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티저 스틸컷 ⓒ 두사부필름^^^ | ||
극중 캐릭터 속에 녹아들며 능숙한 연기를 펼치는 주연 배우인 황정민-엄정화 커플을 비롯 중년의 농후한 연기를 펼쳐 보인 주현-오미희, 풋풋함을 간직한 가난한 젊은 부부로 변신한 임창정-서영희 커플 등 에피소드의 이야기 주제는 '행복'.
수 없이 반복되는 '신데렐라 신드롬'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소박한 소시민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단면을 그린 이 영화는 남에겐 아주 사소해보였던 사건으로 인해 인연의 고리 속에 얽힌 일곱 가지(여덟? 아홉?)의 서로 다른 빛깔의 사람들이 겪는 '행복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연출했던 민규동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 출신 답게 순수한 열혈 형사와 이혼녀, 가난한 신혼부부 그리고 중년 남녀의 현실적인 일주일 간의 삶을 영화가 갖는 기존의 판타지를 배제하며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짜깁기 하듯 감각적인 영상으로 자신의 카메라 속에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선애(서영희 분)는 매일 남편의 귀가 시간 즈음에 단지 내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남편 창후(임창정 분)가 오기만 기다린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젊은 부부는 서로에게 알리지 않은 인 채 김밥 행상과 지하철 행상을 통해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던 중 아내 선애의 임신으로 인해 이들의 작은 행복도 위기를 맞는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젊은 부부의 삶에 이혼녀 유정(엄정화 분)의 미운 여덟 살(?)짜리 아들이 끼어 들며 평화롭기만 하던 선애는 가난이라는 멍에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처럼 유아 유괴범이라는 누명을 씌우며 막다른 길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 가난하지만 행복한 젊은 부부 창후(임창정)-선애(서영희) 커플 ⓒ 두사부필름 ^^^ | ||
유괴 미수로 끝나는 선애를 붙잡은 나형사(황정민 분)는 유정과 달콤함에 빠져 아이를 잃어 버린 자책감에 선한 모습의 선애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내 뱉는다.
나형사 :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누군가 있습니까..그러면 살려줍니다"
민 감독은 이후의 이야기는 생략하고 선애가 남편 창후에게 달려가는 모습에 이어 부둥켜 안는 장면 등을 속도감 있게 전환시켜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부부는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난한 빈 곳간을 행복으로 채워간다.
영화 속에 내러티브나 연기가 가장 아쉬운 에피소드인 수녀지망생 수경(윤진서 분)과 조 사장(천호진 분)의 기획사에 소속된 몰락한 스타 정훈(정경호 분)의 에피소드이다.
유정의 병원에 자살 미수로 함께 입원하게 된 스토커 수경은 결국 정훈과 정사를 벌이다가 급작스러운 정훈 발작에 괴로워하며 수녀 의식에 참여하게 되고 같은 시간 정훈은 이를 목격하는데 나형사가 선애를 용서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 심장병에 걸린 딸 지나를 위해 농구코트로 돌아온 '사랑의 슈터' 성원(김수로 분) ⓒ 두사부필름 ^^^ | ||
이후 창후에게 빚 독촉을 하는 성원은 회사를 그만 두고 심장병 어린이의 쾌유를 비는 '사랑의 슈터'가 된다. 공개된 개인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트루먼쇼>에서처럼 카메라에 잡힌 그의 모습은 단순히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을 넘어 어린 시절 상처 입은 딸에게 애틋한 감정을 키우며 행복을 전하는 아빠의 모습으로 인해 제한 시간내에 힘겨운 10개의 슛을 성공시키며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여기에 끼어 든 또 하나의 커플이라 할 수 있는 건 영악해진 아역 커플 지나(김유정 분)와 유정의 아들 사이의 일주일간 우정,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성원을 바라보는 방송작가(전혜진 분)의 성원을 향한 모성애 가득한 시선 외에도 외로운 조 사장(천호진 분)과 남자 파출부 태현(민태현 분)까지 얽히고 섥힌 크고 작은 아홉가지 이상의 에피소드를 우려내는 듯 하다.
한 사람으로 인한 행복이 가난마저 물리칠 수 있는 걸까. 영화사 앞을 지나며 초라한 소모품 봇짐 행상의 창후에게 영화 내내 냉대로 일관하던 곽 회장(주현 분)이 가난으로 아이를 지우려 하는 젊은 부부를 극적인 위기에서 구해내 삶에 희망을 주는 것은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자 또 다른 '구원'의 메시지는 아닐지.
또한, '행복'이란 것은 삶의 도미노와 같아서 곽 회장 소유의 극장 폐관으로 인해 극장 앞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을 꾸리며 사는 배우 지망생 오 여인(오미희 분)과 갈등도 완화시켜 준다. 영화 후반부 곽회장이 직접 카메라에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햅번의 자태를 모방하면서 스스로 오드리라 불리우는 오 여인을 자작 영상물에서 데뷔시키며 배우로서 꿈과 사랑을 동시에 얻은 그녀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 내린다.
^^^▲ 영화배우를 꿈 꾸는 커피전문점 오 여인(오미희)과 극장 페쇄를 앞둔 곽 회장(주현) ⓒ 두사부필름 ^^^ | ||
이 밖에도 이 영화는 나형사가 함께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현실의 범죄가 영화의 모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유정이 자신의 아들이 아이러니 하게도 선애에게 영화를 모방한 유괴 인질극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해 영화 후반부의 주된 흐름을 만들어가며 지식인과 대중 매체의 한계를 꼬집기도 한다.
영화에서 창후-선애, 곽 회장-오 여인의 연애담보다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건 영화 <형사:Duelist>에서 선머슴 같은 여형사 남순으로 열연한 하지원의 등장일 것이다.
하지원은 유정의 엄마이자 성원의 옛 애인으로 깜짝 등장해 성원의 농구선수 시절 치어리더로 등장하며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선사하고, 영화 초반부에 동성애 지향적인 조 사장 앞에 예전에 그를 좋아했던 남자친구로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영화배우 안내상의 깜짝 출연도 빼놓으면 안되겠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꼭 이런 물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누군가 있습니까?' 없다면, 지금 당신이 죽음 등의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누군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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