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공분 사고 있는 재벌들의 ‘갑질횡포’
국민공분 사고 있는 재벌들의 ‘갑질횡포’
  • 이재만 변호사
  • 승인 2016.03.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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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분석

▲ ⓒ뉴스타운

잊을 만하면 터지는 재벌들의 ‘갑질횡포’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횡포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라 매번 터지는 사건 때 마다 많은 국민들이 “이럴 수가”라며 혀를 찬다. 법적 처벌 수위가 높아 졌다고는 하지만 우리사회 깊이 뿌리내린 재벌들의 갑질횡포는 그 위에 군림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김만식 회장의 몽고식품 운전기사 폭행사건,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의 신문지 폭행 사건에 이어 이번엔 터진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기사 상습적 폭언은 삼류 코미디 감이다.

이 부회장은 수행 운전기사에게 ‘사이드 미러를 접고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돌리고 운전하라’, ‘앞지르는 차가 있으면 들어오지 못하게 공간을 주지 말고 운전하라’, ‘커브를 돌 때는 부드럽게 하라’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재벌 갑질’은 4일 동안 여론 질타의 대상이 됐고, 결국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는 “상처받으신 모든 불들께 머리 숙여 사죄 한다”며 “상처 받으신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 조만간 찾아뵙고 사죄드리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대표 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악성 종양처럼 재발되는 재벌들의 갑질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며,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법은 어디까지 보호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이 변호사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 왔다. 특히 스타들이나 재벌총수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휴먼리스크 매니지먼트’로도 유명하다. <편집자주>

Q. 변호사이시면서 ‘휴먼리스크 매니지먼트’로서 재벌들의 ‘갑질횡포’가 왜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보시는지요.

A.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우선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가 부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겠지요. 과거의 반상제도는 사람의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제도였습니다만, 성리학적 질서 하에서, 상민이 양반을 존경하고 예의를 다하는 것만큼이나, 양반이 상민을 살피고 자애롭게 대할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요즘 말로는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인데요, 애초에 양반이 양반인 이유가 돈이 많거나 벼슬을 해서가 아니라 성리학적 윤리를 잘 배우고 많이 아는 ‘군자’이기 때문이거든요. 덕분에 신분제 사회라고 하더라도 양반이 상민을 함부로 대하기 힘들었습니다.

한편 현대 자본주의 문화에서는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실질적으로 귀족과 같은 지위를 누립니다. 이것이 정당화되는 이유는, 자신이 번 돈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에는 민주주의, 즉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의식과 또 언제든 능력있는 사람이 노력할 경우에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부자가 귀족과 같은 지위를 누리더라도, 가난하지만 평등한 다른 이를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언제든 동료가 될 수 있는 존재로 존중하여야 하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 윤리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두 가지 윤리가 기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과거 반상제도와 마찬가지로 사람 사이에 계급이 있다고 보면서도, 계급을 정당화하는 요인이 인격이나 학문이 아닌 돈으로 보고, 또 위아래 사이의 윤리를 요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대부분 창업이 아닌 상속으로 자신의 부를 쌓다 보니, 자본주의는 팽창해 있지만 민주주의와 평등의식은 별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회윤리의 부재, 그리고 부의 대물림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재벌세습을 막는 특별법을 만들면 재벌들의 ‘갑질횡포’가 근절은 안 되지만 일정부분 줄어들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A. 저는 그 생각에 회의적입니다. 어디까지가 재벌인지를 정하기도 힘들뿐더러, 실제로 효과도 미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재벌이 부당하게 기업을 세습하는 것은, 우리 상속제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금 있는 상속세 부과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재벌들, 대부분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 가진 주식은 전체의 5%미만, 때로는 1%에 불과한데도 순환출자 구조를 통하여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순환출자 구조를 물려주면서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문화재단을 이용하거나 상법상 틈새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었습니다. 그리고 행정부와 법원은 이런 소송에 대하여 재벌들의 손을 들어주었구요. 특별법 없이도, 현재 있는 법을 제대로 집행하기만 해도 지금의 문제들이 상당부분 없어졌을 것입니다. 결국 세습을 막는 근본적인 길은 특별법이 아니라 재벌들의 비정상적인 소유구조를 개선하는 것이고, 현재 있는 법을 제대로 집행하고 올바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유사사건이 발생하면 항상 대두되는 것이 ‘솜 방방이 처벌’인데 강화 된 법 보다는 재벌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나 정치권의 영향력이 일반인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요.

A. 근자에 논란이 됐던 사건을 보면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에 대한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발행 관련 재판이 1심 12년형에서 항소심 7년형으로 감형됐을 때와, 대한항공 조현아 부회장이 땅콩회황 사건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5개월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다 서울고등법원이 형량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해 석방됐을 때 논란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이, 다른 범죄에 대한 처벌에 비교하면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고, 일견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재벌 오너나 CEO의 횡령, 배임죄에 대한 처벌이 적어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여론이 재판부를 압박하여 재판부의 고유권한으로 정한 원칙마저 훼손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업인이나 유명인들의 개인사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 크게 처벌한다거나, 여론이 좋지 않은 경우에 대하여 오히려 가혹한 처벌을 내려서 기업인들을 전과자로 내모는 과잉 범죄화 현상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심지어 경제치사, 사법치사 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Q. 그동안의 예를 보면 재벌들에 대한 법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일시 석방시켜 주는 구속집행정지나 형집행정지, 보석 등에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를 두고 ‘합법적 탈옥’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A. 구속집행정지(형사소송법 101조), 형집행정지(형사소송법 471조), 보석(형사소송법 94조 내지 104조)등은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으로,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얻지 못하여 위와 같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 제도들을 시행했다고 하여 ‘합법적 탈옥’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오히려 재벌이 아닌 사람들도 위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입니다.

다만 어두운 시절 일부 정권에서 권력자들이나 재벌들에게 관대한 적용을 했던 전례들이 남아 있다 보니 여전히 국민들 인식속에 “ 합법적인 탈옥”으로 남아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법에 분명히 보장돼 있고, 사법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며, 대부분은 인도적 차원의 사유로 일정한 제한을 두고 풀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며 최근 수행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하고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행위를 좀 보겠습니다. 이 부회장이 공식 사과를 했다고는 하지만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벌이 가능한지요.

A. 이 부회장의 수행기사를 지냈던 전 기사들이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통상 사소한 문제는 해당 재벌의 사과 정도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또 피해자에게 피해보상을 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타난 사항만 보면 인격모독, 폭언과 폭행, 부당 지시, 그리고 부당해고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폭언과 폭행은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지만, 수행기사는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이 경우 기사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증거 등을 통하여 자신이 폭언 등을 당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당해고와 관련해서는 노동부에 진정 및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Q. 이 부회장의 폭행이나 폭언이 일회성이 아닌 상습적인데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운전 중에 당한 것이라면 처벌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A.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폭언과 폭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면 우선 형법상 폭행죄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 고용주와 사용자 관계이므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폭행죄의 처벌 대상도 되어 가중처벌을 받게 될 것이고, 그것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하였다면 그만큼 더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 폭언, 욕설 등으로 위협하여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생명을 담보로 운전시킨 것으로 형법상 협박죄,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 금지조항 위반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Q. 노동법에서 해고의 경우는 항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쌍방 주장이 충돌을 일으키는데다 사업주의 경우는 ‘정당한 해고’를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역시 해고를 놓고 논쟁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A. 맞습니다. 결국 ‘정당한 해고’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그러나 설령 정당한 해고라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의 예고와 함께 해고에 대한 서면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처벌을 받게 돼 있습니다. 나타난 행위를 보면 많은 운전기사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표를 강요당했거나 부당지시를 이행할 수 없어 그만뒀다는 정황들이 보입니다.

Q. 이 부회장의 행위를 보면 법도 법이지만 상식을 넘는 행동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또 다른 처벌 요인은 없습니까.

A.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차에 달린 거울들을 모두 접고 운전을 하게 했다면 도로교통법상 안전의무 위반, 이 부회장의 배우자가 ‘이 아저씨 멍청’ ‘완전 바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되면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정신적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견된다면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오래 전부터 국민들에게 알기 쉬운 법률상식을, 어린 아이들에게도 리틀로스쿨 등을 통해 법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보다 보호적(혜택) 측면을 많이 전파하고 계시는데 이 참에 재벌 2, 3, 4세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은 우선 사전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것,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이 있고, 사후적으로 위험이 발생하였을 때 이 위기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 즉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가 있습니다.

우선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벌 오너들의 의식입니다. 나이를 떠나 재벌 오너라면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고,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재벌들의 재산과 권력이 온전히 재벌들의 능력과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땀 흘려 일한 근로자들과 국민들의 노력, 국가 발전을 위하여 기업을 전방위로 지원해 주었던 정부, 그리고 선대 재벌 오너들의 개척 정신과 뚝심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항상 깨닫고 인지하고 행동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재벌들은 종종 한국 사람들의 반재벌 정서, 반시장주의 정서가 너무 강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다른 나라의 재벌들에 비하여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자진해서 상속세를 비롯한 세금의 증세 도입을 청원한 사례나, 지난 2011년 유럽의 부자들이 국가의 재정난 해결에 발 벗고 나선 사례를 생각해 보면, 결국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할 때 기업의 이미지도 더 좋아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오너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였으면 합니다. 실제적으로도 착한 기업의 상품이 더 잘 필린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분 역시 중요합니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장기적으로 기업과 본인의 앞날을 위하여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입니다. 현대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 세상이므로 위기에 대한 대응이 조금만 늦어도 잘못이 온세상에 순식간에 퍼져서 실기할 수도 있습니다. 위기발생시 진심으로 용서를 빌되 신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법률 전문가와 위험 발생 전 단계부터 위험의 해결까지 함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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