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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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가 왜 그런 작부한테 미쳤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늘 속상해 했다. 아버지는 광호 보고 고집이 많다고 했다. 엄마는 아버지를 닮아서 그렇다고 했다. 사소한 일로 언제나 큰 일을 벌이는 것이 겁이 난다고 했다.

엄마는 장날마다 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셨다. 하지만 광호는 돈이 생기면 엄마보다 작부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는 자식이 원래 필요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부에게 돈 다발을 안겨 주어서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작전은 그래서 필요하고, 꼭 성공하기 위해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계획은 머리가 좋아야 잘 짠다. 하지만 광호는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멋있는 도구를 고른다. 수중 장비, 연장 통, 금고를 자르기 위한 산소 통, 가스 마스크, 휴대용 전자 손전등 같은 것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광호는 그게 멋있어 보여서 그렇게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다. 도둑질을 하는 것도 멋있어 보였다. 한마디로 이상을 꿈꾸는 청년처럼 엉뚱한 생각을 자주 했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해보고 싶었다.

작부에게 돈과 분가루를 사주기 위해서 작전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군에서도 작전을 짜서 움직인다. 적을 공격하기 위한 화기와 이동 경로, 식량 보급, 적의 기습에 대한 대응 전략, 부상병 처리, 뭐 이런 것에 대한 계획을 짠다. 가장 좋은 계획은 가장 좋은 실제와 같다.

광호는 어디서 그런 소리를 주워 들었는지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을 흉내냈다. 군 작전 계획에 비교하면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을 했다. 객기가 생겼고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게 잘 될 것 같았다. 군 작전 계획처럼 그렇게 치밀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우선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도구 결정이다. 군인은 총 없이 싸울 수 없다.

무슨 도구가 좋을지를 생각했다. 사용할 도구, 행동 시간, 노획물 처리, 도피로, 성공 후 행동 계획, 작부를 만날 장소, 대충 그런 것들을 작전계획으로 보아 정해야 할 것 같았다. 도구는 무엇이 좋을까,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꼴리니꼬프는 도끼를 택했다.

그자처럼 도끼가 좋을 것 같았다. 위협하기에 적당할 것 같아서다. 사람들은 도끼를 들고 있는 것만 보아도 기절을 할 것이다. 어디서 구하는 것이 편하고 위험부담이 적을지를 생각했다.

농가에 도끼는 지천이다. 집에 있는 도끼는 안 된다. 우리 집 도끼가 없어진 것을 알면 제일 먼저 아버지가 그 일을 먼저 알게 된다. 공동묘지와 가까운 ‘비딱이’ 집에서 도끼를 구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안을 것 같다.

공동묘지와 가까운 집에서 훔치는 것이 작전상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도끼를 구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된다. 단지 어릴 때 말총을 훔칠 때 보았던 것 같은 큰 개가 한 마리 있는 것이 문제다.

작전계획은 다 짜진 것 같았다. 장날이고 도끼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안다. 장소는 늦은 시간 공동묘지 소나무 숲이다. 행동 개시 시간과 성공 후 여자아이를 만날 장소도 마음속으로 정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일을 하고 난 후에 작부를 만나는 일이 문제로 남았다.

해장국 집으로 들어간 작부는 무슨 음식을 먹는지 오래도록 나오지 않았다. 광호는 해장국집으로 들어가 면장 아들을 작살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하면 작전에 실패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참는 자가 이긴다는 것을 실천하기로 했다.

광호의 작전계획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작부를 꼬여 내는 일 같았다. 시계를 들려다 봤다. 아직 이른 아침이다.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낼지를 생각했다. 이제 그의 생각은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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