적인 약자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많이 나아졌지만, 의료사고는 소송하면 100전 100패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습니다. 또 1심에만 평균 2년 6개월이 걸리므로 그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특히 소송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전문가들의 소견서가 필요한데, 그 전문가들 역시 의사이다 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의사에게 불리한 내용의 소견을 써 주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Q.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사고 관련 소송기간 장기화 및 소송비용의 과다로 인해 환자의 부담이 증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기관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의 신속한 배상 및 경제적 부담의 완화와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업무는 의료분쟁의 조정·중재 및 상담, 의료사고 감정, 손해배상금 대불, 의료분쟁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의 연구, 통계 작성, 교육 및 홍보, 그 밖에 의료분쟁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하는 기관입니다.

Q. 그런데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가 의료사고로 암 수술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30대 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의료과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법적 판단력이 부족한 국민들을 위해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설명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A. 이런 예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흔하게 발생합니다. 피해자 측에서는 일단 환자가 숨졌으니 무조건 의사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판부 판결을 보면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예측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과실 유무가 검토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재판부는 이 사건 관련 병원의 진료기록 등을 모두 살펴본 결과, 환자가 수술 후 호흡곤란을 호소하기 전까지 전반적으로 호전증상을 보였고, 출혈이 발생하자 피고인은 협동진료를 의뢰하는 등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사의 과실 때문에 환자가 숨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의 핵심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고, 인과관계 입증은 전문가의 영역인 경우가 대단히 많으므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여 의료사고의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를 회유해 나쁜 조건으로 합의를 하거나, 각종 악성 브로커들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합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률 전문가들을 통하여 법적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 가족이나 보호자들이 반드시 유념해야할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습니까.

A.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 의료사고를 당해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때의 그 충격과 상심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분쟁이기에,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실제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병원에 의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에 합의를 보는 경우나, 각종 악성 브로커들에게 사기를 당한 사례, 기타 여러 가지 피해를 입으면서도 결과적으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돈과 기회만 날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신속하게 법률 전문가로부터의 법적 조언을 받는 것이 필요하며, 법률 전문가를 통하여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확보하고 처음부터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 이번에 ‘신해철법’이 시행됨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중재를 통해 보상을 받을 만한 길이 생겼습니다. 이 제도를 적극 이용하되,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하여 중재를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민,형사 소송에 나서야 할지 결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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