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 컨버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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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위에 세운 이슬람의 묘지 기념관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 에서 -

비행기가 시공을 많이 좁혔건만, 우리가 인도로 가는 길은 에베레스트 산행의 한 진입로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통일신라 때 수도승 혜초(慧超)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실크로드를 경유하는 천축국(인도)의 답사자체에 한목숨 다 받쳤던 것 같다. 험산준령, 강도출몰, 살인적인 모래바람은 물론 당시 소용돌이치던 서역패권 다툼의 위험을 그대로 무릅썼던 것이다. 그는 탁발하며 끝없이 홀로 걸었을 것이다.

혜초가 서(西)로 떠난 까닭은?

1908년 중국 둔황(敦煌)의 한 석굴 속에서 여러 장이 떨어져나간 두루마리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필적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었다. 서기 720년 그가 19세 때부터 4년 동안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다섯 천축국을 순례하며 기록한 이 책의 제목에는 “갈 왕(往)”만 있고 “올 래(來)”는 없었다. 혜초는 그 고행의 끝에 이르면 반드시 열반의 문이 열려서 그대로 골인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지금의 세계화 관점에서 본다면, 혜초는 한반도가 배출한 지구촌 선(先)주민인 셈이다. 그것은 그가 고향, 국경, 민족, 사상, 종교를 초월하여 세계와 호흡하며 살아간 최초의 인물인 까닭이다. 이제는 우리가 천이백여 년의 공백을 건너뛰면서 “탈(脫) 왕오천축국전”을 발표될 때가 되었다. 유비쿼터스 코리아(u-Korea)의 확장을 위하여 인도답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인도는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로 놀라운 나라이다.

첫째, 세계 4대문명 발상지 중의 하나인데, 이것이 좀 특이하다. 인더스-갠지스 양 강 유역에서 오스트랄로이드 선주민 위에 몽골로이드 원주민이 있고, 그 위로 코카소이드 이주민이 군림하며 취락을 형성한 것이다. 이들 3대 인종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브라만 종교와 카스트 제도가 구축되었다.

둘째, 기원전에 이미 우파니샤드(Upanishad) 철학체제를 확립하였고,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우주의 나(brahman 梵)”와 “개체의 나(atman 我)”는 한 몸이다(梵我一如). 즉 무한대(범)와 무한소(아)를 같은 극한으로써 하나로 보는 의식세계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만민평등의 불교가 나타난다.

셋째, 한번도 이웃나라를 침략하지 않고도 거대한 민족과 독특한 문화를 유지해왔다. 역으로 몇 번에 걸쳐 이민족의 통치아래 있었지만 결과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월지(月氏)족이 세운 쿠산왕조(78-226)는 대승불교를 열었다. 투르크 계열의 무굴제국(1526-1760)은 페르시아문화를 접속하여 꽃피웠다. 영국령 인도제국(1887-1947)은 시성 타고르와 성자 간디를 배출하였다.

끝으로, 오늘날 인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land mark)로서 타지마할(마할의 왕관)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칭송받는 타지마할, 무굴제국의 샤자한이 왕비 마할의 죽음을 기념한 한갓 묘당(墓堂)일 뿐이지만, 이것은 영원한 사랑을 표상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융합작품으로 남아있다.

샤자한은 사랑에 모든 것을 배팅한 사나이의 프로파일(profile)을 보여주고 있다. 슬픔에 빠진 그는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쉬었다. 또 22년간 묘지조성과 건물축조에 국고를 탕진하고 만다. 완공 후 제2의 타지마할 출현을 막기 위하여 수많은 장인들의 손목을 잘라버렸다. 미쳤네, 그러나 마지막 하나를 남겼다. 그에게 둘은 없었다. 그것은 프로그래머의 기질이다.

결국 샤자한은 자신의 셋째 아들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아그라 성의 조그만 방에 억류된다. 그는 그곳에서 8년간이나 타지마할을 건너다보고 나서야, 마침내 사랑했던 여인의 옆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었다.

인도사람에게 현실은 내세를 위하여 짜는 소프트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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