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31억대 소송 법률 분석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31억대 소송 법률 분석
  • 이재만 변호사
  • 승인 2016.04.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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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분석

▲ ⓒ뉴스타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과 관련한 국가 상대 낸 31억대 소송이 다음달 10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소송은 '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53)가 직접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소송에서 강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청구한 위자료는 20억이며 강씨의 부인과 두 명의 동생은 각 3억, 두 자녀는 각 1억 등을 청구했다.

특히 이 소송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필적 감정과 정황만으로 기소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꼽히고 있어 시대적 아픔까지 함께 하고 있다.

강씨 측은 이 사건이 공무원들의 단순한 직무상 과실이 아니며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유리한 조작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수사관계자 및 국과수 감정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수사관계자와 국과수 감정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인정되기 쉽지 않다는 의견들도 있어 강씨의 주장이 어디까지 인정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본지는 국민적 관심사가 될 이 사건 소송과 관련 향후 벌어질 다양한 법률적 문제를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대표 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짚어본다.

이 변호사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 왔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한 법률적 풀이와 스타들이나 재벌총수들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휴먼리스크 매니지먼트’로도 유명하다.

Q.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흔히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먼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드레퓌스는 1890년대 프랑스의 유대인 장교로 프랑스의 군 기밀문서를 독일에 유출한 간첩으로 지목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물입니다. 당시 프랑스 군부는 기밀문서와 함께 발견된 편지의 필적과 드레퓌스의 필적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를 간첩으로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추후 조사과정에서 진범이 확인되면서 이 사건은 당시 큰 논란이 됐습니다. 조사과정에서 군 장교인 에스테라지가 진짜 간첩임이 드러났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군부가 에스테라지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던 것입니다. 즉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근거에 의해 드레퓌스가 ‘군의 명예와 국가 질서’라는 명목 하에 죄를 뒤집어쓰게 된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유대인인 드레퓌스가 무죄라고 함부로 말하기 힘든 분위기였으나,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신문 기고문을 통해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고 군부를 비판한 것을 계기로 지식인과 청년들은 드레퓌스에 대한 재심을 강하게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드레퓌스는 12년이 지난 1906년 무죄를 선고받고 군에 복귀했습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도 이와 유사하다고 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Q.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31억대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인권을 침해당한 억울한 옥살이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히 큰 액수입니다. 보상 문제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A. 우선 강기훈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학생운동권과 재야세력 등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많은 시위가 일어났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분신자살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계속 분신자살이 일어나던 중, 1991년 김기설 당시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이 서강대에서 분신자살을 했고, 그의 친구인 강기훈이 유서를 대필해줬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강기훈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국과수의 필적감정 등을 증거로 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게 되었고, 국민들은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회의로 운동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는 당시 정권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강기훈씨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는데요, 그 노력 끝에 다시 필적감정이 이루어졌고, 국과수는 필체가 다르다는 의견을 내었으며, 당시 필적감정인조차 자신의 감정이 틀릴 수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재심이 이루어져 강기훈씨는 유서조작과 자살방조에 대한 무죄가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인생 전체가 흔들리게 된 강기훈씨는 이번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요, 우선 국가에 대한 형사보상청구, 그리고 국가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마지막으로 당시 핵심적으로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입니다. 이 액수는 31억 원에 달하는데요, 일정한 보상을 받게 되겠지만 많은 액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Q. 강기훈씨 측은 이번 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우선적으로 묻겠지만 당시 수사관계자들 중 핵심적으로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들 위주로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배상책임도 물을 수 있습니까.

A. 현행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개인인 국가 공무원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면 국가와 함께 공동으로 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하지만 수사관계자와 국과수 감정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인정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강기훈씨 측이 이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이들의 불법행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데 예상컨대 이 재판에서는 ‘수사관계자와 국과수 감정인의 불법행위’ 사실입증이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사법절차에 관여한 사람들의 고의와 과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법원에서도 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대부분 기각되는 예가 많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더라도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Q. 강기훈씨 측은 이번 소송에서 강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청구한 위자료는 20억, 강씨의 부인과 두 명의 동생은 각 3억, 두 자녀는 각 1억 등 모두 31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이 금액을 모두 받을 수 있겠습니까.

A. 강기훈씨는 그동안의 재판에서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와 진술거부권을 침해당했고 가족과의 면회 기회도 차단당하는 등 기본적인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주장과 함께 이 사건이 공무원들의 단순한 직무상 과실이 아니며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유리한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이번 소송에서 강씨는 국가와 함께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강 모 부장검사(72), 신 모 주임검사(67), 거짓으로 필적 감정을 한 김 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문서분석실장을 상대로 31억원의 위자료를 함께 배상하라며 소송을 낸 것입니다. 이 경우 유서대필 사건의 상징성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될 것으로 보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에 대한 배상은 어렵다고 본다면 강씨가 받을 수 있는 액수는 31억원의 청구액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Q. 지난해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보상 상한액인 1일 22만3,200원을 보상액으로 정하고 구금일수 786일을 곱해 1억7,540만원을 구금에 대해 보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이후 강씨는 대법원 확정판결 후인 지난해 8월 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했고 같은 해 11월 1억8,390만원의 형사보상 결정을 받은바 있습니다. 이 액수는 이번 보상액수와 관련 없는 것입니까.

A. 형사보상과 별개로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이 인정될 경우는 이 금액만큼 총 배상액에서 빠진다고 보면 됩니다.

Q. 이 사건은 강기훈씨의 주장대로 수사기관이 결론을 정해놓고 꿰어 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게 세간에 잘 알려져 있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여론 또한 강씨의 편에 큰 비중이 실려 있습니다. 혹시 법과는 달리 여론재판에 의해 판결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는지요.

A. 그럴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군부독재 시절이나 암울했던 시대는 가능성이 있겠으나 지금은 재판부가 여론이나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예측컨대 강씨가 재판과정에서 폭행과 협박, 모욕, 잠 안 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여론 또는 시민단체들의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에 의한 객관적 판단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Q.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강기훈씨는 누명을 벗었지만 그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동안 살인을 방조한 파렴치범이라는 주변의 시선과 사건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2012년 무렵부터는 간암투병까지 하게 되며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고 합니다. 반면 사건을 담당했던 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승승장구했습니다. 상당히 대조적인데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하시고 싶은 말은 없는지요.

A. 우선 이 사건은 당시 민주화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목적으로, 국민을 주권자로 두고 있는 국가와, 누구보다도 더 공정해야 할 사법부가 거짓을 만들어 한 개인의 인권을 완전히 망가뜨린 사건입니다. 법조인으로서 누구보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인권유린이 없기를 바라고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은 개인의 인생과 삶만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안깁니다. 비록 시대적 상황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진상규명도 이뤄냄으로써 재발을 방지하는데 모든 법조인이 앞장 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인권유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 권력은 국민이 권력자에게 부여한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은 국민들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권력을 준 것이지 억압과 거짓을 위해 권력을 위임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국가 권력이 국민을 위한 구성체로 바로 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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