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아들들의 비리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여론지지도 열세, 민주당 분당 가능성, 건강문제 등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최근 북한의 변화로 일그러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살아 있다고 영국의 경제전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8년 한국의 경제 파산 직전에서 취임, '구세주'로서 추앙받았던 김 대통령의 이미지가 두 아들의 구속, 지방선거 및 의원 재보궐선거 대패, 노 후보 인기 하락, 분당 위기 등으로 손상됐다며 건강 약화로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한 김 대통령이 '어쩌면 축하할 일이 거의 없다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주간지는 그러나 최근 북한 변화에 대해 '많은 일이 잘못 될 수 있고 어쩌면 그렇게 되겠지만 좀더 나은 미래에 대한 김 대통령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김 대통령의 위업은 좋든 나쁘든 첫 남북정상회담을 열게 하고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주간지는 지난 몇개월간 미국의 대북강경발언과 북한의 남북합의사항 이행 능력 부족, 서해교전 등으로 교착됐던 남북대회가 이번주 장관급회담 재개로 활기를 띠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김 대통령에게는 '어둠 속의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런 변화가 너무 늦게 나와 김 대통령의 명성을 살리기 어려울지 모른다면서 북한의 변화가 진정한 개선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또한번의 좌절로 끝날지에 대한 해답이 김 대통령 업적에 대한 평가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간지는 장관급회담이 지금까지는 잘 진행돼 양측이 남북연결철도사업, 이산가족상봉, 북한의 부산아시안게임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여섯차례 이상 더 갖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주간지는 북한이 충분한 예고없이 회담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고 철도연결사업에 필요한 군사회담 날짜를 확정하지 않아 후속 회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이달말 예정대로 경제협상이 재개될 경우 북한은 통상적으로 요구해온 원조물자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간지는 북한이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제공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생필품 배급제 폐지, 임금.물가 인상, 원화환율 절하 등의 큰 경제적 조치를 취했으나 이런 개혁조치들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이 노후한 기간시설 교체 등을 위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을 받으려면 남한은 물론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이뤄야 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에 동참할 의지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미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지는 북미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미사일 뿐만이 아니라 북한의 재래식 병력 감축과 제네바 핵합의(핵사찰) 준수를 의제에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미국이 경수로 공사 지연에 대한 전기 손실분을 보상하지 않을 경우 제네바합의에서 발을 빼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간지는 노련한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북한이 협상을 앞두고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경향이 있는 점을 들어 북한의 이런 태도에 크게 실망하진 않고 있다며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고 세계은행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일본 적군파 요원 4명을 곧 추방할 것으로 밝힌 것은 관계개선에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coo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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