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서 살인자로 돌변하는 ‘데이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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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에서 살인자로 돌변하는 ‘데이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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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통해 집중분석

▲ ⓒ뉴스타운

살벌한 세상이 됐다. 연예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이다. 연인간의 사랑이 지고지순한 순정만화처럼 여겨지던 시대는 옛말이 됐다.

‘욱’하면 연인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칼로 찌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폭행, 상해, 감금, 협박, 성폭력은 물론 살인과 살인미수까지 발생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내연녀 관계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단순에 달려가 칼로 찌르고, 이별을 통보했다고 흉기로 찌르는 등 분노의 수위가 너무 높아 경찰이 전담반을 설치해 예방에 나설 정도다.

이제 대한민국에서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뒷면에는 눈물 보다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회적 홍역이 머리를 싸맬 만큼 중병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데이트 폭력을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여겼다. 그러다보니 법의 사각지대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시켰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을 사랑싸움으로만 두기에는 그 정도가 도를 넘었다. ‘범죄행위’의 반열에 올라 선 것이다. 경찰청이 올 2월 한 달간을 데이트폭력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해 운영한 결과, 전국적으로 총 1,27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청은 이 중 가해자 868명을 입건하고 61명을 구속했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20~30대가 58.3%, 40~50대가 35.6%를 차지했다. 전과자가 58.9%로 반수를 넘었다.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의 90% 이상이 약자인 여성이고, 살인·성폭력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사회문제, 가정문제, 가족문제 등과 관련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온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법률적 문제를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연인간의 폭력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수면위로 급부상 했습니다. 속칭 ‘이별살인’이라는 범죄가 경찰조사에서 사흘에 한 번 꼴로 발생하고 있고 범행수법도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요즘 데이트 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데이트 폭력은 연인간의 문제 즉 ‘사랑’에 관련된 문제로 포장되어 신고가 어렵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피해자가 2차 가해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 발견이 어려웠습니다.

데이트 폭력을 크게 연애 과정에서 생기는 폭력과 이별 후의 폭력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연애 과정의 폭력은 대부분 위험 신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폭력적인 성향이 있거나, 심하게 집착하거나, 폭언이 점점 강해져서 경도의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 등입니다. 이러한 위험 신호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감지하고 폭력 행위가 문제라는 점을 조기에 말하여 차단하거나, 이별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 연애 과정의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폭력에 노출됐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사랑의 표현’등으로 좋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요, 이러한 태도가 결국 더욱 심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별 후 폭력은 결국 스토킹과 다름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말하는 ‘안전 이별’, 즉 바람을 피우는 등의 이유로 이별하지 않고 이별의 이유를 납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스토킹이 시작되는 경우에 사적 관계라고 하더라도 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지금까지 피해예방이나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잔혹한 범행을 막기 위한 강력한 법도 필요하지만,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일도 중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Q. 문제는 피해자 상당수가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피해 사실을 드러내길 꺼린다는 점인데 해결방법은 없습니까.

A.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가해자들의 협박에 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단지 참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이, 이런 부자연스러운 관계는 결국 피해자가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일종의 노예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내연 관계에서의 데이트 폭력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경남 진주에 사는 50대 남성이 다른 남성과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내연녀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8월 부산에선 4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네 살 연상의 내연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결국 신고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겠지만, 결국 피해자 본인과 주변인 등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Q. 사회적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까.

A. 데이트 폭력에 대하여 피해자 본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해결방법인데요, 연인이라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이라 참는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폭언이나 경도의 폭행 등 작은 징조가 보일 때부터 철저히 막아야 할 것입니다. 직접적 피해가 없더라도 데이트 폭력에 징후가 보인다거나 상담을 받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폭행의 흔적(사진, 진단서),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하고 112, 1366, 스마트폰 앱 ‘목격자를 찾습니다’, 사이버경찰청, 경찰관서 누리집(홈페이지)등을 통하여 신고하거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또 자신이 데이트 폭력에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면 가족, 친구, 상담소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 알려 폭행한 상대방과 단 둘이 만나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것이 연인 간 데이트 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예방과 신속한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Q. 법적으로 보호받을 방법은 무엇이 있습니까.

A. 법적 보호는 그 특성상 피해가 발생한 이후, 즉 사후처벌에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 데이트 폭력이 이슈가 되면서, 경찰이 전국 251개 경찰서에 ‘연인간 폭력 근절 전담반’이라는 TF팀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TF팀에서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업무 뿐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에도 가해자의 폭력성, 상습성 등을 상세히 확인해 직접 접근을 막거나 연락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가해자의 반복되는 폭력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또 경찰이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하여 ‘클레어법’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도입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만약 도입된다면 일정부분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클레어법’은 어떤 법을 말하는 것입니까.

A. ‘클레어법’은 한마디로 연인의 폭력전과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정보공개청구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영국에서 클레어 우드(Clare Wood)라는 여성이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범인은 클레어 우드를 살해하기 전 이미 과거의 연인들을 폭행 및 협박, 납치한 전력이 있던 전과자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서는 일명 ‘클레어법’이라고 불리는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경찰이 내놓은 안에 따르면, 연인이나 부모, 친구 등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기타 방법을 통하여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 연인의 전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공개되는 내용은 대상자의 전과, 신원 정보 등입니다.

이에 대하여 몇 차례 만났다는 이유로 연인의 전과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고,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의 다수는 연애 도중이 아닌 이별에 따른 범죄인 점을 감안하면, 굳이 클레어법을 도입하지 않고 반 스토킹법을 도입해도 충분히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Q. 그런데 왜 굳이 ‘클레어법’을 도입하려 하는 것인가요.

A. 한마디로 ‘데이트 폭력’은 재범률이 높은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청이 올 2월 한 달간을 데이트폭력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해 운영했는데요, 여기서 가해자들 중 전과자가 466명(58.9%)로 6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지난해 치안정책연구소가 2005년~2014년 까지 연인 간 폭력 범죄자의 재범률이 무려 76.5%라고 발표한 것도 이런 유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수치를 두고 볼 때 ‘클레어법’을 도입하면 자신의 연인이 ‘데이트 폭력’의 범죄자인지 여부를 알 수 있기에 데이트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경찰서, 보건소,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지역정보결정위원회가 정보공개 여부를 심사한 후에 전과를 공개하면 개인신상정보 유출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입니다.

Q. 클레어법 외에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법은 어떤가요.

A. 물론 법이 강력해지면 강한 처벌을 두려워하여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의 상당수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이성을 잃거나 분노에 가득 찬 상태에서 행해진다는 점에서 본다면 형사처벌의 강화만으로는 데이트폭력을 막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데이트 폭력에 대해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대법원이 얼마 전 헤어진 동거녀를 찾아가서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Q. 살인죄에 대하여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이 중형에 해당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 남성의 범죄에 대해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우리 형법에서는 사람을 살해한 자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징역 30년 정도면 매우 중한 형벌이라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중형 선고의 이유에 대하여 ‘동기에 참작할 여지가 없고 수법이 잔혹하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결국 연인 사이의 일이라고 해도 감형 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 범행을 살펴보면 매우 잔혹합니다. 이 40대 남성은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피해자가 도망치자 차도까지 쫓아가 흉기를 휘둘렀고,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소리를 지를 때까지 흉기를 휘둘러 결국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난 7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반사회적 범죄에 대하여 중한 처벌을 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이보다 더 중한 형량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끝으로 법률 전문가로서, 데이트 폭력을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A. 데이트 폭력은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이는 연인관계로 엮인 데이트 폭력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두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하거나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현실을 인식하고 작은 징조라도 발견하면 조기에 예방하고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들의 적극적 신고 못지않게 2차 범죄에 대비한 다양한 예방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특히 2차 범죄가 통신, 온라인 등의 비물리적 수단을 동원한 스토킹인 경우가 많은데요, 1차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는 수사기관이 2차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경찰은 연인관계의 갈등에 대해 사건 접수 단계에서부터 관련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유기적으로 대응하여 2차 피해를 방지하려는 제도를 도입하는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방향이라고 보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피해자 뿐 아니라 주변인들 역시 두 사람의 관계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악’을 ‘폭력’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인간에게 폭력을 저질러서는 안 되고, 그것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폭력이 시작된다면, 이러한 행태가 더욱 커지기 전에 명확히 잘못된 것임을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당사자들과 사회가 모두 함께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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