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새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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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새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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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사는 난감했다.

한국그룹 이만덕 회장 납치 사건은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돈을 노리고 납치했다면 지금쯤 범인들에게서 연락이 와야 할 텐데, 회사로도 집으로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 회장이 그 사이에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경찰과 검찰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수사진을 보강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주무르는 재벌 총수가 대낮에,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되어 생사조차 모른다는 것은 대한민국 치안에 대한 도전임과 동시에 수치였다.

이 회장의 운전기사를 여러 각도에서 조사해보았지만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발소 주인도 매춘을 알선하기는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발소 주인에게 지하 주차장에서 이 회장이 납치되는 장면을 녹화한 CCTV의 화면을 보여주며, 그동안 이발소를 거쳐간 아가씨들 중 한 사람인가를 확인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발소에 근무했던 아가씨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문제는 비디오 테이프에 찍힌 여자와 남자의 신원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모자를 눌러써서 얼굴이 전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차와 번호판을 잃어버린 당사자들을 찾아냈지만, 그들 역시 단지 도난 당했을 뿐이었다. 이 사건의 어디에도 연관성이 없었다. 알리바이도 확실했다. 아니, 그냥 봐도 차 주인들은 비디오 테이프에 찍힌 범인들과는 체격이나 행동거지가 완연히 달랐다. 범행에 사용된 차가 한강 고수부지 주차장에서 발견되기는 했지만, 차에서도 아무런 단서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범인들이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졌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특별 수사 팀이 공조를 이뤄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다. 솔직히, 범인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었다. 이미 회사에도 집에도 발신지 추적 장치를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차라리 범인들이 단순히 돈을 노리고 납치했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승산이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지, 이 회장이 목적이 아닐 테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문제가 복잡해졌다. 원한 관계이거나 만의 하나 북쪽의 소행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졌다. 국가정보원에서는 북쪽의 소행일 경우에 대비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었다.

최 형사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같은 사건은 일정 기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건이 일반에게 공개되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다. 범인을 빨리 잡으면 다행이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경찰에 쏟아지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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