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법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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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법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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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분석

▲ ⓒ뉴스타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옥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국회서는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까지 열겠다는 입장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또한 정부와 제조·판매 업체들을 상대로 첫 집단 소송에 나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은 다음 달 30일 1차 집단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참가의사를 보인 피해자는 70여 명이다. 청구 금액은 한 사람에 최대 5,0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소송을 통해 제조사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아내고 충분한 개별 피해보상은 물론 피해기금 조성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특별수사팀은 26일 오전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전 옥시 연구소장 김 모 씨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무렵 옥시의 대표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다.

검찰은 27일에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현 연구소장 조 모 씨와 유해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를 공급한 국내 도매업체 CDI 대표 이 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전날 검찰에 출석한 전 옥시 선임연구원 최 모 씨도 재소환 한다는 방침이다.

살균제 피해자들은 27일 검찰에 출석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 대해 “유해성을 몰랐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살인죄로 처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검찰은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 221명 중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한 피해자를 177명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중 사망자는 70명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 향후 벌어질 다양한 법률적 문제를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대표 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짚어본다.

이 변호사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 왔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스타들이나 재벌총수들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휴먼리스크 매니지먼트’로도 유명하다.<편집자주>

Q.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지난 2011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검찰이 2012년 고소를 접수하고 4년 동안 질질 끌다 올해 1월에야 전담 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도 여론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 이유를 워라고 보십니까.

A. 검찰이 시간을 끈 것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고도의 과학적, 의학적 견해가 필요한 것이다 보니,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검찰은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그동안 독성학, 보건의학 전문가 및 관련 교수들과 계속해서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좀 더 일찍 수사를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작년 말부터 전문위원회 쪽에서 인과관계 문제에 대한 쟁점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이 사건은 피해자가 많고 여론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으로,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결국 올해 초부터 특별수사팀이 조성되면서 인과관계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검찰의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Q. 말씀을 듣고 보니 ‘인과관계’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검찰이 인과관계 문제에 대한 쟁점을 정리했다면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잡았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A.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찰이 최근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압수수색한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이메일 등을 다수 확보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옥시 측이 그러한 유독물질이 인체에 손상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검찰이 26일 신 전 대표 등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경위와 PHMG 성분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신 전 대표 역시 제품의 인체 유해성을 알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은 사전에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것이 쟁점이 될 것이고 검찰 또한 이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족 박 모 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족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유족들이 제시한 증거를 사실상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소송에서도 이런 결정이 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겠는데요.

A. 우선 당시 재판과 이번 재판은 쟁점이 다릅니다. 과거 재판의 경우 국가가 유해성을 알고 있었느냐 여부를 밝힌 것인데,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유해성을 은폐하는 경우 국가가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재판부는 “정부 기관이 과거 문제의 유해물질 유독성에 관해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사실만으로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당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살균제재가 아닌 가습기 물때 제거 등의 청소용도 제품으로 봤기 때문에 의약외품으로 지정하지 않은 과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사 과정을 통해, 상당수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뿐만 아니라 심혈관·면역 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정부가 3년 전부터 알고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여서 사실유무가 밝혀지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건강모니터링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 추가 조사연구’를 보면, “본 질환(폐질환)에 대한 특성을 규명하고자 2011~2012년 전국적으로 시행한 후향적 및 전향적 연구에서 본 질환의 특성 및 가습기 살균제와의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또한 동물실험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특성 성분(PHMG, PGH)이 폐 및 폐 이외 기관에 치명적인 독성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고, 인체에 유해하나 안정성 평가 없이 사용된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의한 폐 및 다른 기관에 대한 건강영향평가와 이들의 건강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조사연구’는 지난해 4월 울산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환경부에 제출한 것입니다. 정 의원은 해당 연구가 2011∼2012년 시행된 까닭에 정부도 최소 2013년에는 이를 알았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면 이런 문제가 더 첨예하게 대립될 것입니다.

Q. 만약 정부건 기업이건 가습기 살균제와의 인과관계를 알고도 이를 묵살했거나 판매했다면 혹시 ‘과실치사’가 성립되지 않습니까.

A. 검찰의 수사를 보면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증거가 완벽하다면 ‘과실치사’(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도 가능할 것입니다. 좀 더 지켜보면 알겠지만 검찰이 이 사건을 과실치사죄로 정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법률로 보면 행위자가 범죄 사실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기의 행위가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의식. 즉 ‘미필적고의’가 성립되면 살인죄로도 처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과실치사 및 살인죄의 처벌은 어떻게 됩니까.

A. 과실치사죄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Q. 사건이 발생한지 4-5년이 지났습니다, 재판이 시작되면 소멸시효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A. 민사소송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많은 피해자들의 경우 소멸시효가 임박했거나 지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제품들은 지난 1994년 판매가 시작됐고 17년이 지난 2011년에 처음 문제가 알려졌으며 2014년에야 1차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피해자들이 원인을 알게 된 시점에 이미 시효가 지난 경우들이 보입니다.

Q. 정부는 그렇다 치고 이 제품을 사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 측이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알고 은폐했는지 이것도 검찰이 밝혀내야 죄가 성립될 것 같은데요.

A. 만일 회사 측의 은폐, 조작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증거인멸죄’ 부분도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별 민사소송 사건에서 보면 옥시 측에서는 서울대나 호서대, 이쪽을 통해서 연구논문을 조작한 부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측이 이들 대학의 연구논문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 사용했다면 연구논문 조작이 될 것입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죄 및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하는 죄를 말합니다.

Q. 이 사건은 상황에 따라서 검찰이 영국본사까지 수사할 일이 발생할 것 같은데 이것이 가능합니까.

A. 이 사건은 단순히 국내 문제로만 국한 된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영국 본사도 수사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 자체가 영국 본사를 수사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영국의 경우는 ‘기업과실치사법’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경우 이 법률을 적용하면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률은 ‘공중의 안전조치를 태만히 한 기업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2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개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이 문제는 여·야를 떠나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됐건 국회가 됐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기구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착취하는 반윤리적인 기구도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하도록 만들기 위하여, 정부나 정치권은 기업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다국적 기업이라 하더라도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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